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계절 [1]

32 보땅이 | 2020-10-09 05:39:44 | 조회 : 921 | 추천 : -




고등학생 때부터 만난 남자아이 썰 푼다. 들을 스레더 있어?

고등학교 1학년때였어. 3월달이 지나고 4월쯤, 친구들하고도 많이 친해지고 조금씩 어색함이 풀릴 때 쯤이었지. 나는 그냥 평범했고, 약간 모범생같은 타입이라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어.
하지만 그 아이는 많이 달랐어.

그 애 이름은 현이야. 외자이름이라 특이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특유의 분위기같은게 더 특이했을거야. 외모도 훤칠하고 성격도 그냥저냥 조용한 아이였을 뿐이지만 기라고하나, 하여튼 주변의 분위기가 묘했거든.
당연히 친구들도 없었어. 잘 다가갈 수 없다고 해야 하나, 어려웠으니까.

처음에는 단순히 분위기만으로 친구들이 접근하지 않는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어. 새학기이니만큼 잘생긴 외모의 현이에게 여자아이들도 관심이 많았거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학 선뜻 다가서는 아이는 한명도 없었어. 나도 그랬지. 의도해서 다가가지 않는다기보다는 어쩐지 타이밍이 미묘했달까.

게다가 가끔씩 허공에다 중얼거리거나 수업 중간에 안절부절 못하며 불안해한다거나 뛰쳐나간다거나 하는 그런 이상한 행동덕에 4월달이 끝날쯤엔 반에서 어쩐지 기피해야할 대상이 되어있었지.
나도 어쩐지 꺼려져서 잘 접근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마주칠 수 밖에 없었어. 나는 반장이었고 약간 문제아라고 생각되던 그애하고는 많이 마주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 선생님은 나에게 현이를 부탁하는일이 잦았거든.

장애아가 아닌 멀쩡한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부탁하는 이유는 아마도 왕따를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해서였을테지만, 사실 현이가 나머지 애들을 왕따시킨다는게 맞는 상황이었으니 나에겐 달갑지 않은 미션이었어.
하지만 어쨌든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용기를 가지고 다가서기로 했지.

선생님의 부탁대로 쉬는시간에 현의 책상으로 다가간다거나 체육시간에 같이 짝이 되준다거나 하는 일이었으니 어렵진 않았지. 처음엔 완전히 무시하던 현이도 차차 나아졌어.
말을걸면 쳐다본다거나 부르면 쳐다본다거나 하는 정도... 말은 거의 안했지. 표정도 잘 없었고. 자폐아는 아닌게 확실했는데 왜 그랬는지 그때는 몰랐어.
하지만 조금 친해진 후에 일은 일어났지.

학교에 소문이 퍼진거야. 무당의 아들이라더라, 라는 카더라 통신이. 뭐, 틀린 말은 아니었지. 확실히 현이의 엄마는 무당이었으니까. 나는 몰랐으니 모른다고 했을 뿐이고.
하지만 무당의 아들이라는게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꺼려지는 존재였겠지. 그래, 그랬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왕따를 시킬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심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아이들은 현이를 싫어했어.
그렇게 고고한척 하더니 무당 아들 주제에 그렇게 잘난척 다른 애들을 무시한다는게 싫었겠지. 그런 몇몇 아이들은 범접하기 어려운 현이보다는 주로 나를 타겟으로 삼았어.
저년도 무당이 아니냐느니, 혹은 얼굴만 보고 저렇게 남자 뒤꽁무니 쫓아다니는거 웃기지 않냐느니 하는 것들.
단순한 뒷담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괴롭힘도 동반되어서 상당히 힘들었어.

대표적으로 대여섯명정도가 특히나 날 괴롭혔는데, 머리를 잡아당긴다거나 대놓고 욕하거나 침뱉거나 내 물건을 버린다던가 하는 정도였어. 어느날인가는 도저히 못참고 대들었다가 맞은적도 있었지. 심하진 않았지만 얼굴에 멍이 들 정도.
그때 당시에는 너무 무서웠어. 하지만 그렇다고 현이를 외면하기엔 이미 친해진게 억울했고. 이제는 짧은 대화라거나 소통은 했는데 이제와 다시 모른척하자니 싫었어. 현이 외의 친구들과는 별로 친하지도 않고.

괴롭힘은 심해졌지만 제제가 없더라. 너무 힘들었어. 맞는것보다는 날보고 손가락질하는 그 시선들이 싫었어. 그에 반해 현이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 더 싫었고.
서러웠어. 정말 너무. 학교 가기도 싫었고, 부모님께도 말하지 못했어. 새학기 된지 한달좀 지났는데 벌써 왕따라니, 그런거 부모님께 말할 수 없었으니까.

4월 중반쯤인가, 정말 심하게 맞은날이 있었어. 독한 맘을 먹고 반항하다가 더 맞았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어. 학교 구석 여자화장실에서 그렇게 맞다가 어느순간 픽 어지러워 쓰러졌는데, 화장실 문 밖에 현이가 서있었어.
쓰러지는 날 잡아서 옆 벽에 기대어놓고 조금 인상을 찌푸린채로 날 괴롭히던 아이들을 바라보던 눈길이 서늘했지만 어쩐지 안심이 되더라.
여자애들은 어쩐지 현이에게는 한마디도 못했어.

현이는 내 눈을 가리더니 약간 차가운 손으로 두어번 버리카락을 쓰담고 손을 뗐어. 안심이 된 나머지 눈물이 막 나는데...
여자애들은 그대로 굳어서 분한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가만히 있었지. 그러던 와중에 한 여자애가 현이에게 불쑥 다가가더니 겁없이 소리쳤어.
네가 뭐냐고, 꺼지라고, 무슨 사이길래 그렇게 매일 붙어다니냐고. 나랑 잤냐면서 현이에게 추궁하는 표정이 끔찍했지.

현이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말했어.
"너희, 그러다가 죽어. 그만해. 남 죽이려고 괴롭히는데 너희는 멀쩡할 것 같아?"

평소랑 별 다를것 없는 억양에 목소리였지만 어쩐지 이질적인게 순간 이 화장실만 다른 세계 속으로 빨려들어간 느낌이었어. 여자애들은 소리지르면서 화장실을 뛰쳐나갔고 나는 부축을 받아 일어나서 병원에 갔어.
그 후로 괴롭힘은 사라졌어. 아예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거든. 그 여자애들은 며칠 후에 한명은 교통사고로 입원하고 다른 한명은 폐렴으로 입원했어. 나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둘은 나를 특히 심하게 손찌검했기 때문에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
괴롭힘은 사라져서 상당히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게 된 나는 더 현이와 어울렸어. 말은 없었지만 항상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현이가 좋았어. 이성적으로라기보다는 정말 편했지.
그러다가 4월 말에는 같이 벚꽃구경도 갔어.

벚꽃이 꽤나 예쁘게 피었었고, 막 피어나는 벚꽃은 정말 볼만했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물론 벚꽃 뿐만이 아니라, 현이와 같이 가서 더 기억나는 걸지도 모르지만. 벚꽃구경은 즐거웠고 어느새 해는 졌어.
밤에도 볒꽃 구경을 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현이를 따라가다보니 점점 한산한 곳으로 가게 되었지. 어째서 그런 한산한 공간이 있었는지는 몰라.
그때 사람들이 참 많았어서 분명 그렇게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곳이 비어있을리가 없었는데, 가다보니까 군중에서 멀어지더니 점점 사람들이 사라졌어.

어느새 사람들이 거의 다 사라졌어. 지나가는 몇몇의 사람들도 뭐랄까, 존재감이 옅었지. 명동에서 나하고 20m쯤 떨어진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는 걸 보는 느낌? 정말 존재감이 옅었어.
거의 나하고 현이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이상했지. 약간 두렵기도 했어. 어쩐지 이질적인 공기가 숨이 막혀서, 난데없이 모르는 나라에 떨어진 느낌이었어. 언어도 공기도 모르는 나라에 떨어진 느낌?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가 이럴까, 하고 생각하면서 걸어가는데 점점 두런거리는 소리가 커졌어. 뭘까, 하고 땅만 바라보던 고개를 든 순간, 현이가 날 확 잡아채어 길가로 데려갔지.
그순간 가마를 진 사람들 무리가 화려한 빛의 초롱불을 들고 지나갔어. 언뜻 본 가마 안은 머리채가 긴 여자가 화려한 한복을 입고 앉아있었고, 가마는 붉은빛에 황금색으로 치장된게 정말 화려했어.
앞에서는 말에 탄 선비같은 남자가 먹색에 가까운 남색 도포를 입고 지나갔고 가마 밑에는 여섯명 가량의 남자가 하얀 한복을 입고 가마를 졌고, 뒤로는 소박한 한복의 여자 두어명이 가마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랐지.

말하는것을 들으니 혼인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듯 했어. 하도 정신이 없어서 어버버하면서 나는 왼팔을 잡힌채로 현이에게 끌려가고, 가마는 우리가 왔던 길 쪽으로 지나갔지. 가마 안의 여자가 후후, 작게 웃는 것 같기도 했어.
정신없이 가마를 보다가 안개가 낀 길 저편으로 가마가 사라지자 번뜩 정신이 들어서 현이를 쳐다보니까 정말 평온한 표정이었어.
난 지금 나혼자 헛것을 본건가, 하고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현이에게 물었지. 지금 가마가 지나갔는데, 한복을 입고 결혼이라는데, 하고 횡설수설하면서.
현이는 태연하게 영혼 결혼식에 아는척했다가 몸종으로 끌려가기 전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 난 여전히 ?????...?!??!??!!?하는 상태였고.

점점 길에는 안개가 끼어서 앞도 안보일 지경이었어. 현이가 잡은대로 따라갔지만 불안하기 그지없었지.
결국은 못참고 어디로 가는거냐고 소리치려는 순간 안개 사이로 벚꽃이 우수수 떨어져내렸어. 바람이 미약하게 분 것 치고는 굉장히 많이.
시야를 가릴정도로 벚꽃이 떨어지는게 놀라워 멍하니 벚꽃잎을 쳐다보다가 어느순간 어지러워서 철퍽 넘어지는것 같았는데, 눈을 뜨니 나는 사람이 많은 벚꽃길 벤치 위에서 현이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더라.

나는 여전히 멍했고, 그 하늘하늘한 한복들과 나지막한 가마속의 웃음소리, 자극적으로 붉고 금으로 칠해진 화려한 가마와 훤칠히 잘생긴 묵색 도포의 미남, 가마속 여인의 비단결같은 검은 머리칼과 가마지기들의 열기어린 땀방울이 눈앞에 어른거렸지.
꿈결같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나 생생하기도 한 풍경을 떠올리는데 정신이 팔린 동안 현이는 일어난 나를 이끌고 택시를 타서 집으로 돌아왔어.
현이와 나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이었지만 현이는 5층, 나는 2층이었어.
엘리베이터를 타서야 정신이 든 내가 현이에게 그 가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현이는 손으로 내 입을 딱 막더니 "아는척 하지 말라고 했지. 좋은 구경 했잖아, 그러니 조용히 해." 하고는 2층에 나를 내려놓고는 올라갔어.
나는 그대로 집에 들어가서 씻고 잤지만 여전히 정신이 멍했어.

음, 나는 가마를 지고 가던 남자 일꾼들을 가마지기라고 했지만 지금 찾아보니 가마를 메는 사람들을 '여정' 이라고 한대. 몰랐어...

고등학교 1년의 첫 벚꽃계절은 그렇게 지나갔어. 오월쯤 볒꽃이 질때 한번 더 가자고 했지만 어째선지 현이가 싫다고 해서 나혼자 갔는데, 그 전과 같은 것은 보지 못했어. 당연히 그런 인적드문 벚꽃길도, 찾아봤지만 없었고.
단순히 꿈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생동감있고 생생했지만 또 반대로 그 느낌이, 뭐랄까 꿈결같이 열락에 차 있어서 어쩐지 꿈인지 아닌지의 구분은 모호했어.
그 후로도 그 이야기를 꺼내면 현이는 조용히 하라고 할 뿐 별 말이 없었고.

글 잘쓴다니 고마워! 듣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어쨌든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사건은 그렇게 지나가고, 5월은 그냥 별일 없었어. 그냥...시험.......흐으허ㅓ으어
6월은 더웠지. 정말 죽는줄 알았어. 그 더위가 내 무덤이 될줄은 몰랐지만.

5월 초에 시험이 끝나고는 지친듯 잠잠했어. 아무래도 고등학교 입학해서 본 첫번째 시험이니 그럴만 했지. 하지만 5월 중반정도까지 잠잠하던 고등어들은 더워지는 6월초에 미쳐 날뛰기 시작했어.
그때 하필이면 우리 학교 주변에 있던 폐가가 눈에 띄었어. 물론 겁많은 내눈에 띈건 아니야... 난 그런데 못가.

난 좀 귀신같은거에 겁이 많거든. 성격이 심약하거나 그런건 아니고, 우리 언니가 나보다 다섯살이 많은데, 되게 걸걸한 성격이거든.
그리고 그에 걸맞게 공포영화나 고어영화를 많이 봤어. 열살짜리 동생 앞에서 소돔과 고모라의 120일같은거나 보는 중2라면 알겠어?
그래서 나는 이상하게도 고어한 것에 대해서는 면역이 잘되어있는데 공포영화는 오히려 트라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오히려 반에서 은따가 되거나 아니면 심한 아이들은 아파서 학교에 잘 안나왔어. 그래서 나머지 아이들하고는 6월달쯤 되자 조금씩 친해졌지. 오다가다 인사하는 정도로.
그리고 6월 초에 드디어 한 남자아이가 각반끼리 폐가에 가기로 했다는거야. 나는 당연히 기겁을 하며 싫다고 했지만, 선생님들도 의외로 찬성해서 결국은 1학년 수련회를 거기서 하기로 했어. 난 전학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지.

우리학교는 수련회를 가는 기간이 뭐랄까, 다채로웠어. 거의 학생들 의견대로 가는 편이었고 여름이나 가을에 갔지. 장소도 학생투표였지만 폐가라니 말되안돼!! 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수련회라기보다는...
담력체험 비슷한 야영? 같은 거더라고. 수련회는 따로 간다나. 이건 예전에 막 누리단같은거?? 야영가는 느낌이었어.
학부모에게는 야영 담력체험 어쩌구 저쩌구해서 동의도 얻었지. 한창 공부할 고1이어서 반대가 심했지만 학생회측에서 강력히 요구해서 통과했다고 하더라.
그러니 뭐 학교측에서 이미 위험한거 치우고 준비도 했지. 이건 지원해서 가는거라서 안가는 애들도 많았어. 하지만 가는 애들이 반정도였지.
나는 반 애들하고 친해질 욕심에 두려움을 이기고 신청했고 현이는 끝까지 말리다가 결국 내가 간다니까 인상쓰면서 같이 신청했어.

결국 6월 중순, 한달 후면 기말고사인 시점에 야영이 시작됐어. 거긴 꽤 컸어. 폐공장이었으니까.
풍문으로는 6.25 후에 지어진 공장인데 사장이 악독해서 기계에 손가락이 잘리거나 심하면 말려들어가 죽은 일꾼들에게 돈한푼도 주지 않았다고 해. 그러다가 죽은 일꾼의 아내가 목을 메고, 공장장이 의문사. 공장은 망하지.
그 후에는 망한 공장을 개조해 병원으로 쓰다가, 1990년도 초에 병원 지하실에서 장기밀매를 했다는게 밝혀져 다시한번 망하고, 그 후로 쭉 그상태야.
동네 어르신들에게 들은 카더라지만 의외로 지역신문을 보니 진짜더라고. 자세한건 진짠지 모르지만 공장이었다가 망하고 병원이었다가 망한건 확실해. 재개발인가 뭔가로 지금은 무너졌지만.

꽤나 파란만장한 건물에 역사에 건물 담 안의 마당같은 곳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멘붕. 벌써부터 집에 가겠다는 아이도 몇 있었어. 현이는 쭉 속이 안좋은듯한 표정이었고, 나는 그냥 내가 여길 왜왔을까ㅠㅠㅜ
반애들이고 나발이고 집에 가고싶다... 엄마... 하는 기분으로 현이 옆에만 달라붙어 있었어. 체온이 좀 낮은편이라 붙어있으면 시원했지만 다른곳처럼 오한이 들지는 않았거든.
오히려 현이 옆이 가장 안정감있었어. 더운 여름인데도 다른곳은 어쩐지 오싹했으니까.

