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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게시판
아래저승사자 본 이야기
오늘 낮에 밑에 있던 저승사자 글을 보고 문득 옛일이 떠올라 몇자 흩날려봅니다.
올해 28세로(이런젠장! 서른이 2년 남음) 28년이란 삶을 살면서 저승사자를 딱 2번 봤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감기로 고생고생할 때였습니다.
처음 제가 저승사자를 본 날은 초등학교 졸업에서 중학교 입학기간 사이의 시기였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잔병치례가 잦았던 저는 그 때도 매우 친숙하기 그지없는 감기를 가슴 속 깊숙이 품에 안고 골골 거리고 있었는데 해열제도 주사도 약도 딱 고때뿐 38~39도를 리드미컬하게 오가는 열과 편도선염으로 인해 미음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설탕물만 겨우 몇모금 먹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어느날 유독 약효가 잘 받아 아주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이 들었는데 꿈을 꾸었습니다. 예 꿈이었습니다. 꿈에서 '아~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구나'라는 걸 확실이 느껴졌는데요
꿈에선 전 아주 낯선 장소에 홀로 서있었습니다. 옛 사극에서 표현하는 조선시대의 한 마을과 같은 장소였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꿈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마을 이곳저곳에 금덩어리가(정확히는 황금색 덩어리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놓여져 있음에도 사람들이 아무도 금을 신경쓰지 않는 걸 보고 꿈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이라고 생각이 나자 새삼 호기심이 생겨 마을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마을 외곽이 커다란 강을 보게 되었습니다. 강은 정말 넓었습니다. 거진 한강 정도의 폭이었는데 깊이는 겨우 발목에서 약간 더 위로 올라오는 정도로 매우 얕아습니다. 헌데 강 건너편에 수많은 사람들이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의자에 앉은 채로 사진을 찍으려 하고 있었는데 사진기를 조작하던 사진기사분이 사진기를 조작하다 말고 저를 보더니 '아~ 손님! 빨리오세오 자리가 딱하나 남아요 어서 와서 사진한장 찍으세요!'라고 하며 저를 계속 불렀습니다.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아! 저 사진은 꼭 찍어야 해!'라고 생각했고 거침없이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한 삼분지 2정도 건넜을까? 갑작이 누군가 뒷통수를 강하게 때렸습니다. 꿈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은 제법 아니 매우 컸고 전 뒤를 돌아 저를 때린 사람을 찾았습니다. 제 뒤에는 정말 옛 조선시대 사진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하얀 도포자락을 입으시고 수염을 명치까지 기르신 한 할아버지께서 매우 화나신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시면서 '이런 고얀~놈! 네놈이 예가 어디라고 왔느냐?! 당장 돌아가지 못할까? 불효막심한 녀석 같으니!' 라고 하시며 저를 계속 때리시는 겁니다. 정말 그곳에 있으면 그 할아버지가 절 계속 때릴 듯 싶어 다시 발길을 돌려 되돌아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반쯤 건넜을까? 갑작이 오른 발목이 누군가가 잡은 듯 움직이지 않았고 그 순간 귓가에 사진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저의 바로 옆에서 말하는 듯이 가깝게 들렸습니다.
'손님? 한 자리가 남았는데 손님자리입니다. 꼭 사진 찍으셔야 합니다.'
