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창조 | 22-10-04 08:11:20 | 조회 : 8020 | 추천 : +26
만 26세. 쓰레기 같은 인생을 보내왔던 것에 대한 벌이 드디어 내려졌다. 어머니께서 뇌지주막하출혈로 10월 2일 엊그제 입원하게 되었다. 10월 2일 오후 2시 50분경 집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버지께선 어머니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말을 전하셨다. 우리집은 어머니가 일하시고 아버지가 집안일을 보신다.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셔야 하던 어머니께서 그날은 유독 잠에 빠져 누워있었다고 했다. 피로때문인지 아버지는 별다른 의심없이 주무시게 두신 것 같다. 그러나 정오를 지나, 오후가 되어서도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니 뭔가 이상함을 느끼셨다. 그리곤 나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엄마가 이상하다.", "정상 같지가 않다"
평소에는 무덤덤하던 아버지의 말에는 당황스러움과 초조함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당췌 영문을 몰라 다시 되물었고 그렇게 위의 사정을 알게 된 것이다.
일단 전화를 듣고 본가가 있는 속초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그 뒤에도 아버지는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셨다. 어머니 직장터, 어머니 친척, 지인 등에게...
그렇게 아버지는 큰 이모에게 전화를 하셨고, 큰 이모 또한 단번에 이상함을 느끼시고 얼른 119에 전화하라고 하셨다. 그렇다. 큰 이모께서는 이 증상들을 듣고 '뇌졸중'을 의심하였다고 한다. 오후 중으로 의료원에 입원하였고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차가 막혀 저녁 6시에 도착하게 되었다. 응급실에서 마주한 어머니의 모습은 평소화 확실히 달랐다. 나를 알아보는 것 같으나 말을 제대로 못 하셨고 눈을 가만히 껌벅이기만 하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떠한 이유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 나는 몰랐다.
의료원에서 판단하여, 다른 병원으로 급히 이송을 해야된다고 하였고, 서울 중앙대병원에 입원절차가 났다. 간호사분께 여쭤보니 가까이에 있는 강릉아산병원은 갈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외 춘천을 포함한 다른 곳도 없었다. 아마 일요일이라 긴급진료를 볼 상황이 넉넉치 않았기 때문일까.
그렇게 사설 앰뷸런스를 타고 속초에서 서울로 달려갔다. 앰뷸런스를 타고 가는 데 계속 어머니는 누워서 가만 계셨다. 간혹 몸을 뒤척이는 것과 눈을 떠 주변을 확인하는 것을 제외하면 어떤 행동도 안 하셨다. 보통 때라면 차로 2시간 30~50분이면 도착할 서울을 3시간 28분 걸려 도착하였다. 그래도 구급차를 위해 비켜준 덕에 그 막힌 거리를 그나마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앙대학교병원에 도착하여 입원 수속을 밟았고 사설 구급차 비용은 32만 5천원이 나왔다. 더 크게 나올 줄 알았던 나는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간혹 사설 구급차 비용 눈탱이가 있기도 하다는 글을 보고 혹여나 백만원 이상 나오면 어쩌나 하는 괜한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사설 구급차의 경우 구급차 내부에 비용에 관한 알림문구가 있으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중앙대학교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였고 나는 의자에 앉아 사태의 경과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수속관련, 입원관련, 수술관련, 보호자 관련 여러 동의를 하였다. 군에 입대하여 자기 물품에 수기를 적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날도 내 이름 석자를 하염없이 쓰기를 반복하였다.
11시 07분에 도착하여 이것저것 하니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중간에 CT촬영한 것에 대해서 의사선생님의 설명이 있었고 거기서 병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에 출혈이 생긴 상태이고
이것에 대해 정밀한 검사 결과 '뇌지주막하출혈'이라고 한다. 뇌에 여러 막이 있는 데 이 지주막이라는 곳 아랫쪽에 출혈이 생긴 것을 말한다.
낭 모양의 뇌동맥류가 터져서 뇌에 출혈이 생긴 것이다. 고혈압일 수록 지나가는 혈류속도가 빠르고 혈관벽이 얇은 곳에 계속 영향을 주어 낭모양의 형태가 되고 이것이 터진 것이다. 지주막하 출혈이 생긴 경우 1/3은 그 자리에서 즉사, 1/3은 이송되는 과정에서 사망 혹은 병원에 도착하였으나 사망하고 운이 좋은 1/3 정도가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의사선생님은 말씀해주셨다.
CT와 함께 의사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시술과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출혈이 조금 있는 상황이라 뇌를 열어(개두술) 피를 제거해야하기 때문에 수술을 들어가야 한다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술 동의를 마치고 다시 대기하였다.
뇌지주막하출혈에 대하여 인터넷 여러곳에 검색을 해보았다. 네이버 지식인, 카페, 여러 커뮤니티글 등등. 검색하여 알게 된 것 중 가장 걱정된 사실은 수술의 성공유무와 후유증이다. 뇌 수술이 당연코 쉽지 않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혹여나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고, 수술 후 뇌 부위에 따른 마비증세, 언어상실 등의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새벽 3시.
응급실에서 이제 중환자실 수술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술실에 입장하였다.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 선생님께서도 시술에 대한 것과 현재 상태, 그리고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수술을 위해 삭발을 한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의사선생님과 난 헤어졌고 난 복도 소파에 앉았다.