나는 속으로 저건 카더라일 뿐이야! 공장과 병원의 망함은 그냥 불경기여서일 뿐! 어르신들은 원래 약간 과장해서 말하시는 경향이 있지! 라고 세뇌했지만 효과 그딴거 없음... 엉엉
마당에 텐트를 치고, 200명 남짓의 아이들은 한반당 한텐트씩 낑겨 자야만 했어. 큰 텐트지만 평균적으로 열두어명이 같이 자기엔 좀 좁았는데, 다행히 우리반은 열명밖에 안와서 널찍했지.
내가 오른쪽 구석이고 현이가 그 옆엔 같은반 남자애들 넷의 자리고 여자애들 넷이 왼쪽으로 다다닥 붙어있었어.
남녀가 같이 자긴 했지만 담임선생님도 같이 자니까 아무도 신경 안썼고. 담임쌤은 여자로, 우리 머리맡에 가로로 누워서 자기로 하셨어.

1학년은 총 15반이니 학생만 180명 가량 왔고, 선생님들 20분이 오셨지. 15명은 담임, 5명은 다른학년 남자 체육쌤 세명과 교감 두명. 학부모도 4분 오셨어.
일단 4시쯤 모여서 텐트치고 밥먹으니 6시, 7시쯤이었어. 해는 지고, 콘크리트의 삭막한 폐건물에 음영이 지기 시작했지.
어디선가 비린내가 나는듯이 불쾌했고, 여름인데도 건물의 그림자 탓인지 굉장히 서늘해 다들 옷 가져온 친구나 선생님께 옷을 빌리거나 집에 가서 가져오는 애들도 있었어.
유리가 거의 없이 깨진 창문의 어둠 안으로 누군가가 창백히 쳐다보는것 같다며 집에 가는 아이도 두어명.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건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짙고 어두운 기가 있었어.

회색의 벽면을 타고 올라간 무성한 담쟁이덩쿨이 어째선지 모두 죽어 잿빛 벽면에 붉은 담쟁이덜쿨 가지만이 머리카락처럼 엉겨있는 모습이 소름끼쳤는데, 하필이면 그 밑에 우리 텐트가 있었어.
벽 옆이라 그림자도 장난이 아니고, 콘크리트 벽에 엉긴 붉은 머리카락같은 덩쿨이 징그러워 차마 쳐다도 못보았지. 현이는 뭔가 거슬리는듯 꽁해있었지만 난 내가 너무 무서워서 신경 쓸 수가 없었어.
ㄷ자 형태의 건물은 주변이 빙 담으로 둘러싸여 정신병동같았는데, 실제 그 병원이 정신병동인지 아닌진 몰랐으나 높고 두꺼운 회색 담은 누구도 살아 넘을 수 없다는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어.
ㄷ자 건물의 한복판에 텐트를 쳤으니 잿빛 건물과 잿빛 담으로 둘러싸여 그 지독한 서늘함에 푹 안긴 것 같았지. 어둠이 지자 잿빛은 마치 검은색처럼 보이기까지 했어.

일곱시에서 여덟시는 갈애들은 가고 진짜 남아서 잘 애들만 자라고 해서 몇몇 애들은 가고 남을 애들은 남았어. 나는 그때 화장실 갈까 말까 하다가 현이가 기다려주겠다고 가자고 해서 건물 화장실에 가느라 한시간 소비...
당연히 파리가 날리고 이상한 썩은냄새같은게 나는 끔찍한 화장실에서 싸고 물도 안내려가서 무서움에 서둘러 돌아오니 이미 집에갈 타이밍은 끝났지.

화장실을 묘사하자면 일단 배설물 냄새같기도 하고 고기 썩는것 같기도 한 냄새가 났어. 근원은 모르겠어. 하수구 같은데... 변기는 양변기가 아니라 쪼그려서 싸는 스타일이었고. 그래도 푸세식은 아니여서 안도했지.
불은 들어오지 않았어.그리고 옛날 학교 화장실같이 바닥이 나무더라고. 그래서 물에 젖어 썩은 나무 끽끽거리는 소리도 장난이 아니고, 거울은 크게 벽면에 붙어있었는데 다 깨져서 진심 무서웠어.
깨진 거울엔 굳은 피마냥 검은게 말라붙어 있었는데 진짜 피인지는 모르고. 낙서는 안되어있었지만 화장실 문이 고장나서 잠긴것같은게 대부분이었고, 사람도 없을텐데 화장실 칸막이에는 긴 머리카락같은게 몇가닥 붙어있더라고. 머리카락인지 실인지는 잘 모름!

그런 화장실에 갈 용기가 있는이라고 쓰고 멍청이라고 읽는 사람은 나뿐. 현이는 여자화장실이라고 써붙어있는 곳에 들어와서 내 화장실 문 바로 앞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어.
물론 나도 쪽팔렸지만 혼자 들어가기보다는 나았어. 정말로. 내가 솜씨가 없어서 저렇게 썼지만 진짜로 들어가면, 아니 아예 해지면 들어갈 용기조차 안나.
나야 다행히 어스름할때 갔지만 해지니까 컴컴해서 문 바로 앞에서도 안이 안보여. 그래서 다른애들은 그냥 건물 옆에다 쌌음... 나도 그럴걸...
너무 건물이 무서워서 안쪽 탐험 그딴건 절대로 못하고, 가고싶은 애들만 선생님께 말하고 적어도 다섯명이상 무리지어서 경로 정한 다음 핸드폰으로 실시간 중계하면서 가기로 했어.
난 당연히 안감. 현이도 이번에는 완간하게 안된다고, 마치 저번에 벚꽃 보러 갔을 때 가마에 관해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을 때 마냥 단호했어.

알았어; 없는줄알고 씻으러 가려고 했거든. 이것까지만 다 풀고 한 삼십분만 씻고 와야지.
여하튼 그런 단호함에&가기 싫은 내 마음에 나랑 현이는 약 140명과 함께 모여서 생중계를 보는것으로 결정.
용감한 40명은 체육쌤 아니면 학부모랑 같이 한조당 10명&어른 두명씩 가게 되었어. 그걸 보면서 나는 어쩐지 건물 안에서 춤을 추며 돌아다니는 언니의 흔분한 모습이 어른거렸지.
참고로 우리 언니는 보호자 자격으로 오겠다고 하다가 결국은 클럽에 끌려갔지.

언니가 왔으면 아마 건물 지하실에서 강령술이라도 했을거야.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애들은 뭐... 그냥저냥 잘 다녀왔어. 다치진 않았다는 소리야. 화면은 겨우 서로의 얼굴만 보이고 나머지 부분은 거의 다 까맣게만 보여서 잘 몰랐는데, 낮에 다시 탐험하니까 거의 병원침대나 링거 거는 대같은거? 그런거랑 휠체어같은거더라.
수술실이랑 지하실은 밤이라 못가고, 복도만 어슬렁거리다 다들 돌아왔어. 몇몇 여자애들은 갔다 오더니 토하고 집에 갔고, 멀쩡한 애는 몇 없었음. 나머지 남자애들은 거의 패닉.
다친곳도 없고 생중계로 봤는데도 아무 이상 없었는데 왜저러나 하고 물어봤더니, 걔네들이 하는 말이 진짜 오싹했어.

자기들이 돌아다닐때 웅성거리면서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계단으로 올라오려다 내려가는걸 봤다는거야.
그치만 뭐 각각 층을 나눠서 한팀씩 들어갔으니(건물은 4층) 호기심에 다른팀 애들이 올라왔다가 자기들 탐험하는거 보고 내려갔겠거니 하고 무시했대.
하지만 내려오면서 1층에서 만나 왜 계단으로 올라오려고 했냐고 물으니까 다들 어리둥절해 하면서 서로 '그러는 너희는 왜 계단으로 올라오려고 or 내려오려고 했냐'고 물었다는거야.
한마디로 아무도 중간에 계단으로 윗층이나 아래층으로 이동하려는 시도를 한 팀은 없었다는거지.
그렇다면 각 층에 한팀밖에 없었는데, 서로가 보았던 그 계단으로 올라오려고 or 내려오려고 시도한 사람들은 누구냐는거야.

그리고 그때 서로 뭐야 거짓말 하지마 하고 탓하던 때에 거의 줄 끝에서 따라오던 조용한 여자애가 한참 토하고 오더니 울면서 소리질렀어.
너네는 이상한거 모르냐고. 우리들 다 랜턴 키고 이동했는데 그 계단에 있던 무리는 랜턴을 하나도 안키고 있었잖느냐고. 그건 사람이 아니라고.
그리고 건물 뒷편으로 용변보러 갔다오신 교감선생님이 오시면서 왜그러냐고 안에 남아있는 애들 그만 나오라고 하라고 하시는거야. 그래서 체육쌤이 다 나왔는데요? 하니까
아니라고 방금 몇초전에 소변보는데 2층 창문으로 열댓명 남짓한 사람들이 불도 안키고 가기에 위험하다고 넘어지니까 불키라고 소리쳤더니 무시하고 지나갔다면서 학생들이 아직도 안나왔다고 하셨어.
하지만 이미 애들은 십분 전부터 모두 나와 있었어.

나는 너무 무서워서 그 무리가 혹시 귀신이면 애네한테 붙어서 나온거 아니냐는 걱정에 거의 울지경. 패닉에 빠져서 거의 매달리다시피 현이에게 매미처럼 붙어있었지.
남녀칠세부동석이고 나발이고 한마리 매미가 된 나를 현이는 아무 말 없이 매달고 다녔어. 하지만 결국 내가 너무 떠니까 픽 웃더니
"그들은 저 건물 밖으로 못나와. 건물 안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아무 짓 못해." 하고 별거 아니라는듯이 말하고는 날 탁 털어 떼내고 건물 뒤로 용변보러 갔어...
하지만 나는 이제 2학년 체육쌤에게 붙었다. 차마 매달리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현이 올때까지 그쌤 쫓아다녔어. 가장 쎄보였거든. 이 와중에 담뱃불 안붙여진다고 손으로 감싸고 붙이다가 데여서 욕하는거 보니 안심이 되더라...

뭐, 그건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어. 교감쌤도 애들 분위기가 너무 안좋으니까 잘못봤나보다고 넘겼고 다만 들어갔다 나온 애들중의 대다수는 머리아프다거나 춥다거나 속이 안좋다면서 토하고 울다가 집에 갔지.
나는 현이가 안오니까 집에 간다고 말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다가 결국 또 타이밍 놓침. 이때 집에 갔어야만 하는데...

2학년 체육쌤은 결국 담뱃불 붙이기에 성공, 싱글벙글하면서 피우고 계셨다. 나는 현이 오자마자 다시 현이로 갈아탔고. 2학년 체육쌤을 흘끗 본 현이는 넌 어째 기쎈사람 옆에 잘붙는다며 머리를 토닥였는데 칭찬같았어.
공포를 없애기 위해 노래하고 장기자랑하기를 한시간정도, 시간은 10시 좀 넘었지. 그때부터는 솔직히 아무리 공포감을 없애려고 해도 안됐어.
건물 분위기 자체가 너무 어두웠고, 용변보고 오는 애들마다 3층이나 1층에서 어떤 사람들이 무리지어 다니는걸 창문너머로 봤다고 해서 말이야.
현이는 그때마다 움츠러드는 나에게 못나온다니까? 저 건물 부숴도 그 터에서 못나와. 하고 간만에 길게 말하며 위로했어. 근데 신기하게도 평온하게 그렇게 말하는걸 듣다보니 정말 안심이 되고 평안해지더라.

하지만 그 평온도 잠시. 애들은 이렇게 된 바에 각자 텐트에 모여서 무서운 얘기나 하다 자자며 흩어졌어. 남자쌤들이나 남자 학부모들은 텐트 주변은 돌아가면서 지키고, 나머지 애들과 담임쌤은 우리 텐트에 들어갔어.
텐트는 16개 쳤는데 각 반마다 하나씩 쓰고 담임들은 각자 반 텐트를 썼지만 학부모들이랑 담임이 아닌 쌤들 아홉분은 따로 텐트 썼다.

다행히도 우리 쌤은 여자여서 순찰은 안돌았고, 우리는 모여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로 했어. 둥글게 둘러앉고 담쌤은 듣기싫다며 MP3를 듣고 계셨지.
뭐, 무서운 얘기래봤자 다 뭐 옛날 옛적 화장실 귀신... 파란휴지 빨간휴지... 듣다보니 무서움은 커녕 너무 고전이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
그때, 무슨 쌍팔년도 무서운 이야기냐며 한 애가 나왔어.
우리반에서 오컬트나 공포영화 좋아하기로 소문난 남자애인데, 걔가 이야기 하는건 진짜 오싹했지. 그러다가 결국은 아까전에 처음에 들은 이 건물의 역사 이야기로 넘어갔어.

일단 공장이야기부터. 이 남자애, 오컬남이라고 할게. 얘는 진짜 조사 많이 했나 봐. 처음 이야기할때 이건 우리 학교 주변 oo슈퍼마켓하는 김복순할머니한테 물어봐서 들은건데... 하는 식으로 출처가 정확했어.
엄청 소름이었지. 거짓말도 아닌것 같았거든. 요며칠 여기서 야영한다는 소리에 바쁘더니 이거 물어보고 다녔다더라. 여하튼 그 얘기대로라면 공장주는 남자야. 일꾼은 300명가량 되는 큰 공장이었다고 해.
그다지 작은 건물은 아니지만 학교만한것도 아니어서 300명이 일하기에는 좁았는데, 그러다보니 사고가 잦았다고. 작업 환경도 마치 산업혁명때의 영국같았지만 전쟁 후에 가난한 우리나라 서민들이 일할곳은 공장 뿐이었지.
정확히 무슨 공장인지는 몰라도 그시대에 흔치않게 다들 경공업 하던 때에 중공업을 했다는데, 그때문에 상당히 위험했대.
지금과는 다르게 안전설비같은건 없고, 사람이 말려들어도 빨리 멈출 수 조차 없었다나. 그래서 손가락이 말려들면 옆의 동료가 재빨리 잘랐대, 손가락을.

그런데도 일당은 먹고실기에도 척박했고, 한서린 일꾼들의 목소리는 탐욕으로 귀가 막힌 공장주에게 닿지 않았어.
그러다가 그 공장 일꾼의 아내가 어느날 공장을 방문했나봐. 몇년 전에 들은 이야기라서 사실 지금 쓰면서도 잘 기억은 안나지만 예뻤다고 해.
당연히 공장주는 그 아내에게 추파를 던졌고, 그걸 막던 일꾼은 해고됬어.

그 집안의 가장이 짤리자 당시 열몇살이던 아들이 대신 일하게 됬는데, 그 아들이 바로 일하다 죽은 일꾼이야. 아들이 죽자 해고되었던 남자는 죄책감에 알코올 중독에 빠져 죽고, 여자는 공장에서 자살.
그 후에 공장주의 아내가 낳은 아이가 손가락이 없이 태어났다느니 하는 말도 있었던것 같은데 그건 정말 카더라하는 이야기고, 공장은 망했어.
그 다음으로 설립된게 병원. 어쩐지 담이 정신병원같더라니 정신병동도 있었대, 여기에. 그러니까 ㄷ자 건물중에 한동은 정신병자 입원시키는 용도였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정신병자들로 장기밀매를 했다는데, 이건 사실이 아닌 것 같아. 병원이 망한 이유는 알고보니 병원장의 가정사 때문.
병원장이 여잔지 남잔지는 모르고, 당시 1990년도 초반의 병원장 아들이 정신병동 여자랑 사랑에 빠졌나봐.
그래서 그 아들이 정신병동 여자를 데리고 탈출하는데, 그 여자는 진짜 정신병자였던건지 그 아들을 죽이고 혼자 달아나. 병원장은 그 충격에 쓰러지고 그때부터 병원이 기울어가서 망했대.

이걸 다 듣고 울먹울먹하는 나를 보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현이가 귀에다가 "이거, 거의 사실이긴 하지만 과장된 부분이 있어." 라고 낮게 말했어. 어쩐지 신뢰가 가는 투라 "어떻게 알아?"하고 작게 물어봤더니
"텐트 밑에 있는 여자가 말하는거랑은 조금씩 다른데?" 하고 말하더니 그 후로 말이 없었어. 내가 새하얗게 질려서 무슨 소리냐고 물어도 평소처럼 물끄러미 쳐다만 보지 대답을 안해주더라.
아니 그런 말을 던져놓고 대답을!! 안하면!! 어!? 어ㅠㅜㅠㅜㅠㅜ!?!? 하고 패닉했지만 그렇다고 불상같은 현의 입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건물 일대기가 끝나자 분위기는 거의 세계종말급이었어. 시간은 12시.
다같이 멘붕한 우리는 컬투쇼 보면서 까띾라ㅏ가까랄 대던 선생님이 "응? 무슨 얘기 했는데? 푸흐흐흐힠히키힣 컬퉄ㅋㅋㅋㅜ 정찬욱ㅋㅋㅋㅋㅋ" 하던지 말던지 "헐... 공장주 개새끼... 병원 무서워..."
하면서 이불을 폈어. 여름이라 침낭은 없고, 밑에만 좀 두껍게 깔고 덮는 이불도 가벼웠지. 춥지는 않았어. 그냥 오싹했지.