라고 하는 말을 듣자 온몸에 소름이 돌면서 '아 이게 보통 꿈이 아니구나' 란 생각이 들려 발을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이기는 커녕 점점 뒤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사진을 찍을 것 같아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강 바닥에 제법 날카로워보이는 돌이 보이길래 그 돌을 집어 제 오른 발목을 찍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맞을 땐 정말 너무 아팠는데 제 발목을 돌로 찍을 때는 고통이 느껴지지가 않더군요. 몇 번 돌로 찍으니 제 발목이 결국 잘려나갔고 남은 한쪽 발로 필사적으로 움직여 처음 왔던 곳으로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깼는데 어머니께서 혼비백산한 얼굴로 ' 괜찮니? 정신들어? 나 누군기 알아보겠어??' 라고 하시길레 왜 그러냐고 하시니 제가 잠들고 나서 저녁 준비를 마치신 어머니께서 저를 깨워 저녁을 먹이려 했는데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도 않고 숨을 너무 약하게 쉬길래 큰일났나 싶어 놀래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꿈 이야기를 하니 두 분이서 '니가 요단강을 건너다가 돌아왔구나' 하시더군요
지금도 그 꿈에서 제가 돌로 잘라낸 오른 발목은 그 때부터 유난히 잘 삐던가 멍이 잘 생기는 등 상태가 영 좋지 않아졌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조금 있다가 올리겠습니다.
2부
간신히 조기 퇴근에(?!) 성공하여(이래서 직장인 필수게임은 메탈기어 솔리드인가 봅니다. 회사에서 집으로 은밀하게 잠입 성공했네요)
두 번째 저승사자 미팅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때는 2002년 월드컵이 한국 축구 역사상 유래없는 영광을 이루어낸지 6개월 후인 차가운 겨울.....
예..... 편도선염이 또다시 조용히 지내던 절 덮쳐버렸습니다. 이번에는 평소의 얌전한(???) 편도선염과는 달리 굉장히 적극적이고 격정적인 녀석으로 열이 해열제, 주사, 병원 처방약을 먹어도 39도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아 미음은 커녕 설탕물만이 저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1주일 정도 지났을까?
어느날 새벽 뜬금없이 고통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어라? 열이 내렸나?' 싶어 주무시던 어머니를 부득이 깨워서 체온계로 체온을 쟀습니다.
체온계를 꺼내신 어머니께서는 갑작이 눈이 커지시더니 마치 못 볼 걸 본듯이 두 눈을 크게 깜빡이시다가 방의 불을 켜시고 다시 체온계를 보시더니 '여보~!!! 일어나!!! 빨리!!! 애 죽어!!' 라고 사자후를 내뿜으며 안방으로 워프하셨고 곧 전 뭐가 먼지도 모르게 부모님의 도움으로 옷을 갈아입고 집앞에 있는 차에 탔습니다. 어머니는 연신 '여보! 얼릉 응급실!!! 애죽어!!'라고 하셨고 아버지는 저를 부르시며
'절대 눈 감지 마라!! 정신차려! 자면 안 돼'
라고 하시면 차에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도 못해 전 어지러움과 매쓰거움을 느꼈지만 조금만 더 가면 응급실이란 말에 억지로 참았습니다. 응급실 앞에서 내린 전 어머니와 함께 천천히 걸어서 응급실로 들어갔고 하필 그 때 저말고도 사람이 많아 어머니께서 접수를 하는 동안 전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 뒤 간호사가 체온계를 이용하여 체온을 확인하더니 조금 전 어머니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곧 '선생님! 위급환자에요! 선생님!' 하며 뛰어갔고 곧 어머니와 간호사의 행동을 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가 오더니 [오늘이 며칠이냐? / 여긴 어디인줄 아는냐? / 이름과 나이는 기억나냐?]같은 질문을 했고 전 '뭐지? 이 의사?'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다 답변을 했고 의사는 '허...의사생활 10년 만에 체온이 41도가 넘는 환자가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로 온 건 처음 본다' 라고 했고 그제야 전 어머니와 간호사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의사의 처방은 간단한 링거와 해열제 주사였습니다만 이 해열제가 원액이라고 하더군요, 맨정신으로는 마이신원액(분명 마이신이라고 들었어요)은 아파서 못 맞는다고 하던데 당시의 전 참을 만큼 아픔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간호사가 30분 단위로 체온을 확인했습니다. 마이신 원액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시금 전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고 어느새라고 할 수도 없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잠이 들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시선이 느꼈져서 눈을 떠보니 검은 도포자랏에 검은 갓을 쓰고 과하게 하얀도자기 피부를 자랑하는 사람 2명과 한명의 삼베 옷을 입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습니다.
