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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알바썰 [59]

이병 무진이 | 19-04-10 19:02:52 | 조회 : 17973 | 추천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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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날과 똑같이 오던 손님들만 오고 그렇게 바쁘진 않는 날이었음.

 

나는 계약 자체가 17시 출근 02시 퇴근이라서 진짜로 하루에 10테이블 안 들어온다 싶을 정도로 파리 날리지 않으면 조기마감 치고 2시에 퇴근이고

B형은 21시에 칼퇴근이라서 내가 개부러워하는 걸 뒤로 하고 칼컷을 하고 갔지

 

듬성듬성 손님 들어와서 적당하게 일 하고 한 번씩 핸드폰 들여다보면서(그 때도 와고 눈팅하고 있었음 ㅇㅇ) 놀다가 사장이 단골로 잡으려고 힘쓰던 00학과 애들이 10명정도? 들어왔었음

 

마침 다른 테이블들은 다 나가고, 날이 바뀌어서 내 퇴근도 가까워지는데 더 이상 손님들이 들어올 것 같지도 않아서 사장도 더 손님 안 받고 끝내자 했음

나도 ㅇㅋ 하고 대충 테이블들 정리랑 주방쪽 정리 돕고 있는데 사장이 단골들한테 꼭 노래방 기계 보여주면서 놀게 해줬었거든

 

몇 번 옆 가게에서 그렇게 노는거 보고 경찰에 신고해서 걸렸는데도 사장은 '술집에서 노래까지 편하게 부를 수 있으면 좋아할거다'라고 말하면서 꺼내곤 했음

암튼 00학과 애들은 사장이 노래방기계 세팅해서 노래 부를 수 있게 해주니까 신나있었음

 

나는 빨리 퇴근하고 싶어서 화장실 청소 할라고 들어가는데 사장이 갑자기 '무진아 너도 와서 노래 한 곡 뽑아봐라' 이러는거임

근데 부를 이유도 없고 부르고 싶지도 않아서 '아 저는 노래 잘 못해서' 하고 청소하러 갈라는데 여자애 하나가 와서 끌고 가는거야

그러고는 마이크 쥐어주고 '노래 하나만 불러주세요' 이러는데 딱 봐도 술 좀 많이 마신거 같았음

내가 생각하기에 알바생이 단체 손님 앞에서 노래 불러봐야 좋을 것도 없고, 그냥 쟤네끼리 놀게 해야겠다 싶어서 마이크 잡고 먼 행사 MC처럼 주저리주저리 하다가 노래 하고 싶어하는 친구한테 마이크 넘겨주고 다시 화장실 청소하러 들어갔음

 

평소같으면 핸드폰으로 노래 틀어놓거나 매장 컴퓨터로 내 플레이리스트 재생해놓고 신나게 화장실 청소 할텐데, 밖에서 애들 노래부르니까 그냥 그 노랫소리나 들으면서 청소해야지 하고 걸레질 하던 때였음

여자 화장실 청소 하고 나가려는데 그 여자애가 자기 친구랑 둘이 들어와서 '화장실 쓰시게요?'하고 물어봤음. 근데 둘이서 막 낄낄대면서 웃더니 왜 노래 안 부르냐고 화를 내는거임

그래서 진짜로 저 노래도 못 하고 별로 노래 부르고 싶지도 않았어요~ 하면서 쓰레기 버릴라고 가게 밖으로 나갔는데 걔네들도 따라나왔음

 

쓰레기 버리고 들어가려는데 걔네도 가게 앞에 있으니까 멀까 하고 무시하고 들어갔음

주방쪽에도 쓰레기 있어서 가지러 가는데 주방까지 여자애 둘이 따라오더라고 그래서 기본안주 더 필요한가 싶어서 머 필요한거 있어요 하고 물어봤는데

갑자기 전화번호 갈켜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헉 하고 가만히 있었음 그래서 여자애들이 혹시 싫으세요? 하고 물어보는데 아녀 일 하면서 번호 물어본 분이 없었어서 깜짝 놀랐어요 하고 번호 갈켜줌

그리고 둘이 이름 알려주면서 나한테 다음에 밥 한 번 사주라고 하면서 돌아가더라. 근데 분명히 저는 ~에요 그리고 저는 ~에요 하고 이름을 갈켜줬는데 제대로 못들어서 1, 2 이렇게 번호 저장했음


암튼 그렇게 번호 교환하고 그 날은 마감하고 집 갔는데 먼저 연락하고 싶지도 않고 그 쪽에서도 연락 안와서 역시 술김에 그랬는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술집 알바 그만두기 일주일 쯤 전인가 그 때 번호 따갔던 여자애 중에 한 명이 가게 앞으로 왔었음

사모님이 그거 보고 뭐 놓고간 손님인 줄 알고 가게 들어와서 찾아보세요 하고 그랬는데 나 보고 인사하더라

나는 누군지 잘 기억이 안나서 좀 머리 굴리다가 아 그 때 번호 드렸던 분~ 하면서 인사했음 근처에서 술 마시다가 들렸다고 했음

나도 걔가 택시 기다린다길래 택시 오기 전까지 앉아있다 가라고 물 주고 좀 이야기 했음 그러면서 왜 연락 안했냐고 머라하던데 할 말 없어서 그냥 대충 얼버무렸음

 

한 2~30분 이야기 하다가 그 여자애가 개강하면(여름방학 며칠 전이었음) 꼭 연락하라고, 학교 근처에서 밥 먹자고 했지만

아쉽게도 저는 술집알바도 그만 두고 학교도 휴학을 하고 그랬더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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