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렐리우스 - 명상록 3편 [2]

5 가람휘 | 2020-05-17 17:09:24 | 조회 : 140 | 추천 : -


자신의 이성을 갈고 닦을 때 힘든 시절도 올 것이다. 이성을 갈고 닦을 때, 잘못된 판단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 잘못된 생각을 바꾸어 올바른 생각에 따르는 것이 자신의 독립심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동도 스스로의 판단과 사고를 거친 후 내린 행동이기 때문이다. 학문에 정통할 수 있는 능력이나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문에 정통하지 않고도 고통과 쾌락을 극복할 수 있으며, 깨달음을 추구하여 궤도에 오른다면 어리석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돌보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아니면 물질(외부환경) 때문에 힘들어질 수도 있다. 당신에게 없는 것을 탐하는 데 매몰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질로 인해 비롯되는 감정에 대해서 물질이 아니라 자신이 감정의 원천임을 알고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만 한다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결국 물질은 이성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살다가 얻게 된 물질이익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너무 힘들어 신에게 기도한다면, 이러이러한 일에서 벗어나게 도와 주십시오 대신 당신은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나를 구원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라. 그가 내 가엾은 아이의 생명을 구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할 때, 너는 아이를 빼앗긴다는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라. 또 다른 경우로 어떤 사람이 나를 비웃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것은 내가 상관할 것이 아니고 그의 문제이다. 나는 비웃음을 살 만한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안전하다. 어떤 사람이 나를 증오한다고 해도 그것 역시 그 사람의 문제이다.

 

참고로 운명에 관해선 내가 해석한 운명이기에, 반드시 스스로 명상록을 읽어보기 바란다. 명상록을 읽었을 때, 나는 운명론 혹은 예정조화로 운명을 읽기보다, 주어진 현실이라는 의미에서, 사르트르의 던져진 현실로 운명을 읽었다. 평정심을 얻은 자는 세상이 운명에 의해 흘러감을 인지하고 세상에 불평하지 않게 된다는 구절이 있어 운명을 운명론으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읽으면 더 나은 삶을 꾸릴 수 있는 인간의 가능성을 스스로 박탈하는 것이다. 명상록에서도 자신이 이성을 비추기 위해 노력하라고 하는 만큼, 운명이 고정되어 있다는 인식보다는, 사회 방향이 흘러가는 물줄기, 경향을 운명으로 생각하고, 그 경향을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명상록에서는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그와 무관한 것들은 배척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그러한 본질이 있는가에 관해서 당연히 의문이 될 수밖에 없다. 성교가 성기와 성기의 마찰이라는 명상록의 주장은, 그러한 점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성관계가 성기와 성기의 마찰이라는 점은,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감정을 완벽하게 무시하는 인식의 발로다. 더군다나 명상록 안에서도 만물이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글쓴이는 자연의 변화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관념의 변화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한 오류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역사를 되돌아볼 때, 본질이라고 주장했던 많은 것들은 늘 변화했다. 껍데기(외연)은 그대로였지만, 알맹이(내포)는 바뀌어 온 역사의 대표가 자유이다.

 

저자는 이성을 감성의 위에 두어 이성이 감성을 교정하고 감시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성과 감성은 서로 분절되기 힘들다. 무언가에 대해 합리적사고를 하기 위한 밑바탕에는 감성적인 밑바탕(정치적 올바름 혹은 도덕적 직관)이 깔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성과 감성의 이분법은 현실을 왜곡시킬 뿐이다. 더불어 이성만을 필두로 하는 의무론은 현실에서 실현되기가 매우 어렵다.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의식은 감정이 동하여 그에 충성을 다할 때 비로소 꽃을 피운다. 이성과 감성을 모두 가지고, 빠른 회복력을 갖는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과 의미의 실마리를 가장 많이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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