순간 '저승사자인가?! 이번엔 진짜 가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는데 저승사자의 행동이 이상했습니다. 증조할머니와 주변 어르신들 그리고 TV에서 듣고 보는 것처럼 '자~시간이 되었다 자' / '이제 시간이 없네 먼길 가야하니 어여 가세' 같은 말은 전혀 하지 않고 계속 낡은 책자만 뒤적거리고 있었습니다. 한자로 적혀있었는데 그 책에 生)생)이란 한글자만 보였는제 전 '저게 말로만 듣던 사람 명줄 기록한 책이구나'라고 생각했고 아니나 다를까 책을 살피던 저승사자 반대편에 있던 저승사자가 저를 보더니 '오호? 넌 우리가 보이는구나? 그렇다면 분명히 우리를 전에 보았던가 아니면 저승문턱까지 갔다왔음이 분명하구나' 라고 하며 씨익 웃었는데 그 웃음은..... 그웃음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웠습니다.
전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두 눈만 깜박이며(이상하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더군요)그저 저승사자들이 그냥 지나가기만을 기달렸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책을 뒤적이던 저승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 아이 명부에 있기는 있는데 날짜가 지났는데? 오늘 데려갈 수는 없겠어 일단 돌아가서 다시 날짜 받아와야겠어'라고 했고 그 말을 들은 또다른 저승사자는 '예전에 저승에 와야할 아이가 조상 덕에 다시 살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이아인가 보군.... 날짜가 지났다니 그냥 가야지' 라고 하더니 저를 다시 보고는 '아이야 네가 조상덕이 있어 생을 이어가는구나 나중에 보자꾸나' 하고는 삼베옷 할아버지를 데리고는 응급실 문을 그대로 통과하며 사라졌고 그 순간 어머니가 '일어났니? 몸은 어떠니?'라고 물으셨고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움직여지자 전 어머니한테 '엄마... 혹 이주변에 오늘 죽은 사람 있어? 여기 병원에서'라고 물었고 어머니는 당연하게도 '무슨 소리니?' 하시기에 저승사자 본 이야기(놀래실 듯 하여 저승사자가 저에게 한 명줄 얘기는 생략했습니다.)를 했고 저승사자랑 같이있던 삼베옷 입은 할아버지의 모습 역시 설명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께서는 응급실 밖으로 나갔다 오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니가 설명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 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장이 오늘 끝이 났어 아마 니가 본 할아버지가 그분일 듯 싶구나' 하시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긴장이 확 풀어지더닌 다시금 잠이 들었습니다.
이후 감기는 말짱하게 나았습니다.
에필로그
그 일이 있고 5년 뒤인 07년 초에 온가족이 새해 점을 보기 위해 용한 무당(예전에 케이블에서 자주 보이던 그 무당입니다.)에게 갔는데 아버지, 어머니 점을 보고 제 차례가 왔는데 저를 한 번 보더니 무당분께서 얼굴을 한번 찌푸리더니 저에게 '저승 구경갔다와군만 그것도 2번이나' 하길래 저와 가족을 깜짝놀랬습니다. 그후에는 통상적인 얘기를 해주더니 대뜸 어머니와 아버지를 나가있으라고 하고는 두 분이 나가자 저에게 '애초에 갔어야 할 혼이 조상덕으로 다시 내려와 명이 바뀌었으니 쉽게 죽진 않겠구나, 허나 요단강을 건넜다가 오고 저승사자를 봤으니 이젠 남들과 다르게 귀기와 요기를 느끼게 되었으니 쯧쯧 다른 이와는 다른 경험을 다소 하게 될 것이야. 조상덕에 큰 화는 면하겠으나 허허 마음 단단히 잡아야 할 것이야'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그 날.. 2002년 이후 다른게 보이긴 시작하더군요. 물론 자주 보는 건 아니고 컨디션이 극단적으로 좋거나 극단적으로 안 좋을 경우에 한해서이지만요.....