선생님은 우리 머리맡에서 게속 컬투를 보면서 조용하다가 갑자기 "미친솤ㅋㅋㅋㅋㅋㅋㅋ므흐이히힠ㅋㅋㅋㅋㅋㅋㅋㅋ"하는 괴소리를 냈고 그때마다 우리는 흠칫둠칫... 하면서도 약간 긴장이 풀렸어.
그렇게 선잠이 들었나, 나는 발 끝에 차가운 느낌이 닿아서 약간 잠이 깼지.

그 차가운 감촉은 사람 살같았지만 뭔가 썩은 과일처럼 물컹했어. 그리고 차갑고, 어쩐지 역겨웠지. 홍시를 만지는 것 같달까, 엷은 살껍질 속의 물컹한 썩은 느낌이 다 썩어가는 귤같달까.
지금 와서야 이렇게 되새기면서 자세히 말하지만 그때는 '선생님 피부가 안좋으시네여으으여어...' 하고 그냥 잤어. 선잠 든 상태니만큼 왜 머리맡의 선생님이 발밑으로 옮겨갔는지 몰랐지.

그러다가 진짜로 어디선가 하수구냄새같은 역한 냄새도 올라오고 다른 애들은 다 조용하기가 너무 조용해서 무서워 옆의 현이 손을 더듬더듬 찾았다.
그 와중에 탄탄한 옆구리를 더듬어지던_저는 손을 찾고 있었습니다. 정말입니다_ 현이가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가만히 있어. 냄새나도 좀 참고. 해뜨면 다시 텐트 밑으로 내려갈거야. 괜히 움직여서 저여자 붙으면 짜증난다." 하고는 다시 정자세로 고개를 돌리고 잤어.
...그러면 손좀 잡아주지 나쁜놈아...

하지만 그 얘기를 듣자마자 '누가 어디에서 올라와??? 네?? 누가요?? 발끝에 이거 썩은 홍시 아니야?? 뭐야?? 응?? 텐트 밑에서?? 지렁이가?? 흐어ㅠㅜㅠㅜ으루유ㅜ휴ㅜ유ㅜㅇ 야 개샤기야 손좀ㅠㅜㅠㅜ손ㅠㅜㅠㅜ'
하다가 결국은 잠들었다. 사람이 다 그런건가봐ㅋ. 게다가 옆에 현이가 있다는것 자체로 결계가 쳐진것마냥 안전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그냥 내 발끝에 공포영화 주연이 있구나 하고는 납득하고 잠들었다.
음, 미녀는 잠꾸러기래... 하하하.

사실 뭔가 현이가 지켜준다는 느낌에, 게다가 졸려도 너무 졸려서 순간의 공포를 망각하고 잤지만 다음날 아침에 완전히 패닉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은 텐트에서 이상한 냄새 난다며 '누가 방귀 뀌었냐!!' 하고 난리를 피웠지만 이새끼들아 그게 아니야...
난 혼자 현이 옆에서 달달달달 떨었다. 어쩐지 그 여자가 누웠던 부분이 좀 젖어들어 악취가 심해서 누군가가 오줌을 싼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그게 아니라고 이새끼들아...

현이랑 이렇게 썸탐는데 남자면 게이잖아... 여자야... 여자라고! 내 이 여성스런 문체를! 왜! 왜 못알아봐! 매우 여자같잖아!?
...물론 거의 모든 경우에 상남자같습니다만. 말투도 좀 남자같지만. 하지만 여자야...

괜찮아. 실제로 보면 난 상여자니까. 완전 여성스러우니까. 청순가련이니까.
...속은 상남자지만.
어쨌든 우리는 냄새나는 텐트를 나왔고, 나는 최대한 우리 텐트 터에서 멀리 떨어지다가 현이가 그쪽에 가다가 남자귀신 붙으면 귀찮다고 지금 그 귀신 네 손가락에 관심이 지대하다고 해서 기겁하고 다시 현이 곁으로 귀환.
아침엔 다들 한번더 병원을 돌았다. 나는 그 다들에 포함 안되지만. 현이도 그렇고.

일단 4층은 정신병동이었다. 문에 자물쇠 잠겨서 못들어가는곳도 있었고 열린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침대랑 구속복 몇개 버려져있고, 3층은 일반병동.
2층은 수술실같이 수술침대랑 뭐 메스같은것들 너저분하고 1층은 로비였다. 방같은거 몇개 있지만 거의 잠겨있고 열려있어도 들어가기 싫었어. 대충 둘러보고 나왔는데 뭐 낮엔 별거 없더라.

그리고 나랑 현이는 일단 나가자마자 굵은소금사서 뿌리고 거의 한시간을 뺑뺑이돌아서 집에 들어간 후에 아파트 앞에서 다시 소금이랑 팥 뿌리다가 경비원 아저씨한테 혼났다.
현이는 그 특유의 평온한 무표정으로 입 꾹 다물고 아무말도 안해서 결국 내가 다혼남... 내가 소금 다 치움...ㅠㅜ

여기까지가 고1 기말고사 전까지의 일이다. 나는 지금 스무살 넘었다! 당연히 현이도 20살 넘었고. 대학 막바지야...ㅋㅋㅋ
다음 썰은 서영이 다 보고 씻고 와서 풀게. 한 10시 전엔 온다!

응! 나 지금 딴짓하다 왔엌ㅋㅋ;
일단 기말고사때는 별일 없...을줄 알았어
하지만 현이랑 친해진 이상 이미 별일이 읎을수가 읎다
우리학교는 자유분방한척하지만 사실은 엄청 공부쪽으로 빡빡하다.
예전에 자살한 선배들도 있을정도야.
...무슨 이야기일지 감이 오니?

기말고사는 7월 초였어. 일단 우리는 정말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절대 공포 얘기를 안꺼냈어.
이미 6월달 폐건물 사건은 전교적으로 알려졌다. 뭐 어찌 어찌 학부모들의 비난이나 민원은 피해갔다지만이미 애들 사이의 공포에대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어. 이미 애들이 그해에 겪을 공포는 폐건물에서 다 겪었다.
...근데 난 아니야...

선배라기에는 1학년때 죽어서 나랑 동갑이지만 년도로만 따지면 30년 선배다. 우리학교 꽤 오래됐거든.
기말고사때는 진짜 죽을둥 살둥 했다. 그래서 점수는 높게 나왔어.
하지만 오히려 점수가 높은게 문제였을 줄이야.

시험점수 잘받고 여름방학 기대하면서 집에서 짜져있던 나는 급한 학원숙제를 학교에 놓고왔다는걸 깨달았다. 하지만 해 다진 시간에 그 넓고 낡은 학교에 갈 엄두는 안났어.
그래서 일단 집에서 자고있던 현이를 납치해서 비몽사몽한 애를 학교로 끌고왔다.

이때만큼은 진짜 현이가 과묵한게 정말 좋았다.
불만에 가득 찬 무표정(...무슨 소린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있다.) 으로 말은 안하지만 짜증을 팍팍 내는 녀석따윈 중요치 않아.
나에게 중요한건 학원숙제였어. 난 학우너 선생님이 엄마한테 전화하는걸 바라지 않았거든.
그래서 급하게 선생님들 다 퇴근한 교무실에서 출석부 꺼내서 반에 갔다.

그 와중에 당직 선생님이 기말고사 끝날때쯤 자살한 선배들 많다며... 겁을 주었지만 난 믿지 않았다.
사실은 그냥 믿고싶지 않았지만. 난 귀신 진짜 쥐약이라고.
하지만 선생님의 1-0반(우리반)에 30년쯤 전에 자살한 선배 이야기를 하는 순간 나는 현이의 매미가 되었다.

화장실 다녀왔다!
어쨌든 올라왔는데, 서랍의 숙제를 꺼내자 같이 툭 떨어지는 종이가 있었다. 성적표. 반으로 접혀있던 성적표가 떨어지면서 펴져서 안의 내용이 훤히 보였다.
그순간, 시야가 오래된 사진처럼 색이 바랜다고 하나? 오래된 필름처럼 거칠게 보였다. 그리고, 성적표 안의 글씨가 달라보였다.
가가가가가가. 성적표의 대부분이 가로 되어 있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는데 오래 전 것 같은 나무바닥이 눈물로 진하게 젖어들어가고, 하얀 손이 내 손처럼 보이면서 성적표를 들어서 찢었다. 박박. 가루가 되도록.
입술을 얼마나 꽉 깨물었으면 눈물과 함께 피도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것 같았어. 몰려오는 절망감에 눈을 꽉 감고 흐으으, 하는 듯한 신음성을 흘리는 순간 갑자기 다시 어지러워지며 입 안으로 뭔가가 들어오는게 느껴졌지.
눈 앞이 확 밝아지면서 다시 생동감 넘치는 현실같은 시야로 돌아왔고.

약간 어지러워서 책상을 짚으면서 눈을 몇번 감았다 뜨자 시야가 제대로 돌아왔어. 내 성적표는 박박 찢겨있었고, 눈물하고 피도 바닥에 몇방울 떨어져 있었지.
입안에 들어온건, 현이 손가락. 입술을 너무 씹으니까 못씹게하려고 넣었나본데 그 손가락도 씹어서 붉게 이빨자국이 나 있었다. 피멍 들 것 같았어. 그런데도 아프지도 않은지 평온한 무표정으로 있는 모습을 보니까 어쩐지 굉장히 미안했어...

현이가 내가 정신차린걸 보고 손을 슬쩍 빼더니 내 옷에 자기 손가락에 묻은 침을 닦았어. 그순간 미안함은 사라졌지! 내 침이... 그래 더럽긴 한데...
어쨌든 아픈 입술을 닦고 성적표를 모아서 버렸다. 현이는 아무 말 없이 귀찮다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학원 숙제를 챙기고 나오려는데 현이가 손을 딱 잡았다.

현이는 조용히 잡은 손을 놓더니, "지금 나가면 저여자 울고불고 너한테 붙을거야. 그러면 너 체질상 영안 트일지도 모르니까 가만히 있어." 라고 말했어. 얘가 길게 말하는건 진짜 위급상황 아니면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지.
사실 무서웠어... 그래서 굳었지. 우리 교실에 보이지 않는 여성분이라니 여고괴담이야!?!? 특히나 그러기 일주일쯤 전에 언니가 밤 새가면서 같이 쓰는 방에서 밤 내내 여고괴담 시리즈를 정주행했기 때문에 더 무서웠다.
하지만 나에게 강제 여고괴담 시청을 시킨 언니는 동생이 학교에서 귀신과 대치하고 있을때 홍대에서 불타는 밤을 보내고 있었지.

결론적으로 언니는 백해무익합니다. 박멸하는게 옳습니다.
하여튼 현이는 잠깐동안 뭘 중얼중얼하더니(학기초에 중얼거리던건 그러면...!?) "아, 안되겠다." 라고 말했다.
아니야. 될거야. 되고 말거야. 안되긴 뭐가 안돼!

뭔가 오싹하고 으슬으슬하고 하던 나는 안된다는 말에 완전히 패닉에 빠졌어. 니가 안되면 나는!? 하지만 여전히 평온_하신 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그냥 빙의 잠깐 당하고 끝내자."라고 말했어.
빙의가 잠깐이라는 말로 해결이 되는게 아닐텐데!? 라고 외쳤지만 이미 거부권이 없었다. 난 살고싶었고... 집에 가고싶었을 뿐이야...

>>143 초반의 진지함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아니야. 그건 그냥 이 사건이 ... 웃겨서 그래. 나중에 진짜 무서우면 다시 진지해져.
어쨌든 울며 겨자먹기로 "그래, 빙의 해보자. 수포자 언니 들어오세요ㅠㅜㅠ" 라며 몸에 힘을 뺐어. 그러자 마자 뭔가 몸의 주도권을 뺐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내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흐으으으... 으흐어어어.." 하는 곡소리가 새어나가더니 나는 어느새 판소리하듯 엎어져서 내 눈물과 피가 얼룩진 바닥을 몸으로 닦으며 땅을 쿵쿵 쳤어.
나도 모르게 너무 서럽고... 슬프고... 어이없고... 마치 사기당한 느낌이 들었지. 눈물 콧물 흘리며 우는 날 보는 현이의 표정이 어째 기분나빴지만 나는 내 감정이 아닌 감정의 폭풍에 휩쓸려 곡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어흐어어어... 내가, 내가 공부를... 그래 안했어! 안했, 어흐으으... 근데, 남자...어어엉, 남자친구가.... 흐으흐규흐류ㅠㅜ"
...이 언니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싶은건지 이해가 안갔어. 내몸에 들어가 있는 여자인데도 공부가 문제인지 남자친구가 문젠지 죽은게 문젠지 하나만 했으면 했다.
"흐으으으으, 내가 공부를 안한건 맞아! 흑, 하지만, 하지만 왜 공부를 못한다고 헤어져야해!?"
잠시후 할만큼 곡을 한 언니가 푸념을 시작했어. 자기가 공부를 못하는건 안했으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때문에 어떻게 여자친구를 버리냐, 자기는 죽어서도 그애를 사랑하는데 어쩌구 저쩌구.

다 '가'야... 다른것도 포기했지만 수학도 같이 포기했으니 그냥 수포자라 함...
나는 한참을 울면서 공부를 못한다고 사랑을 저버리다니 말도 안된다며 울었다. 그러다가 의문이 생겼어. 이사람은 그럼 왜죽은거야...?????

하지만 정신없이 동화되어 우느라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지나가면서도 뭔가 깊이는 생각이 안됐다. 그런 내 마음을 안건지 현이가 한숨을 쉬며 물어봐줬지.
"그럼 왜 죽은건데."
30년 선배귀신한테 반말이라니, 그러고보니 이자식 대단하잖아!?... 아니 알고 있었지만.
"흐으응...허으럭큐ㅜㅠ...흡, 창틀에 앉아 있었어흐류ㅜ...비가, 장마가흐어러어거헝... 미끄러졌어. 성적비관 투신자살이래... 아닌데...흐으르겨듀ㅜ OO아ㅠㅜㅠㅜㅠ"
이 말을 듣자마자 현이는 드물게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내 머리를 톡, 쳤고 몸의 주도권이 돌아오면서 감정이 정리됬다.

... 아니야, 사고사야...
남자친구의 이름을 부르다가 쫓겨난 여자는 한풀이를 했는지 성불했다던데 나랑 현이는 한이 쌓였다.
저 정신없는 여자 뭐야... 뭐냐고...
결론적으로 공부는 그냥 자기가 포기해서 안한거고, 다만 범생이던 그녀의 남자친구는 너무나 낮은 성격에 충격을 받아 이별을 선언.
그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남자친구를 불러놓고 "어떻게 성적이 낮다고 그럴수가 있어!? 성적이 뭔데!? 성적이... 으억!" 하고 빗물에 젖은 창틀에 협박하듯 앉아있다 미끄러져 사망.
그녀의 남자친구는 자신이 이별을 선언하여 자살한줄알고 무서워서 성적비관자살이라고 말했고, 결론적으로 그녀는 성적 비관 자살을 한 가련한 여학생으로 학교의 전설이 되었던 거야.
지금도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에 아주 예전에 성적 비관해서 남자친구 앞에서 자살한 여학생 이야기가 떠도는데, 내가 직접 말하진 못하겠다만 후배들아 알아둬. 걘 그냥...좀 정신없는 애일 뿐이야.

사고사라고 해도 가엾게 여기려고 했던 현과 나는 생각보다 밝게 활짝 웃으며 "알았지? 난 사고사라고, 절대로 이딴 성적따위에 죽는 그런 여자가 아니란 말이지!" 하고 성불한 여자에 의해 멘붕했다.
현이도 드물게 어딘가 혼이 나간 표정이었어. 나도 어이가 없었다.
그래... 참... 안타까운데... 뭐라고 할 말이 없었지.
어쨌든 난 학원 숙제를 찾아 돌아갔고, 현이는 아파트에 돌아오자 기억났다는듯이 괜히 자길 끌고가서 귀찮게 했다며 짜증냈고, 아빠는 나 입술 터진걸 보고 맞았느냐며 추궁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학원숙제를 완벽히 해 내서 A를 받았지.

그 일이 있고 난 후에는 조용하게 지나가서 방학이 왔다! 방학때까지는 아무 일 없었어. 방학 도중에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일어났을 뿐이지.
나는 현이를 만난 1학년 1학기에 내 인생 모든 오컬트는 다 겪었다고 생각했건만, 그건 그냥 프롤로그였어... 왜죠...

드디어 한학기 썰 끝났다! 헠헠...
지금 현이가 술먹자고 부르는데 나갈까 말까? 나가면 모바일로 실시간 중계 가능하지만 여름방학 썰은 못풀어.
안나가면 현이가 삐지겠죠. 하지만 레스주분들은 좀더 빨리 썰을 들을 수 있습니다!
어쩔까? 난 좀 귀찮은데. 얘 말술이란말이야...