정말,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라. 울고 싶지 않아도 터져나오는 눈물을 난 막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수술실에 들어가고 마지막 설명을 들었던 그때서야 나에게 닥친 상황을 제대로 자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도 모르게 울면서 입을 틀어막고 있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울면서 입을 틀어막는 것은 정말 제대로 된 고증이구나 싶다.
새벽 3시 32분 어머니께서 나오셨다. 삭발한 어머니를 보았고 난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4층 수술실로 들어가게 되었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9시 30분 정도에 수술이 끝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 때가 새벽 3시 34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중환자실 대기실에 앉아서 끝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계속 눈물이 나더라. 정말 무의식적으로 숨 쉬듯,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닦고 울고 닦고 울고, 한 시간을 그러고 있으니 조금은 눈물이 덜 나더라.
조금 감정이 진정되니 떠오르는 것은 지난날에 대한 후회였다. 정말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간호사분께서 인적사항을 여쭤보았다. 키도 제대로 모르고 몸무게도 제대로 모르고 평소 어떠한 상태인지도 모르고 그저 하나같이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는 것뿐이더라. 어머니께 전화가 오면 무심하게 받아 용건만 묻곤 끊으라고 재촉하던 내 모습이 정말 한심하고 후회스럽다. 간혹 찾아오는 날이면 귀찮다며, 왜 왔냐며, 쏘아대던 내 모습이 정말 꼴불견스럽고 한심하기 이를 데 없구나.
그래도 어머니께서 여러번 찾아와주신 덕분에 휴대폰엔 어머니가 찍힌 사진이 남아있다. 불행 중 다행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라도 찾아오지 않았다면 분명 어머니 사진은 없었을 것이다.
청춘을, 시간을 낭비하고 만으로 속여도, 30살이 다되어가는데도 난 아직까지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고 나아진 것이 없다. 그저 방구석에서 혼자서 웃고 떠들고 시간과 돈, 청춘과 친구들을 잃었다.
다 내 자업자득이다. 난 분명 알고 있었을 거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진작에 깨닫고 벗어났을 건데, 난 그 사실을 마주하는 것이 무서워 외면하고, 현실을 깨달을수록 더욱 더 도피하였고 더욱 더 내 시간을, 내 부모를, 내 친구를, 나 자신을, 갉아먹었다. 난 유죄이며, 그에 대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죗값은 결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침 7시 50분.
수술이 끝났다. 예상한 시간보라 빠르게 끝이 났다. 의사선생님께선 출혈부위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말씀해주셨다.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뇌에 남아있는 출혈액이 자연히 배출되는 과정에서 혈관연축(수축)이 일어나 뇌경색과 비슷한 후유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하였다. 어머니의 경우 좌뇌쪽 출혈이기에 오른쪽 신체 마비, 언어마비 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수술이 끝났고 어머니께선 중환자실에 입원하였다. 면회는 코로나 때문에 제한이 되었고 중환자실의 경우 1회 면회가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수술 후 어머니의 의식이 좋아지면 면회가 가능하다고 하였고 8시 50분 코로나 방역 채비를 갖춘 뒤 면회를 하였다. 가까이 가서 말을 거니 웃더라. 그러나 이게 나를 알아보고 웃은 건지, 아니면 단순한 외부자극에 의해서 웃은 건진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날 보고 웃어준 거겠지.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나왔다. 흥건한 수건을 짜면 나오듯이 그냥 나온다.
그렇게 5분간의 면회는 끝이 났고 중환자실에서 상태 경과를 본 뒤에 일반병실 입원을 결정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길면 2~3주 짧게는 10일내외라고 한다.
일반병실엔 지정된 보호자 외 출입은 금지되어 있어 면회나 추가적인 보호자는 안 된다.
큰 이모에게 경과를 문자로 보낸 덕에 자세한 사항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전 12시까지 있은 후에 병원을 나왔다.
오후 2시에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왔다.
진짜 막막하다. 그리고 후회스럽다. 어째서 이렇게 살아온 걸까... 어느 곳 하나 알릴 데가 없다. 남아있는 친구들에게도 좋은 소식도 아니기에 어떻게 얘기를 할 지도 모르겠고, 아마 일이 다 끝난 뒤에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친척들도 어머니 외가쪽을 제외하면 교류도 전혀 없다. 외가쪽이라고 해봤자 큰 이모, 작은 이모 두 분뿐이지만.
와이고수에 적은 이유로는 내가 내 아이디를 갖고 활동하는 곳은 와이고수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디시를 주로 눈팅하지만 내 첫 커뮤니티 가입 사이트이며, 그래도 예전엔 어느 곳보다 열심히 눈팅했던 곳이기에... 그래서 기록 겸 적게 되었다.
두서없는 글이 되었다. 애게에 적은 이유는 그냥...씹덕이니깐, 그리고 한때 애게 눈팅 했었기에 적었다...
잘 모르겠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좋을 지도 모르겠고 답답하다.
아무튼 여기서 일단 끝 맺음을 하겠다... 두서없는 글, 쓸 데 없는 글 적어서 할 말이 없다... 여기가 너 메모장이냐, 고 되물어도...내가 할 말이 없다...미안하다...
lIlllIllIIll3년 전 |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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