다음에는 저희 증조할머니께서 저승사자 KO시킨 사연을 알려드리겠습니다.
3부
글재주라고는 짚신벌레가 세포분열할 때 쓰는 에너지보다 못한 저의 글에 호평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우선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 저승사자 시리즈의 완결편이자 외전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증조모(외가인지 친가인지는 저도 헷갈려서 그냥 증조모라고만 표현하겠습니다. T.T)께서 겪으신 일을 소개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들은 이야기인지라 내용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약간의(혹은 다소)각색을 하였으니 이점 부디 양해바랍니다. 또한 이번 이야기는 절대 무섭지 않고(그전 글도) 오히려 황당할 수도 있습니다.
증조모께서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 나이가 백수였다고 합니다.(99세)
그런데 돌아가시기 전 날에도 밭일, 논일 다 혼자서 전부 다하셨다고 하며 평소에도 농사를 짓다가 뱀이 나타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맨손으로 잡아다가 산속에 휙휙 던지셨을 정도로 기가 세셨고 정정하셨다고 합니다. 부모님 말로는 봄철 나물을 캐시러 갔다 오시면 항상 반쯤 기절해있는 뱀 2~3마리가 있을 정도로 여장군의 기세가 넘치셨다고 합니다.(부모님께서는 증조모께서 100년전에 태어나셨다면 왜놈들이 강원도에는 목숨이 아까워 안 들어왔을 거라고도 하시더군요;;)
그러던 어느 명절 때(부모님께서 언제인지는 모르나 명절이라고 하시더군요) 증조할머니께서 화를 내시면서,
'어느 XX년 XX를 갈아버릴 것들이 명절 댓바람부터 못된 장난을 쳐! 잡아다가 육시를 해도 모자를 것들!'
이라고 말 하시며 명절 댓바람부터 황소를 잡아드실만큼 화를 내시더랍니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화가 가라앉기를 기달려 여쭙자 말씀하시기를 간밤에 곤히 자고 있는데 언놈이 '어르신. 일어나시지요. 어르신? 일어나셔야 합니다.'하며 깨우더랍니다. 그래서 일어나서 보니 누군가가 검은색 도포자락을 입고 서 있더랍니다.
그래서 증조모께서는 '이 미친놈은 누구고?' 싶어 한참을 보니 그 놈(?)이 '어르신 이젠 가시지요 갈 길이 멉니다.' 라고 말했고 증조모께서는 '어디를 가? 내 집이 여기인데' 라고 대답했답니다. 그랬더니 그 놈이 말하길 '염라대왕께서 어르신을 뵙고자 합니다. 그러니 어서 채비를....' 딱 거기까지 들은 증조모께서는 냅다 일어나셔서는 그놈의 뺨을 후려치고는
'이 XX놈이! 내가 나이가 마을에서 제일 많다만 장난을 쳐도 정도가 있지 뭐? 염라대왕? 확 XX를 XXX해서 보내줄까? 어느 년놈이여 니놈 부모란 새끼는?'
하시며 이부자리 옆에 있던 효자손으로 그놈을 계속 후려쳤다고 합니다. 얼떨결에 맞은 그놈(?)은 연신 '억! 어르신 악! 전 사람이 아니구요 아악! 저승사자 억' 비명과 말을 동시에 내뱉었고 증조모는 저승사자란 말에 더욱 격분하셔서는 효자손이 부러질 때까지(당시 증조모께서 쓰시는 효자손은 오동나무였다고 합니다.;;;) 후려치자 증조모님께서도 잠시 숨을 고르시려고 손길을 거두자 그놈이 찌그러진 갓을 집어들고는 부리나케 달아났다고 말씀하셨답니다.