어차피 여름방학 썰은 새벽이나 낼 아침에 풀거야! 다만 오늘 생중계가 전체 썰에 추가되느냐 마느냐니까 뭐, 레스주들이 손해볼건 없긴 함.
근데 나 얘랑 술먹으면 진짜 얘가 너무 쎄서 개되는데... 오늘은 스레때문에 얼마 안먹겠지만.

25분까지 기다려서 나가란 말이 더 많으면 나가고 아니면 그냥 집에서 여름방학 썰이나 일찍 풀게!

나 나간다! 지금 먼저 폰으로 인증코드 달아둘게. 아마 집앞 호프집이니까 12시 좀 넘으면 도착 할거같아.

이게 내 폰이다. 주소 바뀔때마다 인증코드 달게... 지금 옷갈아입고 나간다 귀차느어어어엌

호프집 도착 했다! 현이한텐 카톡하는척 중이지만... 지금 있는 스레더 있어??

듣는 스레더 없...니? 있으면 앵커할까 생각중인데. 이자식 벌써 맥주 흡입중이야. 난 왜부른건지...

현이는 지금 술 폭풍흡입중ㅋㅋㅋㅋㅋㅋ아니 나한테는 먹으라고 권하지도 않고 잔도 안주고 지만먹엌ㅋㅋ
얜 내가 술먹는걸 싫어하더라...
그러면 앵커 할게. >>189

잠깐만 나 지금 얘가 주정부려서 안되겟다;; 내일 오전 12시 전에 올게 미안해 레스주들!!

저기, 있는 스레더들 있니? 나 지금 왔는데...

응 그래서... 네 어제 내가 왜 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갔을때 이미 현이는 거의 취해 있었거든. 걔 주량으로 봤을때 내가 가기 거의 두시간전부터 혼자 홀짝대고 있었을건데 왜 불렀는지...
내가 당황해서 너 왜이렇게 취했어!? 하니까 너무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너 우리 얘기 다른데다 말하고있지?" 하더라.

나는 얘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하면서도 아니 뭐 우리얘기 올리는게 불법도 아니고 왜 내가 쫄아야해! 하고 당당하게 "응."했어.
그러니까 현이는 그냥 "뭐, 그러든가." 하고 말았지. 근데 내가 궁금했던건 도대체 누가 이샤기한테 말해줬느냐 이거야... 설마 레스주들중에 현이와 나를 아는 사람이 있었어!? 하는 마음에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니 옆에 있는 여자애가 나한테 다 일러 바쳤다. 근데 저런건 또 어디서 주워다 붙이고 다니냐?" 하고 묻더라.
... 무슨 여자애요 ㅠㅜㅠㅠㅜㅠㅜㅠ네??흐어류ㅜ유ㅜㅠㅜㅠ또 무슨소리야 개샤기야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여자애란 말에 패닉한 나한테 현이가 방금전에 깔깔거리면서 다른데로 갔다고 걱정 말라더라. 그래서 일단은 진정 했...지...만....
현이의 술버릇은 솔직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솔직해진다는건 귀여운 술버릇이다. 예를 들어 '여보 나 골프채 사는데 삼백만원 썼어!' 라고 솔직해지는 가장이라던가
'나 사실은 네 칫솔 변기통에 빠트리고 물로 씻어서 다시 올려둠ㅋ' 이라고 고백하는 여동생같은거.

궁금한거 물어보고싶은거 물어봐! 근데 난 영능력자가 아니고 현이 이자식은 심지어 내 일에도 말을 잘 안해주니 내가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ㅋㅋㅋㅋ
이자식은 솔직함이 지나치다. 그게 싸움이 될 정도로.

뭐랄까 어차피 자기 얘기를 듣는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까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옆에서 얘 뭐했다 언제 씻었다 누구 만났다 이런식으로 자기가 본 내 일거수 일투족을 말하고 있었나봐...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 어디있어 이리와봐!!

기, 기다렸니 칭구들?? 하하...
나쁜 현이놈이 물어봐도 대답을 안해준다... 라기보다는 그냥 "전문가한테 가야지." 라고 하고는 말이 없어.
일단 그런 정확한 형체가 없고 또 '스쳐지나가는' 느낌의 형체는 신경이 예민하거나 스트레스 많이 받거나 하면 그럴 수 있어. 난 그랬거든ㅎ;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영능력자를 찾아가보는것도 좋을거야... 일단 기가 허해서 그럴 확률도 있으니까 건강 잘 챙겨라!

헐 니들 왜이렇게 많이 기다리고있니... 미안하게...
일단 현이의 솔직해지는 술버릇은 굉장히 나쁜 축에 들어.
예를 들어서 방에서 둘이서 술을 먹으면, "야 지금 너 옆에서 어떤 여자가 너 볼찌른다." 이런 식으로 자기한테 보이는거 들리는거를 아무 생각없이 다 말하는거야... 그것도 아무 말 안하다가 갑작스럽게.
평소에 저런 소리 절대로 안하니까 저렇게 솔직해지면 취했다는 증거지. 그리고 나는 쟤가 취하면 도망가고 싶어져. 무섭거든. 그딴거 나에게 생중계 안했으면 하거든.

기가 약하다는건 아무래도 그런 형체같은걸 어스름히 느낄 수 있다는 거지. 그렇게 신경쓰지 마. 나라도 무섭긴 하겠지만, 일단 스님이 뭐라고 말씀을 안해주시는걸 보면 그렇게 큰일은 아니겠지? 하여튼 조심해!

동접인거다! 혹시몰라서 인증코드 한번 더달게.
어제도 호프집에서 진상 부리기 시작. 마치 불상마냥 무표정하면서도 인자한 표정으로 "어허, 꼬마야, 네가 다리가 없다고 누나 다리를 탐내면 안되지." 이딴 소리나 해대는데 쿠크다스같은 내 멘탈이 견딜 수 있을리가...

어쨌든 현이를 어찌어찌 끌어다가 5층에 떨궈놓고 다시 질질거리면서 2층으로 돌아갔다...ㄸㄹㄹ... 난 술도 못마시고...
난 현이에게 들은 다리없는 남자꼬마가 내 다리 탐낸다는 소리 듣고 덜덜 떨면서 잤다. 하지만 별일 없었어! 뭐 큰일 날 것 같았다면 현이가 뭐라도 했겠지.

현이는 스무살 중반에 들어서면서 진짜 잘생겨졌다... 키도 190 가깝고 얼굴도 훈훈하고 특히나 명문대 의대생이니까 인기도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진 않아.
일단 뭘 물어봐도 쳐다도 안보고 말걸어도 쳐다도 안보니까 애들이 싫어하지. 다만 뭐 대학가면서 발표나 이런 중요한 때에는 말하게 됐지만... 자기들을 무시하는데 누가 좋아하겠어.
나는 교우관계가 좋았지만! 예쁘다며 남자 선배들이 밥도 많이 사주며 추파를 던졌지만! 현이때문에 같이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왜죠...?
그래도 난 현이랑 과가 다르니 친구가 있지만. 하하하! 그렇지만... 현이때문에 같이 놀지를 못한다. 일단 클럽을 못가잖아.. 홍대랑 이태원 둘다 나랑은 관련 없는 장소가 됐잖아...

여하튼. 어제 괜히 가서 현이 수발이나 들어주고 집에 들어오니 두시였다. 짜증났어.
하지만 내가 무섭다면서 매일 현이를 끌고다니던걸 생각하자 어쩐지 그 기분이 이해가 되면서 미안해졌다. 그래... 내가 이렇게 진상이었구나...
미안...

자, 그래서 이제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옵니다. 고 1들어서 첫 여름방학!

이니까 당연히 공부를 했지. 코피터지게. 그러지 않았으면 지금 난 이 대학에 못왔지... 내 고등학교 청춘을 버리고 대학을 get 했다!! 하하하!

뭐, 아무리 공부를 하고 도서관을 다닌다고 해도 나는 피끓는 청춘이기에 놀고싶었다. 그 와중에도 현이가 도서관에 따라와서 잔다거나 우리집에 스터디 하러 와서 잔다거나 해서 짜증났어.
왜냐하면, 저따위로 잠만 쳐자는 자식이 어째서!! 항상 중간 기말 시험만 보면 나보다 잘보는지 이해가 안갔거든. 나도 솔직히 5위 안에 들어가는데 왜 저 잠만 쳐자는놈(수업시간에도 멍한놈)을 못이기는지 의아했다.

뭐, 태생적으로 현이는 거의 과잉기억증후군 수준이었으니까 거의 암기인 우리나라 고등학교 체제와 수능체제에서 빛날 수 밖에 없었어.
하지만 논술이나 면접까지 잘한다는 점에서 몇대 때려주기로 하자! 이 세상 모든 수험생들을 대신해서 내가 몇대 때려줄게. 이미 때렸지만...
잡소리는 이쯤 하고, 우리는 여름이니 당연히 휴가를 떠났다.
...산으로.
진짜 산으로 간다 참말로...

여름이니 바다를 갈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이세상의 체제의 일부가 아니야! 우리는 허점을 노린다!...라기보다는 그냥 성묘같은걸 위해서 산으로 갔다.
그 산에는 게곡도 없어서 진짜 여름에 가기에는 죽을 것만 같은 환경이었지만 거부권은 없었고, 현이는 우리 가족이 가는데에 꼽사리껴서 갔다.
우리 가족은 영능력자에 관한 편견같은거 없고 호의적이었기에 현이네 가족하고도 친했거든.

그렇지도 않아. 그리고 현이는 증후군에 걸렸다는게 아니라 그정도로 좋다는거야!
산은 사실 성묘하러 가는 산이라고는 하지만 나에겐 익숙치 않았어. 나는 잘 안갔거든. 뱀도 많고 살모사도 많대서 어린아이는 안데려가려고 하는 분위기였지. 더군다나 난 벌레 끔찍하게 싫어해서, 산 안좋아해.

하지만 고등학생이고 어차피 2, 3학년 되면 더 시간없으니 적어도 한번쯤은 가보자는 분위기였어. 나도 뭐 겨우 1박 2일 갔다오는거고, 혼자 집에 남아서 공부하기도 싫으니 머리 식힌다는 생각으로 갔지.
현이는 왜갔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걱정되서 갔을거라고 생각해.
어쩐지 현이를 만난 이후부터 하도 그런 오컬트적인거하고 많이 맞부딪혀서...
방학동안에도 좀 그랬어. 산에 가기 전에도, 뭐랄까, 길을 걷다가 길가의 하수구를 보면 하수구에 어떤 어린아이 머리가 끼어서 씩 웃고 있다던가,
전봇대 줄인줄 알았는데 위를 쳐다보니 어떤 여자가 전봇대 꼭대기에 거미마냥 붙어서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다던가 그런거.
정말 무서웠고, 현이도 뭔가 책임감같은걸 느껴서 산에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따라온 거겠지.

차를 타고 파주로 갔다. 파주로 가는길에 표지판에 나타나는 산이 하나 있어. 파주살면 알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 산의 일부가 우리집 소유라, 거기 우리집 무덤이 네다섯개 있거든.
내 고모할머니라든가 친가쪽 고조할아버지같은분들 산소니까, 성묘하고 하룻밤 그 마을 사람중에 우리 대신 살면서 우리 땅 관리해주시는 분네 집에서 자고 다음날 묘지 정리좀 하고 집에 가기로 했어.

사실 요즘은 그 관리해주시는 분과 사이가 안좋아. 사실 그분이 예전에는 우리 친할머니네에서 아가씨 아가씨 하던, 그러니까 6.25 적에는 말하자면 종이었지.
하지만 현대에 그런게 어딨어? 그러니까 그분은 관리를 그만 두고 산림청에 관리를 맡겼거든.
게다가 그분이 거기서 오래 사셔서 다른데로 가라고 하지도 못하고 했는데 갑자기 그분이 점점 우리 산에 맘대로 밭을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맘대로 산을 관리하는거야.
그렇지만 어느 땅에 오래 살면 자기가 땅이나 집주인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거든. 땅주인이 내쫓으려면 돈을 줘야해. 그래서 요즘엔 사이가 안좋은데... 뭐 나 고1때까진 괜찮았어.

255 이름 : 이름없음 : 2013/03/03 14:54:40 ID:S+jDHSknKww
응응 그래서?

256 이름 : 이름없음 : 2013/03/03 14:55:31 ID:7v8oe+8C2Bk
어쨌든 그런건 제쳐두고, 산에 도착했는데 딱 마을 분위기가 안좋은거야. 무슨 일인지 보니까 요즘 자꾸 사람이 뱀에 물려서 다치거나 죽는다고 하더라고. 뱀때문에. 그래도 산소쪽은 풀숲이 별로 안무성하니까 가기로 했어.
일단 성묘 다 드리니까 해가 좀 지더라고. 그래서 일단 내려가서 그 집에 머물렀어.

씻고 편한 추리닝 입고 잘려고 누웠어. 그런데 어째 자꾸 밖에서 사사삭 스스슥 하고 뱀기어가는 소리가 나는것같고, 뭔가 두런두런 애기하는 소리도 나는 것 같고.
자꾸 시끄러워서 잠이 들락 말락 하는 상태였어. 몸은 잠이 들었는데 정신은 멀쩡한 상태였지. 현이는 옆에서 미동도 없고. 얜 원래 잘때 미동도 없거든... 안자도 미동도 없지만?
어차피 나하고 엄마하고 아빠하고 언니하고 현이하고 다같이 자는거라 그냥 현이가 구석이고 그 다음이 나, 언니, 엄마, 아빠 이순서로 잤어.
그런데 자꾸 시끄러운거야. 뭔지 일어나서 볼래도 몸은 잠이 들은듯이 움직이기 싫고, 정신은 말짱하니까 시끄럽고.
시골집이라 앞문도 있고 뒷문도 있는데 뒷문은 부엌에 있어. 우리가 자는 방은 손님방으로 부엌 안에 나있는 원래는 쌀놓는 창고로 쓰던 방인데 창고를 따로 지으면서 그 방을 벽지바르고 그집 아들 방으로 개조했거든.
그방에서 자는데 자꾸 부엌쪽에서 시끄러운거야.
거의 빡이 치기 시작했어.

열이 받으니 잠이 확 깨지. 당장 나가서 뱀새끼고 뭐고 두시간동안 잠 못잔 복수로 두시간을 두들겨서 뱀술을 해먹으리라고 다짐하고 눈을 떴는데 현이가 진짜 또랑또랑하게 눈을 뜨고 내쪽을 쳐다조고 있던거야.
그 까만 동공하고 딱 마주치는데 순간 식겁. 아니 이자식 뭐하고있었던건데!?

그거랑은 좀 달랐어. 귀신이라기보다는...
내가 일어날려는걸 알았는지 작게 입을 열어서, "뱀이 너한테 나오란다. 꾀여서 나가면 죽어." 하는거야.
그래서 다시 정자세로 누워서 짜졌다. ㅎㄷㄷ... 저, 저기 왜 저한테 말을 걸고 그러세요 뱀님. 무슨 철수야 노올자!도 아니고 날 왜 불러...

하지만 점점 그 스스사삭 소리가 귓가에서 들리듯이 들리는거야. 너무 시끄럽고 점점 그게 커지고... 뭔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것도 점점 커지고. 너무 스트레스 받았어.
그게 거의 10시간 되는듯이 느껴졌는데 눈떠서 벽에 시계를 보니까 10분 지났더라. 내가 너무 땀을 흘리니까 결국 현이도 일어나서 한숨 쉬면서 나가자고 했어.
이번엔 내가 싫었지... 싫어... 무서워... 죽는다며!

그건 아니야. 다들 그냥 낮에 밭에 가거나 해서 다쳤다고.
내가 싫다고 버티니까 현이가 "야, 안죽어. 지금 잔치가 있다고 나오라니 그냥 나가자. 네가 땅주인이라고 너 나오래."
네... 나갈게요... 어차피 현이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다고 생각했어.
적어도 내가 위험할때 이녀석을 던지고 도망칠 수는 있을거라고 생각했지. 이게 바로 우정이라는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나갔는데... 나가자마자 기절하는줄 알았다.

현이에게 무슨 잔치인지 안물어본 내가 바보였지. 부엌엔 얇은 실뱀이 한마리 있더라고. 그래서 그걸 졸졸 다라갔어. 현이는 성큼성큼 밴 따라가고 나는 현의 등에 붙어갔지.
뱀은 점점 산으로 들어가는데, 그게 뭐라고 해야하나, 산이라도 많이 개발되었잖아. 그러니까 묘지도 보여야하고 우리가 깔아둔 판자나 현수막같은것도 보여야 하거든. 특히나 우리가 가는쪽이 양계장이었는데...
시멘트로 된 양계장은 안보이고 어째 산은 점점 더 깊어지는데 어디서 폭포소리가 들리는거야.
물소리가 콰과과과과 들리고 나무가 점점 무성해지더니 이젠 하늘도 안보일정도로 나무가 무성해서 정말 빛 하나도 없이 깜깜했어.
하지만 그 실뱀의 꼬리가 반딧불이처럼 아스라히 빛나서 그것만 보고 겨우 바닥만 보며 따라갔지.

