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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사진

원수 배 지 타 | 25-08-02 22:09:25 | 조회 : 26 | 추천 : -


얼마 전 직접 들은 이야기다.

"그러고보니까 너, 리나네 할머니 심령 사진 봤어?

그거 굉장해!"

휴일, 출근 버스 안에서 여고생 2명의 대화가 들려왔다.

나는 심령 관련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자연스레 그런 화제에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다만 전에 친구가 그냥 그림자가 찍힌 걸 심령 사진이라고 호들갑 떤 적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도 아마 그런 착각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못 봤는데.

어떤 사진이야?"

아무래도 리나라는 아이네 집은 대가족인 듯 했다.

친척도 많고, 가족이 다 모이면 30명 가까이 될 정도라고 한다.

그러던 와중 지난해, 여자 홀몸으로 전쟁통에 아이들을 키워낸

엄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그 장례식 때조차, 사람이 너무 많아 친척들이 저마다의 사정 때문에 모두 모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모인 친척들만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관 속에는 할머니가 무척 아끼던 보라색 옷을 함께 넣어 화장했다고 한다.

올해 1주기, 기왕이면 친척 모두 모이기로 해서 시간을 잡고,

기일날 다같이 할머니 성묘를 갔다.

30명이 훌쩍 넘는 가족들이 다 모인 건 장관이라,

개중에는 몇년만에야 만난 사람들도 꽤 있었단다.

1주기인데도 다들 기쁜 마음이었다.

"함께 모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분명 할머니도 기뻐하실거야!"

라며, 할머니 묘비를 친척 모두가 둘러싸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사진을 현상해보니...

친척 모두가 할머니 묘비를 둘러싸고 웃고 있는 그 한복판, 묘지가 있을 그 곳에.

할머니가 그렇게 좋아하던 보라색 옷을 입은 채, 활짝 웃으며 양손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있었더란다.

"뭐야, 그게!

무서워!"

여고생들이 소란스럽게 떠드는 와중, 나는

"뭐야, 그게! 보고 싶어어어어어!"

하고 마음 속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이야기에, 휴일 출근으로 인한 우울감도 조금은 사라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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