그 얘기를 들은 부모님이 증조모방을 살펴보니 효자손이 처참하게 부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날 내내 부모님은 증조모로부터 장난질 한 게 누군지 아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으셨고 그때마다 아니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못미더우셨는지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오시더니 증조모께서 하시는 말이 '아이구야 진짜 저승사자였나보구나. 날 데리러 온 것 같은데...... 감히 저승사자 따위가 날 데려갈려고? 흥! 어림도 없지 염라대왕이 와서 모셔가면 모를까?' 하시고는 그날 저녁에 막걸리 두 주전자를 전과 함께 드시고는 그대로 주무셨습니다.
이렇게 일이 마무리 될 듯 싶었는데 이것이 저승사자VS증조모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번엔 삼촌에게 들은 2차전입니다.)1차 대결이 증조모님의 압도적인 KO승이었던 때문인지 몇 개월 뒤 증조모님의 꿈에 또다시 그 때의 그놈이 왔더랍니다. '어르신 이제 제가 진짜 저승사자인 거 아시죠? 이젠 가시죠?' 하며 증조모의 눈치를 살살 보더랍니다. 그러자 증조모께서는 조용히 옆에 놓여진 부지갱이(연탄 집을 때 쓰는 바로 그거!)를 움켜쥐시고는
'네놈이 제정신이 아니니 여기를 또 왔구나 어디 이건 부러지지도 않을 테니 또 맞아볼텨?'
라고 하자 그 놈이 얼릉 방 밖으로 나가더니(저..저승사자도 무서웠나 봅니다.)
'아~ 어느 천지에 저승 가기를 원하는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허나 사람이 나고 죽는 건 하늘이 정한 이치요 이승과 저승의 순리이니 이제 그만 고집부리시고 저와 함께 가시지요 어르신!? 그리고 어느 누가 저승사자를 그렇게 쥐잡듯 때린단 말입니까?'
하며 소리를 지르며 증조모의 화를 살살 긁더랍니다. 그걸 보고는 증조모께서는
'니놈이 날 화나게 해서 방 밖으로 나가면 데려가려는 것 같은데 90을 넘게 살면서 오만가지 일들을 다 봤다 일제강점기에도 내 집에 왜놈 그림자도 안비쳤거늘 니깟놈에게 내가 당할 것 같냐? 자신 있으면 니가 들어와라' 하시며 말씀하시며 호롱불을 냅다 집어던지며 말싸움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에 수탉이 울자 저승사자는 '다음에는 기필고 모시고 갈 것이니 그동안 주변정리 잘하십시오' 라고 하며 훌쩍 집밖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이렇게 저승사자VS증조모의 대결 2차전도 증조모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증조모님께서 1차,2차전의 승리(......;;)를 주변 친인척에게 말을 했지만 그 누구도 믿지 않고 그저 '나이가 있으시니 슬슬 기력이 쇠해지신게지' 하고 말았답니다. 그러다가 2차전 승리 이후 얼마 뒤에 결정적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자리에는 명절날이라 친척들이 모였 있었는데 이른 아침에(생전에 증조모께서는 늘 새벽 5시 반이면 기상하셨다고 합니다.) 증조모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던 친척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 다들 가보니 증조모님 방이 엉망진창이 되어있고 증조모께서는 무언가를 꼭 손에 쥐고 계시더랍니다. 혹 잘못되신 건 아닌가 싶어 서둘러 증조모님을 부리며 깨우니 증조모께서는 '별일 아니다' 라고 하시며 손에 꼭 쥐신 걸 친척들 앞에 던지시며 하신 말이 '년놈들아 니들이 그렇게 못 믿길래 이번엔 그놈 저고리를 잡아뜯어 왔다' 라고 하셨답니다. 던지신 물건의 정체는 한복의 저고리 자락이었습니다. 색은 당연히 검은색이었다고 합니다.