그렇게 무성하던 나무 숲을 거의 십분 넘게 헤치고 갔어. 이미 방향감각은 사라지고, 내가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길도 없어서 더 그랬지. 나무가 너무나 무성해서 낮에 왔어도 한밤중처럼 깜깜했을거야.
키가 큰 나무들이 잎이 너무 무성해서 하늘을 다 덮었거든.
십오분쯤, 계속해서 뱀을 따라가자 폭포소리는 더 커지고 두런두런 계속해서 뱀 스치는 소리와 함께 나에게 들려오던 말소리들도 더 커졌어. 가까이에 있는듯이.

점점 나가면서 생각나는게, 이 하늘 높이 자라서 하늘을 다 덮은 숨의 나무들이 모두 침엽수라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어. 그리고 정말로 머리가 새하애졌지.
우리 산에 침엽수는 몇그루 없어. 다 그냥 참나무같은거지 침엽수는 정말 한두그루? 묘지 옆에 인공적으로 심은거 외엔 없단말이야. 우리 땅 말고도 그 넓은 산 몇봉우리 중에도 이렇게 침엽수가 많은 곳은 없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가는 길은 어디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앞이 확 밝아 지면서 숲에서 딱 나왔어. 정말 거짓말처럼 숲에서 한발자국 나오자마자 '밝다'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하늘에 별이 많이 떠있는게 느껴졌지.
하지만 아무리 별이 많다고 해도 이렇게 밝을리가 없는데, 하고 하늘을 보니까 거의 은하수처럼 별들이 펼쳐져 있고 달이 정말... 너무 컸어. 둥그런 달이 정말 크기가 무슨 천체망원경으로 보듯이 컸어.
거의 노래방에서 천창에 달린 조명기구 보는것처럼 커서 깜짝 놀랐지. 그리고 그 환할정도의 별빛 달빛에 익숙해지자 내 발밑을 바라보았어.
나는, 어째선지는 몰라도 바위 위에 서있었어. 정신이 들자 차가운 물방울과 약간 장풍같은? 큰 폭포 앞에 서면 물방울과 같이 바람이 계속 쏴아아 하고 몰려오는것처럼,
바람이 나를 씻기듯이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몸을 감싸고 지나쳤어.

내 눈앞 한 20m정도 앞에는 커다란 폭포가 있었어. 폭포의 끝이 어딘지도 보이지 않을만큼, 그러니까 달에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큰 폭포.
그리고 내가 서있는 폭포 왼쪽 말고 폭포 건너편, 그러니까 폭포 오른편에 여러 사람들이 한복같은 옷을 입고 술도 마시고 뭐도 먹고 하면서 웃고 떠들고 있더라.
실뱀은 사라졌고, 현이는 어느새 멍한 날 제쳐두고 내가 서있는쪽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쪽을 이어주는 화려한 나무 교각을 지나 건너가고 있었어.
그 나무 교각(다리)는 폭이 한 5m 정도에 길이는 거의 100m? 폭포가 하도 크니까 다리도 길더라고.

튼튼해보이는 교각은 옆면이 붉은색으로 칠해져있고, 왼쪽면(폭포쪽 면)은 청룡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모습이 조각되어있고,
오른쪽면(폭포 반대쪽 면)은 사람들과 뱀요괴, 너구리요괴, 도깨비들이 모여서 잔치를 벌이는 모습이었어.
오른쪽면의 조각을 교각을 건너면서 쭉 훑어보니까 딱 지금 이 폭포 밑의 정경이더라. 그렇다면 저기 있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요괴이거나 몇백년전 사람이겠지.
나는 너무 겁이 나면서도 저번에 벛꽃길에서 보았던 가마와 비슷한 느낌의 꿈결같은 흥분감이 몸을 감싸는걸 느꼈어. 교각 양 옆의 조각을 보면서도 재빨리 움직여 현이 옆에 닥 붙어 서자 현이는 날 흘끗 보더니,
"초대받아 온거니 해하지 못해. 걱정말고, 쓸데없는 소리만 말면 돼." 하더라.

점점 가까워지자 그 모습이 자세히 보였어. 열댓명 되는 것들이었는데, 사람 머리를 가지고 몸은 뱀인 길이는 거의 4m 넘어보이고 두께도 사람 머리통만한 백사가 남녀 두마리,
사람말로 웃고 떠드는 너구리가 4마리정도에
청색 도포를 입고 갓을 쓴 훤칠한 미남이 한명, 그 주변에 날아오를듯이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여자가 두명이더라.
그리고 미남의 품에 안겨있는 성별을 모르겠는 꼬마가 한명. 나이는 대략 8살정도로 보이는 꼬마였어. 얼굴은 예쁘장하고 머리카락도 긴데 복색은 사내아이 같기도 하고...
하여튼 생김새가 매우 중성적이어서 딱히 성별을 가를 수가 없었어.

나랑 현이가 교각의 끝부분에 다다르자 그들과 나의 거리는 약 10m정도. 가까이 다가온걸 눈치 챘는지 다들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우리를 쳐다보는데 적대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뱀의 모습에 나는 문화충격을 느꼈어. 몸은 커다란 백사인데 머리는 인간! 심지어 둘다 미남미녀더라... 그렇지만 징그러운건 어쩔 수 없었지만.
청색 도포의 남자는 미소띈 얼굴로 와서 앉으라면서 권하기에 대충 끝자리에 너구리들 앉은 근처에 앉았어.
너구리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게 기분이 묘했다...

청색 도포의 남자는 품에 안은 아이를 몇번 따스하게 쳐다보더니 옆에 앉은 선녀들보러 인간네들 먹을것좀 주라고 하면서 우리를 불러다 자기 맞은편에 앉혔다.
다들 반원 모양으로 앉아있었는데 우리만 덩그러니 그 남자와 독대하듯이 앉으니 좀 부끄러웠어.
...물론 현이는 안부끄러워 했지만. 이자식은 감정이 없으세요?? 그냥 무표정으로 챙색 도포의 남자 눈을 뚫어져라 보는데 그 남자도 당황하는 것 같더라고. 난 얘가 갑자기 왜이렇게 무례한지 당황했지;

그렇게 그 남자를 한참 들여다보던 현이가 딱 입을 열고 "안녕하십니까."하는순간 난 진짜 놀랐어. 얘는 어른들이나 선생님께 존댓말을 하긴해도 진짜 반말이랑 똑같은 느낌이었거든. 공경해서 하는게 아니라는거.
얘가 진짜 마음을 담아서 존댓말로 공경하는 사람은 우리 부모님이나 자기 부모님정도? 그런데 진짜 정중하게 "안녕하십니까." 하고 고개도 숙이는거야.
난 그냥 따라서 얼떨결에 고개 숙였지.

선녀들이 앞에 여러가지 한과같은걸 놓고 과일같은걸 놓는데 과일 생김새가 진짜 특이했어.
복숭아같은 평범한 것부터 체리같은데 색이 파랗다거나 수박보다 좀 작고 말랑하고 귤같은 느낌인데 색은 약간 하얀데 옅은 보라색을 띈 것 까지.
나는 현이를 툭툭 치고 야, 누군데, 하고 작게 속삭였어.
그러니까 얘가 되게 태연하게 "용." 하더라.
...?!?!?!

난 당연히 안믿었음. 뭔 용이 이런데에 내려와서 애나 보고 있을리가...
그래서 "미친ㅋㅋㅋ구라치네 용? 헐 그럼 난 백호닼ㅋㅋㅋㅋ 용이 애도 있냐?" 하니까 "저거 애 아닌데. 여의주야."
...?????

난 일단 못들은 걸로 하기로 했다. 애초애 용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았어.
그런걸 쉽게 믿을만한 꿈에젖은 고딩이 아니었다. 어쨌든 조금씩 집어먹은 과일들이나 한과는 진짜...
와 나 진짜 한과 싫어하거든. 그 특유의 한약같은 달달함이 싫은데 이 한과나 약과들은 진짜 입안에서 녹듯이 달착지근했다. 과일들은 전부 새콤달콤한게 입안에서 톡톡 터지거나, 초콜릿처럼 부드럽게 입안을 감돌았어.

정말 맛이 좋았다. 그 외에 너구리들이 옆에서 쫑쫑거리더만 뱀남자한테 다가가서 뭐라고 말걸다가 잡아먹힐뻔한거랑,
여의주가 나와서 쫑쫑거리다가 넘어질뻔하니까 용님이 새파래져서 달려가 잡은거랑 뭐 그런 일이 있었지만 정말 즐거웠다.
술도 약간... 근데 난 정말 술을 안해봤거든? 그런데도 그때 진짜... 입안에서 약간 화하게 들어가는데 민트처럼 달면서도 화하고, 코에서는 약간 꽃내음? 국화내음같은게 맴돌더라. 목넘김은 진짜 좋았고.
뒷맛은 아카시아 꿀처럼 약간 단맛이었어.

두근거리고 뭔가 해서는 안되는 일, 가서는 안되는 곳에 들어간 것마냥 배가 아리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등골까지 쫙 치달으면서도 꿈꾸는것마냥 흥분되고 몽롱한 느낌이라서 가능한거야.
현실로 정확히 인식이 되면 못했지 저렇게...

그러니까 용이라고 현이가 말했음... 내 생각에 교각 왼편에 조각된 청룡같아. 청색 도포 색이 그 용이랑 정확히 일치했고, 입에 문 노란 여의주마냥 그 아이 눈 색이 노랬거든. 머리색은 그냥 검은색.

그래 내가 이상하다고 치자.
그래서 여하튼 거기에서 즐겁게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갈때는 그냥 숲으로 가라고 했어. 안내자도 없이.
나는 그 숲을 어떻게 나가냐고 하니까 그 청도포의 남자가 말하기를 나와 현이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숲이 움직여서 밖으로 내보내 줄테니 걱정 말라더라.
현이 이새끼는 이미 숲으로 들어가려고 교각 건너고 있었음. 나쁜샤기.

현이랑 같이 숲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방향도 모르고 움직이니까 이번에는 한 3~4분만에 나왔어.
거의 세네시간을 놀았던 것 같은데 방에 돌아와 보니 겨우 한시간 가량 흘렀더라고. 진짜 여우한테 홀린것처럼 들어와서 누웠더니 엄마가 어디 갔다 왔냐고 물어서 화장실 갔다왔다고 하고 이번엔 진짜 편하게 꿀잠잤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음.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혀랑 입안이 다 파래져 있었어. 내가 파란색 체리같은걸 진짜 많이 먹었거든, 맛이 수박같은데 식감은 젤리같아서.
진짜 신기했어. 죠스바 먹은 것보다 더 파랗게 물들었더라고.
...그거 이틀동안 이빨닦아도 안지워졌어. 어쩐지 내가 먹는걸 보면서 그 용이라는 남자가 너무 많이 먹지 말라더니만.

자기는 처음에 뱀요괴가 부르니까 죽이려고 부른줄 알았대.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거지. 사실 뱀요괴랑은 말도 잘 못해봤어.
나올때쯤 현이가 뱀요괴한테 마을사람들 너무 해하지 말라고 해서 뱀요괴가 고개를 끄덕이는걸 보긴 했지만..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후에 지금까지 마을에 뱀으로 인해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나보고 동네 슈퍼에서 죠스바를 몇개를 처먹었냐며 그게 색소가 얼마나 든건데 왜 그렇게 많이 먹었냐며 타박했지만... 엄마 그게 아니야!
그리고 나중에 알게된 사실로 우리가 소유한 땅부터 해서 다음 산봉우리까지의 등선을 마을 사람들끼리 용허리라고 불리더라. 용처럼 생겼다라나 뭐라나...
예전부터 저 산에서 살던 이무기가 일제강점기때에 승천하면서 마을을 지켜줘서 일제강점기때에 이 마을이 피해를 안입었더라는 전설? 같은 것도 들었다.

신기했지만 어째 그냥 한여름밤의 꿈같았다. 저번에 벚꽃길에서 본 가마같은 느낌? 하여튼 난 진짜 그 사람 머리를 한 뱀남녀 진짜 컬쳐쇼크였어.
이게 여름방학동안 있었던 주요한 일이다.
그 외에는 그냥 공부하다 도서관에서 잠들었는데 앞자리 언니 눈알이 없었다거나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애완 뱀을 봤는데 뱀이 자꾸 나한테 붙으려고 한다거나 그정도?
현이는 그냥 도서관에서 자고 우리집에서 자고 내 친구네집 쇼파에서 자고... 일어날때는 내가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했던 때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죠스바를 먹지 않는다. 왠지 기분나빠. 그때처럼 입이 온통 파래질듯 싶어서.

아 썰 진짜 오래 풀었다. 노을지고있엌ㅋㅋㅋㅋㅋㅋ
일단은 뭐... 질문할거 있어?
우리 산이 TV에 나왔다는 말은 못들었는데. 뭐 시골마을에 용관련 전설은 꼭 하나쯤 있기 마련이니까.ㅋㅋ

무서운건 다 무서워서 모르겠고 가장 인상적인건 겨울에 바다에서... 고1 겨울방학에 바다갔을때 일.

내가 생각했을때 고의적이진 않았던것같아. 현이 말로는 그날(내가 그 폭포간날)이 용이 십년만에 내려온 날이래. 그래서 그때까지 자고있었던 뱀요괴가 그 근래에 깨어나면서 뱀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뱀은 머리만 달랑... 흐어어어
이미 일제강점기때 용되셔서 올라가신분이야.그리고 내 생각에 거기는 하늘도 땅도 아닌 곳이었던 것 같아. 용이 완전히 내려올 수 없으니 특별한 방법으로 하늘과 땅의 중간에서 만났던 것 같거든. 거기로 날 왜부른건지는 몰라도...

나도 좀 쉬고 이따가 8시쯤부터 다시 썰 풀게! 중간중간 들를테니까 뭐 물어볼거 있거나 하면 물어봐.

그래서 음식을 잘 안먹었던건가... 아니, 너구리들이 옆에서 먹여줬던것 같아.

용님은... 일단 눈처럼 하얀 저고리와 바지를 입고 있고 그 위에 남청색의 도포를 두르고 있었는데 반질반질 윤이 흐르고 부드러워보이는게 도저히 무슨 소재인지 알 수가 없지만 정말 고급스러워 보였어.
그리고 검은색에 가까운 남색에다 보라색으로 장식된 태사혜를 신고 있었고... 뭐 가락지나 목걸이같은건 없었던 것 같아.
그 위엔 그냥 갓만 쓰고 있었고, 피부는 화선지처럼 조금 창백하다시피 새하얬어. 눈썹이 짙은 먹물같이 유려했고, 눈은 쌍커풀이 없고 크진 않았지만 날카롭게 찢어져서 강렬해 보였어.
코는 동양인치고는 낮지 않았고, 입술은 약간 얇았는데 하얀 얼굴에 비해 붉어서 눈에 띄었음.
...그냥 동양적으로 생긴 미남이야. 날카롭고 청렴한 선비같은 느낌이었어.

아마 현때문에?? 현이 때문인것도 있는 것 같고. 우리 가족이 대대로 그 땅 주인인 것도 있어. 조상 공덕도 있다는 거지..
음. 현이와는 지금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중입니다. 고3때부터 사귀었으니까.

서영이 끝나서 왔는데 있는 레스주들 있니??
아니... 결혼 전제라고 해도...음. 고마워..
한텐트에서 재웠지만 일단 담임이 같이 자고 순찰 도는 쌤들이 한시간에 한번씩 텐트 열어보니까. 게다가 애초애 우리텐트처럼 잔 텐트들이 없더라... 다들 무서워서 밤 샜다고 해.

안녕 동접인 레스주들? 기다리는 레스주들 많구나...
일단 그렇게 해서 2학기때에는 별일 없었어. 그러니까... 큰일이 없었다는 뜻이야.

아...안돼! 공부해 공부... 라고 해도... 미안. 뭐, 솔직히 나도 고3을 지내본 사람으로서, 신경쓰이는게 있으면 해결 하는게 낫다. 공부할땐 확 집중해서 하고, 놀땐 노는게 더 효율적이야.

2학기때는 솔직히 어디를 가지도 않았고, 뭔가를 겪는다고 해도 스치듯이 지나가는 정도였어. 난 영안이 트인건 아닌데, 정말 기가 강한 영이나 그런게 지나가면 순각적으로만 보이는 타입이었어.
언제였던가, 무당집에 갔었는데(우연히 친구따라서) 원래는 언니가 너무 강해서 내 험난한 운명을 막아줬는데 나 고등학교 가면서 언니가 직장 찾아서 원룸으로 이사했거든. 그래서 언니 대신 현이가 온거래.
하지만 왜 언니랑 있을적보다 현이랑 있을적이 더 파란만장하냐하면, 현이 자체가 영적으로 너무 트여서. 언니는 자기 자신의 기가 너무 세서 마치 핵폭탄같은 사람이라 아예 차단했고.

