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글) 백수의 빛

12 타인감정존중 | 2019-04-15 07:30:36 | 조회 : 128 | 추천 : -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머리맡에있는 충전기를 연결해둔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오후 2:33 ) 
오늘도 오후는 돼서야 눈을뜬다.
알람이 온 유튜브 댓글부터 확인한다.
어젯밤 자기전 남긴 대한민국 정부와 남녀갈등문제
페미니즘에 대하여 장황하게 댓글을 남긴 나의 글에
대한 답글이였다.
어제도 3시간 넘게, 댓글이 64개가 넘도록 싸웠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온갖 논리적인 척을 2시간 정도 하며 마무리는 인생충고로
끝내며 이불을 벅차고 침대 밖으로 나온다.
식탁 위에는 밥한공기와 콩자반,김치,간장이 끝이였다
집에는 엄마와 나 둘이살고 있으며 아빠는 내가 어렸을적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차려놓은 밥을 무시하고 한쪽 구석 쌓아놓은 
라면 2봉지를 집어 끓여먹는다.
남아있던 밥과 김치는 라면에 말아 흡입했다.
배도 불렀겠다 베란다에 나가 
두개비 남은 담배를 입에다 문다.
한숨을 내뱉을때마다 생각이 차분해진다.
먹고 난 그릇들은 대충모아 설거지통에 담궈두고
방안에 들어가 컴퓨터를 킨다.
자주 찾는 커뮤니티창 2개를 열고 인기글을 훑는다.
대충 글들의 내용은 야짤,페미,대학,정부로 나뉠수있다.
일반인 사진들을 들고와 품평을 하고 
페미들의 악행에 대하여 열을내며
지잡대와 명문대의 기준을 구분짓고 특징들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현정부에 대한 비판적 논리적 사고를 하는 글들이
주류를 이룬다.
한 30분정도 스캔을 하다 다이어트 글이 눈에 보였다.
내용은 105kg에서 98kg까지 감량한 내용이였다.
피식 웃으며 댓글을 남긴다.
"돼지들은 원래 초반에 살빼기 존나 쉬움,
그냥 하루안먹고 운동 30분만 해도 저정도는 빠질듯"
다음은 여자친구와 관계가 멀어진 연애상담글이였다
"지금 보이는 특징들이 여자가 딴남자 생겼을때 보이는 
행동들인데 ㅋㅋ 니여친 걸레네"
패션글 : 요즘 봄이라 가디건 입어봤습니다.
"게이같네 ㅋㅋ 남자가 다리봐라 ㅋㅋ 남자는 듬직해야지"
차 게시판 : 신차 한대 뽑았습니다
"저런 차 위험한데 차라리 돈 몇백 더주고 ○○차 사지"
일반인 댄스영상글 
"맨 처음 나온 검스 빼고 다 얼굴 박살ㅋㅋ 무슨자신감이지?"
페미들의 한남혐오글 
"역시 한국 여자들은 다 저럼 ㅋㅋ 나는 갓스시녀
만날 생각에 벌써 설랜다"
가볍게 1시간 30분 정도 댓글을 달아준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킨다.
5년가량 나와 함께 세월을 보내준 게임이다.
현 티어는 플레4 아이언,브론즈,실버,골드와는 
차원이 다른 티어이다.
퍼센트도 상위 10%에 드는 고실력자이다.
5년전 한참 롤이 인기가 많았을적 친구추가를 해둔
중학교 동창들은 전부 실버,골드를 맴돌고 있다.
레벨들도 나보다 현저히 낮고 말이다.
내 레벨은 201 한시즌 2000판 가량 플레이를 해야
올릴수 있는 레벨이다.
점차 올라가는 레벨에 역겨움과 창피함을 느끼며
레벨제도를 만든 라이엇을 원망한다.
하지만 오늘도 묵묵히 게임을 돌린다.
게임이 시작되기전 담배 한개비는 나만의 룰이다.
담배를 태우려고 갑을 열어보니 돗대였다.
게임을 끈낸뒤 떡진머리는 모자로 감추고 
슬리퍼를 끌으며 집앞 편의점에 간다.
가는길에 아는사람를 만나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였다.
도착후 담배 한갑을 산다. 
알바생이 이뻣다, 20살 정도로 보였고 맑은 느낌과 함께
빛이 나는듯한 느낌이였다.
계산을 하며 알바생의 표정을 보니 억지미소
두려움을 감춘 미소를 띄고 있었다.
