카를 마르크스에 대하여 - 1부 [34]

22 미식축구응원단장 | 2019-07-19 23:18:02 | 조회 : 2459 | 추천 : +8


사상사의 한 획을 그은 주요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마르크스역시 마찬가지 인데, 마르크스의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그의 사상이 복잡하고 심오하다는 사실 외에 또 있다.  첫번쨰로 마르크스 자신이 일정한 방법론에 입각하여 특정한 주제와 논지를 체계적으로 전개하여 저술한 저작이 "자본론"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나머지 마르크스의 저작은 모두 팸플릿, 논쟁 polemic, 저널리즘 그리고 미출간 수고 및 노트들이다. 다른 사상가들은 그들의 사상 전모를 이해하는 데 기둥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대표적인 노작(칸트의경우 '3대 비판서')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노작들은 스스로의 논리와 방법론은 갖춘 논리적 체계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어서 그 저작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독파해 나가면 그 사상가의 생각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경우 그의 사상이 펼쳐져 있는 범위가 너무나 넓기 때문에 "자본론" 하나를 파고든다고 해서 그 전모를 파악할 수가 없다. 거꾸로 마르크스 사상 전체와 그의 삶에 대해 상당한 이해가 선행되어 있지 않으면 "자본론" 자체도 충분히 음미하기 어렵다는 악순환의 고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마르크스 사상의 특징은 곧 그가 19세기 유럽의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발전 및 정치적 격변이라는 역사적 현실에 깊이 잠겨 불가분으로 엮인 역사적 존재라는 사실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일이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를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들여야할 노력은 엄청나다. 19세기 유럽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변화하고 있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지식을 풍부하게 갖추어야 하며, 또한 동시에 그와 발맞추어 어떠한 사성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는가에 대한 지성사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게다가 마르크스가 지식인으로서 또 실천가로서 백과전적인 전방위적 성격을 지향했던 인물이라는 사실로 인해 그 각각의 범위가 또 무한정으로 불어난다. 역사라고 해도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 제도사의 여러 영역을 아우르고 있으며, 지성사 또한 철학사 경제학설사 사회주의 사상사 정치 이론사 등의 이질적인 분야들이 모두 포괄된다. 이러한 여러 주제를 두루 섭렵하고 상당한 이해를 가지기 전에는 마르크스가 무슨말을 하려고 하는지, 왜 그토록 결렬한 어조를 구사해 가며 분노를 터뜨리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다. 


'종교는 심장 없는 세계의 심장이며 인민의 아편' 이라는 유명한 구절하나를 이해하려면 헤겔에 대한 포이어 바흐의비판을 알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프로이센이라는 국가에서 기독교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에 대한 지식을 배경으로 깔고 있어야만 한다. 마르크스 노동가치론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이비드 리카도의 경제이론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그 영향을 받은 오언주의자 경제학자들의 노동가치론 그리고 조제프 프루동의 '노동화폐'개념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자본론" 초두에 전개되는 가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헤겔 논리학의 '존재론'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플롤레타리아트 독재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리코뮌에 대한 지식은 물론 프랑스 혁명 당시의 국민 공회를 거쳐 고대 로마 공화국의 집정고나과 독재관 제도를 알아야하고, 이에 대해 불랑키와 바쿠닌 사이에서 마르크스가 어떻게 독자적인 입장을 취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1860년대의 마르크스가 그토록 강조했던 '생산자들의 자유로운 연합'이라는 개념을 음미하려면 로버트 오언의 '협동'개념과 프로등의 '상호주의'를 배경으로 하여 루이 블랑의 국영 작업장 실험과 라살레의 국가 조합주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지벌런" 3권에서 주식화를 사회적 소유의 맹아적 형태로 보는 마르크스의 황당할 정도의 천진함을 이해해 주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의 공격적인 주식회사 형태는 마르크스의 사후인 1880대 이후의 미국의 자본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진 변화의 직접적 산물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하며, 국가와 시민사회의 재통합을 통한 모든 소외의 지양이라는 그의 비전을 이해하려면 18세기 말 독일 고전주의 및 낭만주의 사상가들 사이에서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이 어떤식으로 이상화 되었는지를 알고 있어야한다. '이윤율 저하의 법칙'은 애덤스미스에서 리카도와 존 스튜어트 밀에 이르도록 고전파 경제학에서 상식처럼 여겨진 가장 중요한 개념이었으니, 그 이념사와 1862년 이후의 장기 불황을 당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알지 못하면 마루크스의 주장이 갖는 독창적인 천재성과 설득력, 그리고 처절한 실패의 드라마를 이해할 수 없다. 마르크스의 역사적 방법론과 노리적 범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헤겔의 논리학과 역사철학에 대한 이해가 선행 되어야 한다. 고대 공동체와 자본주의 이전의 경제적 제형태에 대한 마르크스의 환상과 오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사와 인류학의 19세기 발전상태에 대해 알고있어야 한다. 등등 이외에도 중요한 수많은 지식들이 필요하며 마르크스를 이해하기 위해 선행 학습 되어야 할 개념들이 많다. 

- 너무 많아서 적지 않았는데 이글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요하게 알아야 할 지식이 궁금하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마르크스를 나름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산이 또 하나 있다. 마르크스 주의 자체가 20세기의 가장 유력한 학문적 패러다임의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역사학에서도 또 사상사 연구에서도 마르크스주의적인 입장에서 서술된 연구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서 어느정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이해와 연구를 위해서는 마르크스 주의적인 입장에 맞추어 서술해 놓은 역사 및 사상사 에 대한 학습을 넘어서서 이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주의의 도식에 따라 프랑스혁명을 부르주아혁명으로 보고 거기에 맞추어 서술한 프랑스 혁명사만 읽는다면, 마르크스가 프랑스혁명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환상과 오해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 길이 없다.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 쏟아져 나왔던 일본 마루크스주의 학계의 인문학과 사회과학 저작들은 그점에 있어서 특히 주의를 요하는 대상들이다.

 

이렇게 산넘고 바다건너 이제 마르크스의 저작을 읽는 일이 시작되는데, 그압도적인 분량 때문에 '죽음의 암벽 등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권이 훌쩍 넘는 학술적 전집을 빼더라도 대중적 영어판 전집은 50권 독일어판도 40권이 넘는다. 어린 백성을 어엿비 여긴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소에서 내놓은 선집만 6권이다. 로버트 터커와 데이비드 매클렐런이 각각 한권 짜리 선집을 내 놓았지만 만약 번역한다면 두 권모두 깨알같은 글씨로 1000페이지가 훨씬 넘을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중 일부만 읽는다고 해 봐야 방대한 그의 사상의 극히 일부를 장님이 코끼리 더듬듯 하는 격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절감하게 된다. 절망에 빠진 이들은 결국 분량과 시간의 가성비를 생각하며 "공산주의 선언"이나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서문"과 같이 아주 짧고 유명한 저작을 읽게 되지만 이또한 속시원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이때부터 각종 대중적 해설서에 의존하게 된다. 마르크스의 사상 전체를 대중적으로 해설해 놓은 책은 아마도 전 세계 출판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르의 하나일 것이다. 여기에 도전하는 저자들도 무수히 많아서 최근에는 '원숭이도 이해할 수 있는' 해설서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마르크스 자신의 저서를 읽는 이들은 사실 정말 적고, 그에 대한 항간의 지식과 정보는 대부분 이러한 잡다한 해설서에서 나온 단편적인 것들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2편에서 계속.... 2편에서는 마르크스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두번째 요소에 대해서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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