2학기중에 기억에 남는거라면 두가지야.
하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옆반 여자애한테 뺨맞은거랑 주말 밤에 언니가 들어온줄 알았는데 그날 언니는 그냥 자기 원룸에서 잔거.

그리고 언니는... 언니는 원룸에서 살지만 불금~일요일에는 눈돌아가게 마시고서는 저도 모르게 우리집으로 왔었어. 그때야 원룸 나간지 겨우 반년 좀 넘었으니 익숙한 우리집으로 오는 일이 잦았지.
아무래도 토요일 밤이었고, 밤 열한시쯤 부모님 다 잠드시고 난 깨어있었어.

선녀는 진짜 입벌어지게 예뻤다. 김태희와 전지현이 양옆에서 과일주는 기분?
옷은 진짜 한복같은데 더 하늘하늘하고 길었다. 폭포바람에도 휩쓸리지않고 곧게 하늘로 올라가는 띠같은 옷자락을 보니 저게 정말 날개옷이구나 싶었지.
하얀색 속저고리에 분홍빛 치마 입고 그 위에 연한 파란빛의 저고리를 걸친게 가벼우면서도 빛깔이 정말 고왔어. 귀걸이는 안했고, 손가락에 가락지는 호박색 가락지하고 비취빛 가락지같은것들을 끼고 있더라.
머리는 진짜 길었는데 사극에 나오는 것 처럼 온갖 공작석하고 옥이나 호박으로 장식해 올리고 봉황잠을 꽃아넣었어. 머리타래가 정말 검고 결이 좋아 보였다.
얼굴은 분을 바른 티는 안났는데도 고운 피부에 달처럼 둥그라면서도 갸름한 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입술이 사과마냥 붉고 도톰하고 눈썹은 난초처럼 휘영청 늘어진게 선해보였어.
눈은 크고 쌍커풀은 지지 않았지만 눈매가 깊어서 아이라인도 안했는데 눈이 돋보이더라. 눈동자도 맑고 깊어서 말그대로 선녀였음 진짜 선녀.

그런 경우가 많지. 하지만 곁으로는 강한척해도 속으로는 안그런 사람도 있으니 단순히 무서운 것 잘보는것 가지고 기가 세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꼭 그런건 아니야; 우리 언니는 진짜 특이케이스. 본인의 기가 세도 세도 너무 세서 영안이 설사 트여도 우리 언니가 지나가면 귀신들이 다 도망가니까 볼 수 없겠지...ㅋㅋㅋ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나는 공부하느라 열한시에 깨어있었고 부모님은 주무시고 있는 상태. 나는 내 방에 물도 갖다놓고 화장실도 미리 갔다 와서 한 12시까지만 공부하고 잘 생각이었어.
그때 언니가 들어온거지. 아니, 언니가 아니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누가 도어락을 열고 들어왔어. 그리고 언니방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났지. 신발장에서 또각거리는 힐소리까지 나서 난 확실히 언니라고 생각했어.

435 이름 : 이름없음 : 2013/03/03 22:22:26 ID:7v8oe+8C2Bk
하지만 뭔가 이상한게, 언니는 항상 술먹고 들어오면 나부터 찾거든. 내 방에 난입해서 우리 지니이이이이이~(내 이름에 진자가 있어서 친한애들은 진이라고 부른다.) 언니 와쪄여어어어어어어으우웨에에에에에엑
뭐 이런 행동양상을 보이곤 했어. 그런데 조용한거야. 왜 저런지 이해가 안갔지만 나야 좋았지. 내방에 토해놓거나 와서 진상부리다 내방에서 자는거 진짜 짜증났으니까.

436 이름 : 이름없음 : 2013/03/03 22:23:02 ID:lei3BfeJKgA
ㄷㄷ 귀신이 대놓고 정문으로 출입해서 언니방으로 간건가 귀신이
간땡이가 땅땅하구만;;

나이런동양풍신화?전설같은얘기는 정말처음봐서신기하다ㅎㅎ 그뭐지 옛날 여우시집가고 호랑이장가가는날 이런거처럼ㅎㅎ 근데스레읽다가느낀건데 스레주가저런경험한게 현이라는분때문인것도 있겠지만 뭔가스레주가 저런?것들이랑 맞는게있는거같아 표현이 이상하지만;
결론은 재밌다고ㅋㅋㅋ보통사람은한번도 겪지못할 신기한경험 하는거보면 부럽다!!

아니야... 귀신보는거는 안좋아...
어쨌든 나는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점점 이상한거야. 언니방에서 누가 자꾸 우는거야.
난 태어나서 언니가 운걸 본적이 없는데. 심지어 우리 언니, 학교 담에서 떨어져서 팔이 부러졌을때도 안울었는데...


귀신보는건...나도무섭다;
실제로본적도 보고싶단생각도 해본적없어 내가 부러워한건 잔치의범위에서였는데ㅋㅋ생각이 짧았나봐 미안해ㅎㅎㅎ! 스레진행부탁해~

뭔가 이상해서 언니방쪽으로 갔다. 뭐가 긁는 소리가 나고 흑흑거리는 소리가 나기에 나는 뭐지?;; 컴퓨터 포맷됬나?;;
USB 5개 다 잃어버렸나??(우리 언니는 거의 1960년대 영화부터 해서 온갖 공포영화랑 고어영화가 다있다...) 이런 생각만 했다.

아니야! 나도 잔치나 벚꽃길에서 본거나 아니면 아직 안푼 썰들중에서도 그런건 진짜 너무 좋았어. 귀신 보는것만 좀 무서웠을 뿐... 안미안해도 돼!!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가까이 다가가서 들어보니까 목소리가 언니가 아니더라고. 언니는 약간 허스키하고 낮은 목소린데 그여자는 되게 높고 쇠긁는 소리같은 목소리였어.
순간 무서웠지만 집 잘못 찾아왔나?하는 생각에 억지로 문을 열었다.

하여튼 나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입을 딱 막으면서 뒷걸음질쳐서 바로 도망갔다.
안에는 여자가 있었다. 머리카락이 길어서 그 여자가 주저앉아있는 언니 침대에 늘어져있었고, 얼굴은 화장기가 진했는데 온통 번져서 입술 주변은 다 빨갛고 눈 주변은 팬더같이 번졌다.
검은 눈물이 턱까지 죽죽 흘러내렸지.

검고 몸에 딱 붙는 미니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다리는 온통 칼로 베인 흔적이 가득했다. 진짜 예쁜 다린데 깊게 푹푹 베여있었어. 피는 안났지만 생고기 잘리듯이 베인 자국이 가득한 다리는 보기만해도 눈이 찌푸려졌다.
구두는 한쪽엔 붉은 하이힐인데 반대쪽은 맨발이었어. 팔은 검고 푸른 멍으로 가득했고.

침대보를 잡고 엉엉 새된 소리로 울던 여자가 내가 문을 열자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눈이 딱 마주쳤다. 절망으로 인해 무저갱처럼 검은 그 눈동자를 보니 마치 썩은 물고기의 탁한 눈동자같았어.
덜덜 떨면서 나와 정면으로 마주친 여자 얼굴은, 처음 내가 봤던 왼편은 멀쩡했지만 나머지 오른편은 칼로 처참하게 난도질되어 껍질이 다 벗겨지고 안의 이빨이 드러나보였다.
눈구멍도 텅 비어서 안이 다 들여다보였어. 그게 너무 끔찍해서 소리도 못지르고 내방에 뛰어들어가 문을 잠그자마자 전화가 왔지.

현이였어. 덜덜 떨면서 전화를 받아서 새된 소리로 속삭이듯 "여보세요"라고 말하고 "야, 너 괜찮아?" 라고 하는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정말 펑펑 울었다.
귀신, 그래 많이 봤지만 거의 1초? 환상을 본듯이 눈 깜박 할 새에 보였다 사라지던게 이번에는 거의 10초 넘게 보였어. 그것도 너무 현실적이게. 너무 충격이었지.

현이는 내가 우는걸 듣더니 아무 일도 없다는듯 평온하게 "역시. 거기에 어떤 여자 올라가기에 조심하고 아는척 말라고 할려고 했더니 늦었네. 곧 간다." 하고는 끊었어.
나는 방에 틀어박혀 그냥 울었지 뭐...

곧 누가 도어락을 열고 들어왔다. 현이는 우리집 도어락 알거든. 나도 현이집 도어락 알고 있었고. 하도 들락날락 하다보니 서로 알게되었어.
부모님 깨시면 진짜 큰일나니까 현이는 조용히 내방 문을 두드렸어. 나는 문 열어줬지. 너무 무서워서 베개 물고 울고 있었거든.
나는 가만히 방에 처박혀 있었고 현이가 언니방에 가보겠다더라.

현이가 언니방에 간 이후 언니방은 조용해졌어. 현이는 좀더 있다가 왔고. 다 해결 됬다면서 다만 앞으로 한달정도는 언니 방에 남자 들이지 말라 하고 끝났어.
그 여자는 아마 성폭행당한후 죽은 귀신이었던 것 같아.

이게 2학기중에 있었던 인상적인일 끝이야.
그 다음은 겨울방학때 바다간 이야기... 이지만. 그거 풀기에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그건 나중에 풀고, 지금 보고있는 스레더 있으면 작은 썰 하나 더풀고 아님 그냥 오늘은 여기서 접을게.
보는 스레더 있니?

없는것같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내일 아마도 오후 6시쯤에 접속 할 수 있을거야. 그때 잠깐 썰 풀고 본격적으로는 한 밤 10시부터 12시쯤? 그때쯤 풀 수 있을 것 같아. 안녕, 굳밤!

나 중2때였나, 한참 중2중2할 때였지. 흐콰한다!는 아니었지만 한창 예민할적이라 온사방에 짜증을 내고 다녔었어.

그시절엔 정말 힘들었어. 주위 사람들 모두가 나를 배척하는것 같고, 모두 날 무시하고 배려해주지 않는다 생각했지. 그런 생각을 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그냥... 투정이었지만.

하여튼 그럴 시절이었어. 내가 사는 아파트는 어렸을때부터 살던 곳인데, 아직도 살고있어. 한마디로 낡았다는거지. 내가 중2였을적에도 낡았었거든.
그때 우리 아파트 주변은 개발이 잘 안되어 있었어. 어차피 뒤쪽에 작은 산도 있고 했으니까. 내가 고등학교갈적엔 다 재개발되서 완전히 신도시가 되었지만.
그때에는 하여튼 근처가 좀 숲이었어.

한창 예민하고 우울해하던 시기니만큼 난 불면증도 있었고, 언니가 매일 보는 고어영화와 공포영화덕에 스트레스도 장난 아니었지.
밤새도록 옆방에서 갸아아악! 오 노, 노! 노오오! 오흐으으러어커러럭 탕! 탕! 치이이익_ 뭐 이딴 고문하는 소리나 들려오니 잠이 올리 리가.
불면증에 우울증에 한창 힘들던 나는 정말 삶이 고달팠어. 하지만 그때에도 공부만은 해야 했기에, 많이 떨어진 성적을 족구하려고 더 더 공부에 매달렸지. 그럴수록 집중은 안됐지만.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그날도 난 혼자 공부하고 있었어. 내 책상은 창문 바로 앞에 있어서 항상 열어두고 밖의 풍경을 보고는 했어. 뭐 대부분 그냥 도시 풍경이었지만 정말 예뻤거든.
아파트가 산쪽에 있어서 밑의 도시가 다 내려다보였어. 산 끝자락도 보이고. 겨우 2층이지만ㅋㅋㅋㅋ 그래도 고지대의 아파트라서.
새벽 한시쯤 진짜 잠은 안오고, 언니도 엄마 아빠도 오늘은 일찍 자는지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한데 그 와중에 나는 세상에 묻혀서 휩쓸려간 느낌이었어.
이곳에 나는 존재하는데, 여기 서 있는데 모든것은 굳어있는 나를 지나쳐서 활동적으로 지나가버리고, 결국 나는 끝자락에 남아서 아등바등 쫓아가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어.
이렇게 아등바등해도 끝자락만을 붙잡고 비참하게 갈거면 차라리 다 놓아버리자 싶기도 했지.

그때 방충망 밖으로 반딧불이같은게 반짝였어. 빙빙 그자리에서 도는게 따라오라는것 같기도 했지. 하지만 새벽 세시에 어떻게 나가. 난 따라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어.
하지만 따라가고싶다, 따라가고싶다 하는 욕망은 강해지고, 어느새 난 정말 저 빛을 따라가지 않으면 여기서 낙오되겠다 싶었어. 그때 나는 망설임 없이 방충망을 열고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지.
겨우 2층이라곤 해도, 아파트는 높았어. 하지만 나는 눈을 꼭 감고 뛰어내렸고, 말도 안되게 푹신한 이끼로 된 침대 같은 곳에 떨어졌어.
눈을 살며시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녹음이 완연한 숲이었지.

밤의 숲이었어. 나무들은 그렇게 무성하지 안았지만 하나 하나가 정말 열사람이 둘러싸도 모자랄만큼 크고 굵었고, 하늘은 별이 쏟아질듯이 박혀있어서 환했지.
초승달이 마치 아기의 요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떠있는게 절로 감탄이 나오게 되는 모습이었어.
주위의 숲은 보드랗고 푹신한 이끼로 덮여있는 부분이 많았고 풀이 무성하진 않았어. 바닥도 대부분 흙이거나 아니면 폭신한 이끼였지. 내가 쫓아온 반딧불이가 정말 몇십마리가 허공에서 춤추듯이 날았어.
내가 떨어진 푹신한 이끼로 덮인 침대는 사실 바위였더라고. 그 바위 앞엔 지름이 30m는 되어보이는 연못이 있었고, 우산만한 연잎이 여러개 떠 있었어.
내가 앉아있는 바위 건너편 연못가에는 고양이가 한마리 앉아있었지. 그냥 여기저기서 보이는 검은색 갈색 흰색 석인 고등어. 크기는 약간 작은게 중고양이같았어. 특이한 점은 없었고.

내가 멍하니 풍경을 살피다 보니 어느새 청명한 귀뚜라미 소리, 방울소리같은 개구리 울음이 들려왔지. 사락사락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와 어디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도 같이 들려왔어.
마치 음악회같은 느낌에 감상에 젖어 있을 무렵, 연못 건너편의 고양이가 여기를 보라는듯이 야옹, 하고 짧게 울었어.
내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고양이는 태연스럽게 폴짝, 연못에 여러개 늘어져있는 커다랗고 작은 연잎으로 점프했지.

나는 순간 앗, 하고 소리쳤었어. 하지만 에상을 깨고 고양이는 단단한 의자에 앉은듯이 약간 출렁임은 있지만 연잎에 제대로 착지했더라고. 신기해서 쳐다보니 또다시 야옹, 하고 울었어.
그 울음소리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느껴졌는지는 몰라도, 나는 나보고도 연잎으로 올라오라는듯이 들리더라.

잠시동안 고양이의 매끈한 갈색 눈을 바라보다가 난 결국 가기로 결심했지. 보드라운 이끼로 덮인 바위에서 조심히 근처의 가장 큰 연잎을 찾은 후에, 살며시 발끝부터 연잎 위로 내려앉았어.
절대로 터지지 않는 두부 위로 걸어가는 느낌이었다면 이해가 될까? 진짜로 기묘하더라고. 하지만 한번 해보니까 꽤 쉬워져서, 나보다 먼저 연못 한가운데에 도착한 고양이를 향해 폴짝폴짝 뛰어갔어.
그래도 태생적인 불안감은 남아있어서 물에 빠질것같은 두려움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연못 중앙의 지름이 2m는 되보이는 연잎에 도착했지.

나 자러가면 너도 자! 잠은 충분히 자야 건강에 좋아. 너도 잠들면 내가 겪은 것같은 환상적인 꿈을 꾸게 되기를 빌어줄게.
연잎 위의 고양이는 아무 말 없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로 시선을 돌렸어. 나는 당연히 밤의 연못이니 검을거라고 생각해 무서워서 들여다볼 생각도 못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난 직접 겪은거라서 더 생생해. 아직까지도 귓가에 그 숲의 소리가 맴도는 것같아.
연못 안을 자세히 들여보자 그렇게 검지만은 않더라고. 물은 굉장히 투명했고, 연못은 깊이가 1.5m정도? 그렇게 깊지 않았어.
물 속에는 빙어같은 피라미들이 은빛을 내며 재빨리 헤엄치고, 하얀 잉어같은 것들도 팔뚝만한 몸체를 자랑하며 어스름하게 하얀 빛을 몸에서 내뿜고 다녔지. 정말 물속에 반딧불이들이 사는 것 같았어.
연못인데도 거대한 거북이가 내가 앉은 연잎 위로 스윽 헤엄쳐 지나갔지. 고양이는 내가 연못 밑에 정신이 팔린것을 알아챈듯 발끝으로 내 손을 톡, 건드려서 주목하게했어.