내나이 21지만 신분증 검사는 프리패스다.
사자마자 담배를 한개비 물며 쓰라린 발걸음을 옮긴다.
집에 돌아와보니 퇴근한 엄마가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어..왔어?"라 무안한 인사를 건냈고
엄마는 긴 한숨으로 답을 해왔다.
나는 곧바로 방에 들어갔고 엄마는 설거지와
밥을 준비했다.
나는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보며 밥을 기다렸다.
"밥먹어라" 낮고 짧은 한마디가 들리면
나는 이어폰을 꽂은 스마트폰을 들고 밥상에 앉는다.
아침반찬에 감자볶음과 시금치가 추가되었다.
나는 밥을 최대한 천천히, 유튜브 영상을 보며 먹었다.
엄마가 빨리먹고 자리를 비키기를 빌며 말이다.
엄마는 밥을 먹다 취업성공패키지 얘기, 군대얘기,
운동이라도 하라는 얘기를 꺼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신하며
최고의 무기인 "알아서 할게"를 꺼냈다.
반찬도 맛도없고 눈치도 보여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냥 방에 들어왔다.
밥을 먹으려고 잠시 끄고나간 불을 키지않자
방안은 너무나도 어두웠다.
모니터의 빛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깜깜한곳에 더욱 머무르기 싫어 불을키고 모니터 앞에
또다시 앉는다.
나는 잡생각이 드는게 끔찍하다.
그래서 게임이 하기싫어도 유튜브를 보기 싫어도
억지로 재밌는게 나올때까지 붙잡고 하는 시간도 있다.
지금이 그렇다. 역겨운 롤, 쓰레기 팀원들이 판을쳐도
나는 열을 내며 게임을 하는중이다.
시간이 흘러 새벽3시 배가 너무나도 고파져
이틀전 샤워를 하는 내모습을 본 엄마가 
오랜만에 친구만나는줄 알고 꼬깃꼬깃 접어서 손에 쥐어준 
2만원과 모자를 챙겨 집앞 편의점에 나선다.
새벽이라 누굴 마주칠 걱정은 줄어든다.
편의점에 도착해 도시락1개,컵라면1봉지,치킨1조각,
콜라1캔,햄버거1개를 계산하고 편의점에서 먹는다.
밥을 먹기전 이어폰을 귀에 꼽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먹는다.
이 영상을 보고있으면 나는 사회와 격리된 개체라 인식된다.
나의 '존재'는 지금 여기에 없는것이며
눈치를 주는 '대상'도 눈치를 받는 나라는 '존재'도 
없어지는것이다.
포만감이 가득찬 지금 나는 하루중 최고의 행복을 느낀다.
배를 빵빵하게 채운뒤에는 성욕이 스멀스멀 몰려올라온다.
담배를 한개비 피며 돌아와 집에 도착한뒤 
방에 들어와 불을끄고 모니터앞에 앉는다.
저녁쯤에 본 편의점 알바생에 얼굴을 상상하며
한손으로는 고추를 다른 한손으로는 마우스를 클릭하며
야동을 찾는다.
1대1의 정상적인 관계는 더이상의 흥분을 끌어내지 못하며
적어도 3대1 10대1의 관계가 담긴 야동을 찾는다.
총 40분가량 영상을 찾고 엄선한뒤 자위를한다.
절정의 순간을 마지한뒤 찾아오는 현자타임.
뒷처리를 하며 바닥에 튀어버린 액들을 닦으며 생각한다.
"나는 언제까지 이런 암흑에 살아야 하지?
나의 인생에 빛은 없는건가? 겨우 내앞에 있는 
이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 이게 내 인생의 유일한 빛인걸까?"
나는 역겨운 생각이 더욱 몰려오기전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키고 그 안으로 도피한다.
그대로 침대에 누워 구독된 영상들과 인기동영상, 
새로고침을 연달아 누르며 잠이 올때까지 영상을 본다.
영상 하나하나 댓글들을 내려 확인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쓴 댓글을 발견하면 설득시키기 위해,
자기주장을 위해 댓글을 써내려간다.
쓰면서의 타자 하나하나는 나도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작은 소리의 흐느낌 같은 울부짖음 같았다.
대부분의 나의 댓글들은 무시를 당했고
나의 눈은 점점 무거워진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날이 밝아짐에따라
나의 눈은 더욱 무거워졌고
빛이 가득한 낮에 나의 눈은 감겼고
깜깜한 암흑이 나를 반겼다.

IP : 59.24.YG.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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