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각국 제약사·바이오기업,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총력전
美제약사, 사람 상대 첫 임상시험 돌입… "이르면 1년내 상용화"
일부선 "동물실험 빠져 안전성 우려"… 치료제 임상도 53건 진행
17일 미국 정부의 임상시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치료제 임상시험이 53건, 백신 임상시험은 3건 추진되고 있다. 발생이 확인된 지 2개월 만에 웬만한 글로벌 제약사와 정부·민간연구소가 다 달라붙었다. 감염증을 막을 백신이나 고치는 치료제 개발이 7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최악의 경제 위기가 몰아치는 코로나 팬데믹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코로나 백신·치료제 시장 선점도 중요하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3일 미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400만명 발생하면 900억달러(약 112조원)의 의료비가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개발 기간을 앞당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1984년부터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79) 박사는 "(백신 개발에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큰 투자도 필요하다. 국제 민간 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리처드 해챗 회장은 지난 14일 "(우리가 지원하는) 코로나 백신 개발에만 1년에 20억달러(2조4700억원)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개발에 30억달러(3조7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美회사, 백신 인체 접종 시작
미국 제약사 모더나 세러퓨틱스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시애틀의 카이저 퍼머넌트 병원에서 코로나 백신을 인체에 주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동물실험도 생략했다. 중국이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 지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시험이다. 독일의 바이오사 큐어백도 같은 방식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약을 코로나 치료에 재활용
치료제 개발도 봇물이 터졌다. 에이즈 치료제로 유명한 미국 길리어드가 가장 앞서 있는데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의약품 '렘데시비르'를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이미 미국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데 썼다. 한국과 중국, 미국 등에서 환자 1000여 명을 모집해 마지막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다. 다음 달 첫 임상 결과가 나온다. 미국 비르 바이오테크놀로지도 우한 코로나와 유사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한테서 추출한 항체를 우한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부터 60일 목표로 우한 코로나 완치 환자의 항체를 추출해 유전자를 그대로 복제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 유전자를 환자에게 주사하면 6~24시간 안에 인체에서 항체가 생겨나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다. 다만 항구적이지 않아 백신 개발 전까지 환자를 접하는 의료진 등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만 쓰일 수 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의료진에게 긴급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리·안전성 문제 불거져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전이 붙으면서 안전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은 동물실험에 쓸 실험용 생쥐조차 없다. 생쥐는 사람과 호흡기 세포 구조가 달라 우한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변형해 사람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생쥐를 개발하고 있지만, 보급까지는 수 주일 이상 걸린다.
미국 모더나가 동물실험을 건너뛰자 과학자들은 자칫 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약 임상시험은 세포와 동물실험 등 전(前) 임상 연구를 거쳐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게 원칙이다. 베일러의대의 피터 호테즈 교수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으면 백신의 부작용을 거를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