나는 환상적인 물속에 정신이 팔렸다가 고양이의 부름에 다시 정신을 차렸지. 그때 고양이가 야옹, 하고 울더니 물 속으로 퐁당 뛰어들었어.
뛰어든 고양이는 물개마냥 쏜살같이 내가 앉은 연잎 밑으로 사라지더니 어느순간 연못에서 사라졌지.
나는 고양이가 익사한줄알고 거의 기겁을 해서 뻣뻣이 굳었어. 두려움이 약간 들기 시작할때쯤, 이끼로 덮인 땅에서 여자 상반신이 나오더라.

그순간 나는 정말 ...???......!?!? 하는 상태였지. 아니 땅에서 사람이... 하지만 자세히 보니까 그게 땅이 아니더라고.

그건 땅이 아니라 초록색과 갈색의 개구리밥이었어. 내가 앉았던 바위는 아주 거대해서 연못 밑에서부터 그렇게 침대처럼 나와있었던거고, 나무들은 모두 1.5m 정도를 연못에 잠겨있었던거야.
여자는 갈색같기도 하고 검은색 같기도 한 긴 머리채에 갈색의 매끈한 누을 지닌 내 또래의 동양인 여자애였어. 얼굴은 그렇게 예쁘다기보다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달까,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생김새였지.
상반신은 누드...였지만 그때엔 그런거 신경쓰이지 않았어.
여자애는 빠르게 헤엄쳣 내가 처음 떨어졌던 바위 위로 올라 앉았고, 그때 보았지. 하얀 빛에 갈색 그라데이션이 고급스럽게 가미된 반짝이는 물고기 꼬리같은 하반신이 보였어.
별빛과 반딧불이의 빛이 아니라 정말 그 스스로 여자애의 몸과 꼬리에서는 하얀 빛이 어슴푸레하게 감돌았지.

여자애가 바위 위로 완전히 올라오는 순간 연못, 그러니까 온 사방에서 사람 머리만한 봉오리가 톡톡 올라왔어. 나무 사이의 개구리밥을 헤치고 올라오기도 하고, 내 눈 앞에도 하나 커다란게 솟아올랐지.
깜짝 놀라서 쳐다보는 나한테 안신하라는듯 작게 여자애가 미소짓자마자 그 봉오리듯이 톡, 터지듯이 열리면서 정말 환한, 달처럼 환한 빛을 내는 연꽃들이 피어났어.
난 정말 그렇게 연꽃을 눈앞에서 본 적이 없거든. 마치 달덩이같은 빛이 나는 연꽃은 정말 그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색채에서부터 은은한 향기까지 다 감동적이더라.

뭔가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에 눈물을 떨구면서 아이처럼 소리내어 울자 여자애가 헤엄쳐서 연잎 위로 걸터 않더니 손으로 내 머리를 톡톡 쓰다듬어 주었어.
한번도 그런 일을 해 본적이 없는 것 마냥 어색했지만 망설임없이 고양이처럼 톡, 톡 머리를 쓰다듬는 가벼운 손길이 너무 위안이 되어서 더 울었지.
그렇게 따스한 손길에 울음이 멈추자 여자애가 눈에 들어왔어. 하얗지만 생기있는 복숭아같은 피부에 동그랗고 끝이 올라간 고양이눈, 짙은 눈썹에 둥그런 이마까지 정말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자애였어.

특히나 조금 작고 앵두같은 입술이 참 예뻤지. 물에서 헤엄쳤는데도 젖지 않아 풍성한 갈색 머리채는 조금 곱슬기가 있었지만 약간 웨이브를 넣은 정도였고, 길이는 길어서 상반신을 덮고도 남았어.
슬슬 울음을 멈춘 내가 기특하다는듯한 그 눈은 고양이마냥 크고 약간은 도도해 보였지만 그 속의 갈색 눈동자는 갈색의 초콜릿같이 부드러운 구름에 은하수를 박아넣은듯이 정말 매끄럽고 당당해보였다.
눈물을 닦고 아무 말도 못하는 내게 그 여자아이는 똑같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작게 미소지었고, 그 눈꼬리가 살풋 초승달처럼 접혀들자 나는 갑자기 연잎 밑으로 꺼지듯이 연못 안으로 빨려들어갔어.
그 와중에도 여자아이는 걱정하지 말라는듯이 웃었고, 나는 이상하게 어머니의 양수처럼 따뜻한 연못 속 물에 감탄했지. 말도 안되게 물은 정말 이상한 젤리같은데도 공기처럼 코 안으로 밀려들었고, 공기처럼 숨이 쉬어졌어.
김은 심해로 빨려들어가듯이 사방이 검었지만 여러가지 물고기들이나 거북이, 돌고래같은 것들이 은은한 빛을 띄고 돌아다니는게 신기해 거북이를 잡고 같이 움직여도 보고 하다가 결국은 그 사이에서 난 잠이 들었어.
눈을 뜨니 여전히 탁상시계는 새벽 1시 12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어째선지 창문은 방충망까지 모두 열려 있더라.
난 내 책상에 엎드려서 눈을 뜬거야.
하지만 정말 잠이 들었다기엔 1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 너무나 신기했어. 게다가 그 여자애나 숲, 연못, 물고기... 모든게 너무 생생했거든.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창문 밖을 보자 거기엔 그냥 우리 아파트 주차장 뿐이었지만.

상심해서 뒤돌아선채 난 불을 끄고 자려고 했지.
그때 내 귓가에 야옹, 하고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어.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려는데 다시 너무나도 확실하게 야오오옹, 하고 어쩐지 불만에 찬 울음소리가 들렸지.
나는 거의 확신을 가지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었어.

아니나 다를까, 거기엔 중고양이 정도의 고등어 고양이가 맨질맨질한 갈색 눈을 밑내며 화단에 앉아 있더라고. 정말 반가웠어. 딱 연못에서 보았던 그 고양이였거든. 무늬나 크기까지도 동일했어.
나하고 눈이 마주치자 마자 야옹, 하고 강하게 한번 더 운 고양이는 바로 뒤돌아서 재빠르게 뛰어 산쪽으로 달아났고 난 그대로 어쩐지 기대에 차 잠이 들었어.
그 이후로 나는 불면증도 없어지고 성적도 올라가고 방황하던 시기도 끝났지.

물론 내가 잠깐 졸면서 꿈을 꾼거고 우연히 내 꿈에 나왔던 고양이가 내 눈앞에 나타난걸지도 몰라. 하지만 내 추리닝 바지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보드라운 이끼 한조각을 보니까 어쩐지 확신이 생기더라고. 현실이었다는.
그 후로 그 고양이를 보진 못했고 다시 그곳에 가지도 못했지만 그 연못과 그 여자애는 방황하던 나를 이해해주고 보듬어준 단 하나의 공유자였어.
지금도 항상 고마워. 그때 그 여자애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밝게 살지 못했을것 같거든.

자, 이제 부러워 죽을 시간이다!
어쨌든, 그 이끼는 유리병에 담아 보관했지만 어쩐지 마르지도 않고 언제나 만져보면 보드라운 초록빛이었어.
하지만 내가 현이를 만난지 얼마 안되어 다시 확인하니까 유리병째로 사라졌더라고. 가족들에게 물어봐도 아예 유리병의 행방을 몰랐어.
어쨌든 나는 아직도 그곳과 그 여자애가 생생히 기억나고, 언젠가 내가 정말 힘들때 다시 그곳에 가서 그 여자애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힘들어지면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묘한 확신감이 들어.

뭐. 간단히 말하자면 난 현실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레스주들중에 꿈이라고 생각하는 레스주가 있으면 그것도 확실히 아니라고는 얘기하지 못하겠지.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야.
이걸로 짧은 썰은 끝이다! 난 12시까지 끝내려 했는데 왜 12시 반...ㄸㄹㄹ...
어쨌든 레스주들 모두 고맙고 잘자! 내일 오후 6시쯤에 돌아올게. 안되면 아마 밤 10시쯤에 돌아올거야!

일단 공책에 곳곳에 적어두긴 하지만... 일기는 안쓰니까. 정확히 기억 안나는것만 현이한테 물어보거나 공책 곳곳을 찾아보고, 대부분은 기억에 의존해서 쓰지.
잠귀가 어두운것은 맞지만, 일던 엄마 아빠가 아무리 잠귀가 어두워도 누가 그렇게 울면 알았겠지. 하지만 엄마 아빠한텐 안들렸대

응. 아주 어릴적부터, 선천적으로 아주 강한 영능력자가 될 운명이었대. 하지만 뭐 본인이 신 받기를 원치 않고, 신병도 안오고 하니까.
사실 무당이 되지 않으면서도 여러 신들의 도움을 받거나 하기는 어려운데 현이는 어찌 저찌 그렇게 하더라고. 무당 될 팔자는 아니래.

오늘 학교근처에서 휴학한 언니가 지나가는걸 봤는데, 그 언니 배에 엄지손가락 두개 합친것같은 크기의 태아가 붙어있더라.
손도 없으니 잡고있다기보단 정말 웅크리고 스웨터에 붙어있는데 기분이 묘했어. 그 언니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휴학했다더니 결국은 그런거였나, 하는 기분.
그 언니에대한 그런 소문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런거 잘 안믿었거든...
뭐, 별로 친한 사람도 아니고 이름만 아는 정도지만, 안타까운건 어쩔 수 없더라고.

내가 봤을때는 그냥 며칠 붙어있다가 사라질 것 같았지만, 아마 그 며칠간 그 언니는 계속 낙태한 아이의 생각에 시달릴거야. 하지만 딱히 도와줄 필요성은 못느끼겠더라.
무슨 사정이 있었던지간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 아기도 그렇게 죽고 얼마나 억울하고 슬펐겠어. 그러니 어차피 이삼일이면 떨어질 그 작은 영혼을 내가 굳이 빨리 사라지게 할 필요는 없지...
게다가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걸. 현이를 부르기에도 이상하고. 그 언니도 누군가가 자신의 낙태사실을 알고 있을거라는 거, 불편할것 같고.

음... 사랑하는 레스주들아 나 7시쯤 돌아올게. 그대신 7시부터 12시까지는 계속 스레직 할 것 같아.
과외받기로 한 중딩이 펑크냈거든...ㅠㅜ 새학기라 친구들이랑 노래방간다고.

너 정말 기다렸나보구나...
느낌표_3개의_위력.txt
오늘 풀 썰은 그냥... 어, 고 1 겨울방학 썰이다.

고등어는 공부를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생물이라고 할만큼 고등어에게 공부는 중요했으니...
역시 고 1 겨울방학때 나는 공부중이었다. 추워서 거의 집안에서 공부만 했어. 특히나 이제 고2라는 일종의 부담감덕분에 더 심했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고등학교때는 무슨 악귀처럼 공부했던것같아.

하여튼 그래서 나는 정말 집안에서 거의 은둔자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지.
가끔씩 현이놈이랑 통화를 하면 걔도 그상태였어.
그결과, 우리는 둘다 살이 쪘다. 한 5kg정도... 물론 걔나 나나 둘다 마른 체형이긴 했어. 근데 그나마 현이는 근육덕에 살이 좀 쪄도 탄탄해보였지만 나는 운동도 안해서 그냥 몰캉몰캉한 살이란말이야ㅠㅜ
결과적으로, 공부를 잠시 제쳐놓고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어차피 2학년 준비는 거의 완벽 했어. 대충 원하는 점수대가 나왔으니 한 2주 정도는 외양을 가꾸기로 결정한 나는 일단 현이를 집밖으로 끌어냈다.
물론 그자식에게 거부권같은건 주지 않았어. 참다 못해 그 과묵한 녀석이 "내 인권..."하고 말을 꺼냈지만 나를 이기진 못했지.

프랑스 혁명 이전의 가여운 농민으로 돌아간 현이는 사치를 부리는 마리 앙뚜아네트를 보는 사흘 굶은 농부같은 눈으로 날 바라보았지만 그런건 아웃 오브 안중.
2학년때부터는 수능이 어쩌구 하는 소리로 고등학생들의 원초적 두려움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미 불어난 5kg 앞에 2년후의 수능은 아스라히 사라진 후였다.

하여튼 이놈과 나는 하루에 4시간씩 뛰기 시작했다. 뒷산부터 학교까지 뛰었어.
...그리고 롯XX아에서 폭식을 했지. 하하하하휴ㅜㅠㅜㅠㅜ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결국 다이어트 특훈을 떠나기로 했다.
겨울바다로.
일행은 나와 언니 현이 언니 친구 내 친구 그리고 현이를 제외하고 유일한 남자인 언니 썸남.

방은 민박집에 두개를 잡아서 남녀 나눴다. 현이와 언니 썸남(줄여서 썸남)은 어색의 최절정을 달리고 있었어. 사실 현이는 평소같이 친한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인간들을 공기처럼 대한거고 썸남오빠만 어색해했지만.
언니 친구는 썸남오빠한테 관심이 있어서 쫓아온듯 했고 언니는 그냥 썸남이고 친구고 나발이고 그 바다 근처에서 나타난다는 물에 빠져 죽은 여자 귀신에 정신이 팔렸어.
...왜 내가 장소선정을 언니에게 맡겼을까 나는 고뇌했다. 기말고사 언어영역 12번 문제의 답을 3번으로 했다가 나중에 다시 보니 4번같아서 바꿀까 말까 고민하던 것보다 더 심각했어. 도저히 화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냥 언니의 오컬트사랑이 이해가 안갔음. 댁은 댁 방에서 쳐울던 여자귀신의 존재는 아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눈을 빛내며 "보여줘ㅠㅜㅠ언니 보고싶어 진아ㅠㅜ 여자귀신 보여줘ㅠㅜㅠ" 할게 뻔했기에...

내 친구는 그냥 그 사이에서 혼자 쓸쓸히 공기가 되어갔다... 사실은 남친과 헤어지고 기운이 쏙 빠진 친구를 위로할겸 데려왔는데 오히려 염장을 지른 것 같았어.

2박 3일씩이나 되는 다이어트 특훈은 사실상 그냥 놀러간거였다. 처음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했으나 언니가 끼면서 사실상 심령 스팟같은 분위기였어. 이런 젠장...
언니는 댁 동생이 일주일된 숙주나물마냥 시들어가는건 모르고 마냥 귀신! 귀!!씐!!! 귀!! 씐!!! 하고 노래를 불렀다.
아니야, 귀신은 그런 아이돌같은게 아냐! 언니 정신차려!
...라고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울며 말했지만 이미 10년째 듣지 않던 시점이었으니.


생긴게 귀엽다고 속도 귀여운건 아냐! 마치 토끼의 형상을 한 호랑이같은 여자라고! 인간이 아니야! 가끔 애교를 떨지만 그마저도 무서운 여자입니다. 왜 초등학교 교사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여튼, 우리 언니는 방학을 맞아 자기가 가르치는 초딩보다 더 들떴었고 이미 분위기는 심령 스팟.
그시점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편을 구하려 애썼으나 언니의 패기에 눌려 민박집에 짜질 수 밖에 없었다...엉엉
현이는 그냥 잠을 잤고 언니 친구는 어떻게든 썸남에게 추근거리려했고 썸남은 어떻게든 언니에게 추근거리려했으며 언니는 해맑게 내 친구를 이끌고 뛰어댕겼다.
내친구는 이미 언니에게 휘둘리다 못해 시속 150km로 회전하고 있었기에 나는 어떤 의미로든 실연의 아픔을 잊게 해줬다며 지쳐보이는 친구를 외면했다. 미안... 나도 내 언니가 감당이 안되는걸.

왜 주소가 갑자기 바뀐건지 이해가 안가지만 일단 인증코드 달게.
그게 뭐야? 나 일단 스레딕은 요 몇달간 레전드스레 눈팅한게 다거든. 내가 닥눈삼이 빨리 되는 편이라서.
우리는 대충 근처 횟집에서 밥을 먹었어. 겨울바다라선지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 그래서 엄청난 호객행위를 받다가 결국은 가까운 집으로 피신하듯이 들어갔지.
맛있었어.

내 이름중에 진자가 들어가서 친한 사람들이 날 진이라고 부른다고 설명 했었는데... 기억 하려나 모르겠다.
하여튼 그렇게 잘 먹고 잠이 들때쯤, 언니가 겨울바다로 가자고 했다.
귀신을 보기 위해서.
새벽 두시에!!!!!!! 바다를!!!!!! 그것도 막 뛰어 놀다가!!!!!! 겨우 잠 들락 말락 했더니!!!!!!!