일이 어떻게 된 것인가 하니 증조모께서 잠을 자고 계셨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레 부지갱이를 손에 쥐시고는 방문을 열자 마당에 오색연기가 자욱이 깔려있고 너무나 곱고 이쁜 꽃가마와 가마꾼 그리고 1차, 2차전에서 압도적으로 패배의 쓴잔을 마신 그놈이 있더랍니다. 그놈이 증조모를 보더니
'어르신! 이젠 제발 가셔야 합니다. 제가 어르신 모시려고 꽃가마까지 억지로 가져왔습니다. 이거 아무나 못탑니다. 이거 타시고 편안하게 가시죠 어르신'
하더랍니다. 그 꽃가마가 얼마나 곱던지 증조모께서 순간 '저걸 타고가?'하고 생각까지 하셨답니다. 그러나 증조모님 성정이 보통은 아니시라 '내 두 번에 걸쳐 아직 갈 수가 없다고 그리 일렀거늘 네놈은 어찌 그리 미련하더냐? 나말고는 갈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라고 하시며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시자 그놈이 얼릉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증조모님의 손을 잡아채고는 '어르신만 가시면 다 끝난다고 제발 가자고 이젠 어쩔 수 없이 힘으로라도 모시고 가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억지로 일으켜 방밖으로 끌고 가더랍니다. 이에 덜컥 겁이 나신 증조모께서는 갖은 욕은 다하시며 부지갱이로 저승사자를 또 다시 때렸고 저승사자도 더 이상은 안 되겠던지 증조모님께 덤벼들었고 둘을 그렇게 옥신각신 엎치락 뒤치락 하며 몸싸움을 벌이셨고 이와중에 증조모님께서 저승사자의 저고리 자락을 뜯었내며 발로 방밖으로 밀쳐냈다고 합니다.
반격은 했지만 또다시 얻어맞은 저승사자자은 씩씩 거리며 '아! 진짜 어르신! 제가 이 이상 어떻게 해야 가시겠습니까? 빨리 가셔야 합니다!" 라고 소리쳤고 증조모께서는
'썩 꺼져 염라국 염라대왕이 와 모셔 가기 전 까지는 어림도 없다 이놈아! 내가 좀 바쁜지 아느냐? 오늘 내일중으로 밭에 거름도 뿌려야 하고 소우리에 여물도 채워야 하고! 바빠서 안 돼!!'
하시며 방문을 닫고는 혹 그놈이 또 들어올까 저어되어 문까지 걸어잠그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척들은 앞에 놓인 검은색 저고리 자락을 보고는 황당해서 말을 못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증조모께서는 정말로 농사일이 바빠서 저승 갈 시간이 없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후 제가 태어나기 1~2년 전에 대뜸 친척분들에게 자신의 제사준비를 하라고 하시고는 얼마 안 가 잠자 듯 편안히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아마 증조모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염라대왕이 모시고 가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저도 친척분들에게 들은 이야기인지라 친척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혹은 매우 틀려(어느 친척분께서는 증조모께서 저승사자의 앞니를 부러뜨렸다라고 말하시더군요 -.-ㅋ;;)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황당을 넘어 당혹스러움까지 느꼈습니다.
일찍이 저승사자라함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소름끼치는 차가운 외모로 뭇사람들의 공포로 몰아넣었는데 증조모께서는 한 번도 아니고 무려 3번씩이나 저승사자와 싸워....아니 일방적으로 때리셨다니...... 친척분들께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절 놀리시려고 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한 분도 아닌 많은 친척분들이 이야기하시니 안 믿을 수도 없더군요. 저승사자를 때렸다는 이야기는 제가 알기로는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이렇게 저승사자 이야기는 완결이 되었는데요. 두서없이 지름신의 강림을 받아 쓴 글이라 어떻게 재미가 있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일부터 3박 4일간 출장이 잡혀 아마 짱공을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지만 출장 끝나고 돌아오면 02년 이후 제가 겪은 이야기들은 조금씩 선별해서(워낙 소소한 것도 많아서;;)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재미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제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조심하세요~ ^^
출처 : 짱공유 df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