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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러시아 시베리아 단편썰 - 케리티

이병 haruki | 25-08-13 20:22:22 | 조회 : 22 | 추천 : -



오늘은 기독교의 델로니아와 유사한 "케리티" 현상에 대해 조금 얘기하고자 해. (델로니아는 정교회에서 믿어지는 죽은 자의 사후과정이라고 함.)

옛말에 따르면, 사람이 죽게 될 시 망자의 영혼은 한동안 지상을 떠나지 않고 일생 동안 살면서 갔다온 모든 장소들을 방문한다고 여겨져.

여기서 차이가 있다면 델로니아는 조용히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게 일어나지만, 케리티의 경우 마치 하늘 아래를 지나가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와 목소리가 들린다고 전해지는데,

특히 민감한 사람이라면 더 뚜렷하게 들을 수 있다고 전해져.

그리고 사하어에서 "순회"라는 의미를 가진 "케리티Кэритии"란 단어는 강압적인 뉘앙스를 지니고 있는데, 그말인즉슨 죽은 자의 영혼은 자유의지가 아닌 강제로 그 장소들을 돌아다닌다는 뜻이야.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 이모할머니는 어릴 때 별의별 것들을 보셨다고 하는데,

마흔이 되자 시력이 나빠지는 바람에 2차례나 수술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됐다고 말씀하셨어.

이모할머니 말씀으로는 자긴 예리한 시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할머니가 자기네 일에 간섭하는 걸 원치 않았다고 해.

아무튼 이모할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꽤 재미난 얘기들을 해주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오늘 말할 케레티와 관련된 이야기야.




우리 마을에서 장수하셨던 노인 한분이 돌아가셔서 그를 땅에 묻고 며칠이 지났을 때야.

어느날 이모할머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건초를 만들고자 들판으로 나가셨는데, 점심먹고 다시 일하던 도중 개와 사람 울음소리가 섞인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고 해.

이에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니까 길쪽에 체조용 목마같이 생긴 물체가 공중에 떠있었는데 그 위에는 누군가 앉아있었대래.

그리고 양옆으로 사람처럼 보이는 어두운 실루엣들이 떠있었는데 그것들은 체조용 목마같은 것에 앉은 사람을 주먹 아니면 막대기로 폭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래.

그 실루엣들에게 두들겨맞는 사람은 가련하면서도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었다고 해.

그 광경에 이모할머니는 벽돌을 치우고 다른 사람들을 둘러봤는데 자기 빼고는 아무도 지금 일어나는 일을 인식하지 못하는 거 같다고 했어.

하지만 이모할머니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는 것에 익숙하던 터라 이를 조용히 관찰하기로 하셨대. 길에서 멀리 떨어진 들판에 있던 터라 가까이 갈 수도 없었고 그럴 의지도 없었대나..


그러고 어느샌가부터 이모할머니는 외형과 목소리를 통해 양옆 실루엣들에게 폭행당하는 사람이 최근 마을에서 돌아가신 노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대.

또한 사하 전통에는 케레티에서 가학적인 과정이 동반된다고 여기질 않는데, 고인은 사후 그런 식으로 대우받아도 마땅한 사람이었다고 해.

어쨌든 이모할머니는 자긴 그날 케레티의 과정을 목격한 게 틀림없다고 확신하듯 얘기했고,

그 전후로도 마을에서 장례식이 있으면 가끔 저녁 하늘에서 어떤 음성과 소리들이 흐릿하게 들려왔지만 아무것도 볼 수는 없었대. 정말이지 기분나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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