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 돌파한 비트코인, 자산의 정의가 바뀐다

준장 휴방머신윤종3 | 25-09-11 11:56:34 | 조회 : 68 | 추천 : +2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투기성 자산’이라는 꼬리표가 붙던 자산이 이제는 주요국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고, 각국의 규제기관과 중앙은행이 중요한 정책 대상으로 삼는 존재가 되었다. 가격 급등은 단순히 하나의 자산가치 상승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의 자금 이동, 투자심리, 통화정책 신뢰, 자본시장 구조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인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가장 먼저 관찰되는 현상은 투자심리의 변화다. 전통적으로 자산 가격이 새로운 정점을 찍으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며 수익을 추구하려는 성향을 강화한다.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리스크 온(risk-on)’ 자산의 상징이며, 디지털 시대의 투기 열풍을 대표하는 지표로 기능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2017년과 2021년 가격 급등기에 미국 나스닥 지수와 기술주가 함께 상승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이를 단순한 가상화폐 현상이 아닌 혁신 성장 서사의 확산으로 받아들였고, 핀테크·반도체·채굴장비 기업들에까지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최근의 흐름 역시 유사하게, 전통 주식시장 내 특정 업종에 긍정적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모든 자산군이 동반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자산의 급격한 오름세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고,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 여파로 채권시장에는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작용하고, 안전자산 선호는 약화되며, 전통적인 분산투자 전략에도 균열이 발생한다. 


 


자산운용 전략의 진화


급등세는 금융기관의 전략에도 변화를 강제한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주요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연기금은 현물 ETF와 신탁 상품을 통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실상 새로운 자산 클래스(asset class)로 인정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은행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은행들은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고액 자산가 고객의 포트폴리오 관리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하지만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큰 위험 요인이다. 담보 가치가 단기간에 급락할 경우 대출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되고, 이는 금융기관 건전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존 신용평가 모델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격 변동성·네트워크 보안성·규제 환경 등을 종합 반영한 새로운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중앙은행 역시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오름세가 강화될 때마다 ‘디지털 골드’라는 담론이 힘을 얻고, 달러를 비롯한 기존 기축통화의 지위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통화정책 신뢰도를 흔들 수 있으며, 동시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논의에 압력을 가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CBDC 발행 여부를 적극 검토하는 배경에는 금융 포용성 확대, 지급결제 효율화라는 이유와 더불어, 탈중앙 디지털 자산의 부상에 대응하려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가격 급등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투자자금이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면서 달러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자주 목격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국내외 환율 차이와 세제, 수수료 구조, 규제 환경의 차이로 인해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며, 이는 외환 유출과 환율 변동성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인투자자의 차익 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환율 불안정성이 커지면 수출입 기업의 원가 구조가 흔들리고,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 패턴이 왜곡되며, 국가 신용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신흥국에서는 투자 붐이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부담을 주자 외환 규제와 자본 통제를 강화한 바 있다. 한국 역시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및 가상자산 거래가 외환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세제 개편과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통해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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