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 20-02-08 11:46:43 | 조회 : 682 | 추천 : +2
난 어렸을때 부터 우리 형이랑 쭉 같이 살았다
우리 집은 어렸을때 부터 부모님이 안계셨기 때문에 일찍 경제활동 하고 싶다던
형은 일반고 진학을 안하고 버스타고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경기도에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음
형은 낮에는 학교에서 자동차 건축도장같은걸 배웠고 저녁되면 집주인 아줌마네 식당에서 일하고 그랬는데 마감할때
가게에 기본반찬같은거 많이 남는날은 맨날 검정색 비닐봉지같은데에 가끔 싸옴ㅋㅋ 오뎅볶음 감자채 무말랭이 같은거
가끔씩 형이 저녁에 집으로 소세지볶음 싸오는 날이면 난 속으로 졸라좋아했다. 나 중학교 1학년때부터 형은 취업실습인가 그거 나가서
일을시작했는데, 평소에는 그냥 말도 잘 없고 가끔씩 담배만 조금씩 피던 형이 일끝나고 집에 들어오고나서 샤워할때면 엄청크게 혼잣말로 욕을했다
"ㅆㅂ 왜그걸 나한테 ㅈㄹ이야 아 개빡친다" 이런말. 그리고 갑자기 이때부터 담배도 집밖에서 1시간에 1번씩은 피고그랬다.
나도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가야하는 시점에 1지망 2지망 이런거 뭐적지 하던 시기에 형은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공고다니는 형 따라서 나도 취업 빨리하고 힘든 가계에 도움보태고 싶어가지고 실업계 지원한다고 했다가 완전 어릴때 이후로 형한테 오랜만에 개쳐맞았다ㅋㅋ
형이 그렇게 겐세이 넣으니까 나도 어쩔수 없이 그냥 집에서 가까운 인문계학교 갔고 형은 군대갔다. 지금은 나도 군대 갔다온 입장에서 다른 애들은
월급 7~8만원 받으니 부모님한테 손벌려서 용돈으로 외박외출 나가는데 우리형은 생전 집에 용돈좀 보내달라는 그런말 한마디 안했던거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이해가 안된다. 다른거는 거의 다 고사하고 휴가만 가끔씩 진짜 차비가 아깝다고 자주는 못오고
4~5달에 한번씩 길게길게 나오고 (참고로 형은 강원도 화천에서 복무함.) 그때도 집올때면 무슨 초코하임이랑 홈런볼같은거 한보따리씩 사왔는데
난 아무생각없이 고마운줄 모르고 좋다고 처먹기에 바빴던거 생각하면 내가 나를 죽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ㅋㅋ...
나도 고딩때 공부하기 싫다가도 형이 항상 내가 집에오면 전화로 나한테 공부줜나해서 제발 자기처럼 힘들고 욕처먹는 일 하지말고 정장입는 일 하라고
귀에 딱지얹게끔 말을 계속 하니까 나도모르게 꾸역꾸역 공부해서 고등학교 졸업할때쯤엔 인서울 중하위권 학교 갈 성적은 되더라.
대학교 다니게 되면서 나도 성인 된거니, 호프집에서 알바하고 그러니까 용돈 필요없는데도 형이 나한테 한달에 한번씩 용돈 30~40만원씩 주면서
나는 니한테 돈 이렇게 매번 존나 주는데 넌 어떻게 여자친구 한번 못만드냐고 농담도 자주했다.
내가 졸렬하고 나쁜게 뭐냐면 이제 슬슬 나도 대학교 2학년 되고 대가리가 커지니까 형이 가끔 창피해질때가 있었던거같다. 우리 형은 영어를 아예 할줄 몰랐고
옷도 좋은거 절대안입고 작업복 같은거랑 진짜 동대문 옷 같은거 싸구려만 입었거든. 그래서 형이 가끔 공업사 비번인날 우리 학교 놀러와서 나 점심사준다고 하면
난 학교에서 형 안만나고 싶어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존나 도망다녔다. 저녁에 형 일끝나고 집오면 형은 대학교가 궁금한지, 나한테 대학교 어떻냐고, 이쁜여자애들 많냐고, 대학가면 소개팅같은거 자주 하냐고 물어보는게 나는 귀찮아서 그냥 핸드폰만 보면서 대충 대답하고 그랬는데 지금 내가 왜 그랬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형은 머리도 좋아서 공부했으면 대학도 좋은데 갔을텐데 나때문에 대학도 못가고 20살부터 아재들이랑 부대끼면서 일시작한건데...
나도 2학년 마치고 재학생 입영신청해서 군대갔는데 형은 면회도 자주왔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 군대가니까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아서
훈련소에서 옆애있는애한테 우표랑 편지지 같은거를 내가 꼼꼼히 모아놓은 그 좆같은 초코쿠키?(부식으로나오는거)랑 딸기잼(빵식나오는날 꼼쳐논거)으로 바꿔서
편지를 한 20장넘게 집에 보낸거같다. 자대 가고 나서는 형이 면회도 자주왔다. 면회오면 형한테 군대 좆같은점 1시간정도 말하면 형은 "원래 거긴 노답이야 ㅋㅋ"
하고 내말 잘 들어줬다. 그렇게 나도 입대한지 한 1년 조금 지나서 상병 3호봉땐가 형이 면회를 왔는데 평소랑은 다르게 차를 렌트해서 빌려오고
무슨 뜬금없이 정장을 입고왔더라. 나는 형 만나자마자 웃겨가지고 이게뭐냐고 그랬는데 형은 별말 안하고 그냥 조금 웃더라. 그날은 이상하게 형이 별말이 없고
나한테 안부만 묻길래 (밥잘먹냐 짬차니까 살만하냐) 난 형한테 별 시덥잖은 소리한다면서 넘기고 말았는데 며칠뒤에 생전 처음듣는 이상한 전화가 오더라
나한테 우리형 이름부르면서 아냐고 물어보길래 우리 형이라고 했더니 빨리 와봐야 할거 같다고 형이 자살했다고 그래서
무슨 대대장실가서 청원휴가 어쩌고 했는데 여긴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
너무 정신없고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라 시간이 꽤 지난 지금에서도 생각이 잘 안난다 진짜로. 이상하리만치....
군대 전역하고 3년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형 생각이 가끔씩 난다 진짜로.
지금은 멀쩡하고 괜찮은데 (물론 가끔씩 진짜 가끔씩 문득 그때 전화받은 날 떠올리면 공황장애같은 느낌 오긴한다.)
형 장례식하고 그럴때, 그때는 너무 우울해서 미쳐버릴거 같았다. 군대도 전역하고 시간이 꽤 지나고 했는데도 왠지 내가 절대로 웃으면 안될거같은느낌,
아니면 기뻐하거나 행복하면 절대로 안될거같은 느낌이 너무많이 들어서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나는 그 시간속에서 항상 죄인이었던거 같다.
지금도 갑자기 방정리하다가 형 물건이 나와서 생각나는김에 어디 말할데도 없고 그래서 여기에 우리형 이야기 써본다.
(아무리 친한 친구한테도 이 말은 절대 안했음 괜히 나때매 갑분싸되고 동정받는 느낌들면 나도 진짜 죽어버릴것만 같아서.)
와붕이들도 주변에 소중한사람 있으면 그사람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고 그사람을 소중히 아껴줬으면 좋겠다. 지금 너가 있기 위해서
너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된채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줘라.
내일 아침되면 어색한 나머지 이 글을 삭제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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