하지만 전 언니 앞에선 미모사같은 존재입니다. 양도 아니야. 양은 정말 위급하면 뒷발차기라도 하잖아? 도망이라도 가잖아! 근데 난 식물이라 도망 ㄴㄴ...그냥 움츠러들 뿐...
그래서 결국 끌려 나갔다. 민박집에 남은건 언니 썸남이랑 언니 친구뿐. 언니 친구는 졸려서 안갔고 썸남은 따라오고 싶어했지만 설사하느라...

하여튼, 언니는 내 친구를 끌고갔고 나는 내 친구가 가여워서 억지로 갔고 현이는 그냥 나한테 납치당함.
뭐, 이런 구도로 겨울 바다를 쭉 돌게 되었지. 그 바다는 갯벌이 아니라 하얀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져있고 숲하고 산하고 닿아있어서 모래사장의 끝자락(민박집 반대편)에는 숲이 있었어.
민박집은 딱 절벽에서부터 모래사장이 시작하는 지점에 있었고 숲은 거의 1km 좀 넘는 모래사장의 다른편 끝에 있었다는거지.
절벽ㅡㅡㅡㅡ모래사장ㅡㅡㅡㅡㅡㅡㅡㅡ숲
민박집 숲숲숲숲
이런 구도로. 민박집과 숲은 1km정도 떨어져 있었어.

잠깐 밥먹고옴...
>>572에 그림이 다르게 나와서 다시 설명하자면
절벽----------------모래사장-----------------숲
민박집-----------------1km--------------숲숲숲
이런 구도다.

우리는 언니를 앞세우고 그 옆에 내 친구가 붙었다. 언니랑 내 친구 뒤를 내가 쫓아가고 현이가 제일 뒤에서 오는 형태였어.
모래사장은 뭐 1km정도니 꽤 길었지. 겨울이니만큼 춥기도 장난아니게 추웠고. 게다가 새벽 두세시였어서 진짜 나는 얼어 죽는줄 알았다. 바닷바람 장난아냐...

설마 이 밤에 나올줄은 몰랐던 내가 준비를 소홀히 한 것과는 다르게 언니는 게획적이었던건지 패딩 껴입고왔고 내 친구는 원래 추위를 많이타서 옷 두껍게 가져왔었다.
현이 이자식은 어떻게 알았는지 패딩을 긴걸 입고왔는데, 나한테 빼앗기고 언니 썸남 야상 빌려입었어.
니 썸남보다 그때 키가 컸어서 약간 껑충한게 완전 웃겼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무조선 자기 패딩을 나 입히고 자기가 그걸 입더라고.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갑자기 언니가 화장실을 가고싶다고 했어. 우리의 위치는 이제 거의 숲 앞쯤 다달았는데, 숲이 그렇게 무성하진 않아도 밤이고 하니까 숲까진 못들어갔지.
언니는 가벼운게 아니었어. 어쩐지 평소에 안먹던 회랑 어패류를 엄청 먹더니만. 내 친구가 근처 횟집 아저씨를 모래사장으로 데려왔는데 아저씨가 보고서는 일단 자기네가 차가 있으니까 데리고서 시내의 병원에 간다고 했어.

언니는 횟집 아저씨랑 주인아줌마(아저씨를 찾으러 왔다가 도와주심)의 부축을 받으며 차타고 병원으로 이동. 나와 내 친구, 그리고 현이는 숲 앞, 모래사장의 끝에 셋이 덩그러니 남았다.
내 친구는 숲을 등지고 나와 현이와 마주보고 있는 상태였어. 피곤하고 지친기색의 친구한테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하려던 찰나, 검은 숨 안에서 하얀 움직임이 보이더라.

내 친구는 여전히 거의 비몽사몽한 상태로 숲에 등을 지고 쪼그려 앉아 있었고 나랑 현이는 숲쪽을 바라보며 친구와 마주보고 서있었는데 검은 숲 안으로 움직임이 보이는거야.
저쪽, 아주 깊어서 빛도 없는 숲 안에서부터 뭔가가 탁탁탁 타다다닥 하고 달려오는데 네발짐승의 소리같으면서도 짐승치고는 소리가 컸어. 게다가 짐승들은 보통 뛸때 소리를 잘 안내잖아.
근데 사람이 걷는 것 같은 소리였다.

그럴 수도 있고. 워낙에 언니는 진짜 기도 세고 운도 장난아님. 전생에 진짜로 나라를 구했다더라고... 무당 말로는. 전생에 남자였는데 엄청난 영웅이어서 나라를 구했다고. 그래서 현생에 그 공덕을 다 받는거래.

그런 것도 있고, 귀신들이 언니의 기를 피했다가 언니가 사라지면 오히려 그때를 노리고 몰려드는 경향도 있고. 현이도 쎈편이지만 얘는 귀신한테 주목받는거 싫어해서 오히려 꽁꽁 숨기더라.
하여튼 멀리서 허연게 매생이같은 머리를 흩날리며 두다다다다 달려오는데 장난이 아니더라. 조금 더 가까워지자 누가봐도 네발로 달리듯이 기는 여자였어.
목을 메고 자살했는지 거의 목이 잘릴정도로 파고든 줄이 길게 늘어져있는 여자였다. 복색으로 봐서는 조선 후기쯤의 여인?
머리는 비녀로 올렸지만 거의 다 흘러내려서 흩날리고 얼굴은 파리한테 눈이 튀어나올듯하고 혀가 길게 나와있었다. 목은 본인이 살고싶어 긁었는지 졸린채로 처참히 긁혀있었고.
옷으로만 봐서는 다 비단에다가 색채도 화려한게 좀 있는집 마님. 나이대는 30~40대정도니 조선기준으로는 마님이지.

나는 시퍼렇게 질려서 친구한테 야, 야 일어나 가자 아 제발 헐 가자고!! 하고 악을 썼지만 친구는 아 왜 갑자기 화를 내는데? 좀 힘들어서그래 좀만 쉬자 제발좀! 너때문에 온건데 진짜 피곤하고 정말... 하고 짜증을 냈다.
나는 그러다가 너 평생 쉬는 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겨우 참고 일단 힘으로라도 일으켜 세워서 데려가려고 현이쪽을 봤는데 이미 한 100m 앞에서 전력질주 하고 있더라.
...이새끼야!! 버리고 가면 어떻게해!! 하고 소리쳤지만 뒤도 안돌아봤어.

정말 그때만큼 친구년이 짜증난적이 없었음... 진짜 드라마에서 나오는 눈치없는 여주인공 욕했지만 진짜 그 수준이 아니라 정말 이 눈치없는 친구년을 버리고 갈까 했음.
그리고 귀신이 점점 빠르게 이쪽으로 오기에 결국 버리고 나도 뛰기 시작! 끝까지 말 안들으니 같이 죽을 수도 없잖아... 그,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고! 라기보다는 진짜 생리적으로 너무 무서웠다.
가까워질수록 그 길고 파란 혀와 늘어진 혀가 나온 검은 목구멍 속에서 들끓는 구더기, 이미 거의 빠져나올듯이 튀어나와 초점조차 없는 죽은 동물의 눈동자.
부패해 거의 떨어져나갈듯한 머리칼들과 거기에 엉긴 비녀. 목은 거의 터질듯이 밧줄로 졸라매져있고 손톱으로 박박 긁어 터진 목의 상처에 들끓는 파리와 구더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네마냥 빠르게 납작 엎드려 달리는 그 모습과 흩날리는 화려한 한복이 더 무서웠어.
마치 좀비처럼, 하지만 훨씬 빠르게 그 초점없고 아무런 삶에 의욕이 없는 죽은 동물의 눈을 하고 맹목적으로 내쪽을 쫓아 달린다는게 정말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뛰었다.

그래! 공부 열심히 해! 하지만 정말 내가 피토하게 공부하면서 겪은건 오히려 공부가 다는 아니란거야. 우리나라는 정말 공부로 성공할 확률이 적은데도 다른 길이 아직 별로 없잖아.
그러니까 정말 공부가 너의 꿈이 아니고 적성에 맞지 않으면 공부에 최선을 다하되 네 꿈을 쫓는걸 더 우선으로 두는게 더 좋을거야. 하지만 무슨 꿈을 쫓되 공부는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잘 해야 수월하니까 열심히 하는게 좋지.
...난 그냥 내 꿈이 공부 못하면 망하는 꿈이라 죽어라고 했어...

난 진짜 엉엉 울면서 온 얼굴에 콧물 눈물로 칠을 하고 바닷바람에 눈도 못뜨며 달렸어. 뒤에선 계속 그 타다다닥거리는 뛰는 소리가 나는데 하나밖에 안나는걸로 봐서는 친구는 아마 어떻게든 됐을거라고 생각했지.
앞서 달리는 현이가 조금씩 가까워지는게 조금 안심이 됬지만 오히려 뒤를 못보니까 그 여자가 어디까지 쫓아오고 있을지 안보여서 더 불안했고. 내 친구는 어떻게 된건지도 걱정이 됐어.
하지만 일단 공포감이, 생존감이 더 먼저였으니 달리는 수 밖에.

하지만 달려도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거의 한 500m 남았는데 숨은 차고 걸음은 느려졌지. 현이는 그래도 남자니까 나보다 훨씬 빨라서 거의 민박집에 도착했지만 이놈이 뒤도 안돌아보고 뛰더라...
내 체력은 평균에서 아주 약간 이하라서, 결국은 잡혔어.

그정도 오타야 나도 거의 한레스에 하나씩 난다ㅋㅋㅋ 뜻만 통하면 되지 뭐 어때! 그래서 난 오타수정을 안함...
그 긴 패딩 끝자락을 확 잡더라고. 그래서 나는 그대로 패딩을 허물처럼 벗어던지고 뒤를 힐끔 보니 패딩은 돌부리에 걸려 찢겼는지 내용물이 날리고,
내 친구가 귀신에 씌였는지 네발로 기듯한 자세로 내 패딩을 잡고 딱 그 귀신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어.

어디가서도 안꿀리는 대학이면 어쩐지 나랑 같은학교일것같아 두렵다...
확실히 우리나라 교육체제나 배우는 대부분의 내용은 실용적이라거나 깨달음이 있다기보다는 정말 본인의 가능성을 넓혀두기 위해서 배우는게 맞는것같아.

나는 하도 정신이 없으니 패딩에서 뭐가 나와서 흩날리든지 말든지 신경 안쓰고 달려서 민박집에 딱 도착했는데 현이 이새끼가 진짜 태연한 표정으로 민박집 대청마루에 앉아서 다리꼬고 날 쳐다보고 있더라.
너무 빡쳐서 멱살을 확 잡으니까 탁, 쳐서 멱살을 놓게 하더니 "뒤나 봐." 하고 쿨내나는 목소리로 말했지.

나는 감히 니가 지금 어디서 명령질이야!!! 하고 소리를 빽 지...르려다가 일단 뒤를 봤어. 그 귀신이 어찌 됐는지 궁금하잖아. 특히 가여운 내 친구...
딱 보니까, 내 친구는 땅바닥에 대자로 엎드려서 기절해있고 귀신은 안보이더라. 내 친구 위에는 안의 내용물이 다 빠져나가 홀쭉해진 패딩이 있었고 하얀 솜과 함께 섞여있는 부적같은것들이 모래사장에 나뒹굴었어.

알고보니 이자식 준비성도 철저하게 지 패딩 안에 솜이랑 같이 부적을 열몇장 넣어놓고 그걸 나한테 입힌거임... 그래서 내가 미리 말해줬어야지!! 하니까 "어, 안말했던가?" 하더니 말이 없었다.
친구는 부적과 솜세례를 맞더니 기절해서 보니까 부적땜에 그 여자귀신이 확 튕겨 나가서 다시 숲으로 돌아갔대. 그래서 친구는 고이 민박집에 눕혀놨어.
...그런데 민박집에 있던 언니 친구랑 언니 썸남이 사라진걸 그때 발견했지.

나랑 현이는 일단 내 친구가 다친곳 없는거 확인하고 방안에 눕혀놨고, 썸남이랑 언니친구를 기다리기 시작했어.
아직 고등학생들은 알아서는 안되는 어른들의 세계에 가신건줄 알고 어차피 아까 그 여자땜에 잠은 안오니까 핸드폰 하면서 대청마루에서 이불덮고 기다렸지.
현이는 어쩐지 신경이 곤두서서 자꾸 절벽쪽을 봤다가 숲쪽을 봤다가 바다를 봤다가 하면서 신경질적으로 굴기에 그냥 내비둠.
저럴때 건드리면 괜히 나한테 짜증낸다는걸 근 1년간 배웠었던 때였으니까. 지금이야 저러면 왜그러냐고 추궁해서 이야기를 듣고야 말겠지만.

그때 마침 나는 내 가방 속의 과자를 떠올렸고 그걸 가지러 친구를 재워둔 방 안으로 들어가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
방이 변한게 하나도 없었어. 그리고 급히 나가서 대청마루 밑을 보니까 거기도 그랬지. 나와 현이, 내 친구와 언니가 나갔을때랑 전혀 변한게 없는거야.
말도 안되게.

그날은 진짜 추운 겨울, 한겨울이었고 더더군다나 바닷바람 휘몰아치는 바닷가 바로 앞이었어. 게다가 새벽 3시였다고. 나가봤자 우리가 나간 2시~돌아온 3시 반 사이에 나간걸텐데...
코트도 그대로 있고 심지어 안경, 눈나쁜 언니 친구가 안경도 두고 나갔단 말이야.
대청 마루 밑엔 신발도 그대로 있었어. 그렇다면 화장실을 갔나 하고 보니까 화장실에도 없고. 그때 밖에서 누가 다다다다 달려가기에 급히 나와보니 현이가 절벽으로 올라가는 길쪽으로 달려가더라.

절벽 위에서는 사람 형체가 어른거리고, 뭔가 떨어질듯 말듯 하게 휘청이는게 바닷바람도 센데 힘이 없어 보여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어.
나도 따라 올라가려는데 현이가 넌 가만 있어 방해만 돼!!하고는 자기가 뛰어 올라가더라.
난 겁먹어서 그냥 그자리에 주저앉아서 대청마루에 몸을 비비며 엉엉 울기만 함...ㅠㅜ

어느정도 진정이 되고 현이가 절벽 위의 사람을 끌고 내려오려고 애를 쓰는데 힘이 센지 그 작은 체구에도 안내려오더라. 난 오지 말란 소리에 가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우연히 바다로 눈을 돌렸는데 거기에 언니 썸남이 있었어.
그러니까 숲하고 절벽의 딱 중간즘 되는 바다에 남자 형체가 허리쯤까지 파도에 잠겨 어른거리는데 딱 썸남이다 싶었지.
그리고 직감적으로 딱 저러다가 바다에 휩쓸려가겠다 싶었어. 그래서 난 아무 생각 없이 뛰어서 썸남오빠 쪽으로 달려갔었어. 가만히 있으라는 현이 말 안듣고.

가서 봤는데 진짜 눈이 풀린게 눈은 반쯤 떳는데 완전히 정신이 나가있었어. 어떻게 굳건히 그자리에 서있긴 한테 파도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하는게 언제라도 쓸려나갈것같아 무서웠지.
하지만 내주제에 끌어낼 힘은 없고... 결국은 그냥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꼴만 된거야. 그때 갑자기 모래사장보다 한 2m 높게 있는 도로가 있거든?
민박집은 모래사장에 있으니까 민박집 위쪽으로 올라가서 모래사장을 쭉 따라서 가다가 마을 밖으로 이어지는 하여튼 그런 도로가 있었어.
거기로 누가 바르게 달려가는가기에 돌아보니까 민박집에 재워놨던 친구가 맨발로 그 도로를 통해 숲으로 달려가고 있더라.

나랑 현이랑 시내 나간 언니 빼고 다홀림...ㄸㄹㄹ...
그래서 결국 친구는 위쪽 도로를 통해 숲으로 사라지고. 이 오빠는 바닷물에 부표마냥 이리저리 넋을놓고 흔들리고 있고. 현이는 절벽 위의 여자를 막을려고 올라가있고 하니까 난 그냥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갔지.
사실 그 오빠 넋놓은게 너무 무서워서... 게다가 난 바닷물에 들어가면 바로 휩쓸릴것 같았어. 그래서 어차피 그오빠가 휩쓸려나가도 못구해주겠고...
그순간 현이도 절벽쪽에서 귀찮다는 표정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내려오더라. 민박집에서 우리 둘이 딱 마주치자마자 난 절벽 위의 사람 누구냐고 물었어.

현이는 하아, 하고 한숨을 쉬더니 대청마루에 걸터앉았고 나는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일도 없고 하니까 포기하고 대청마루 위로 올라왔지.
일단 현이의 말에 따르면 절벽 위의 사람은 언니 친구. 지금 언니 친구한테 기생의 혼? 첩의 혼이 들어가있댔어. 내 친구한테는 본부인의 혼이 들어간거고. 아까 네발로 날 쫓아오던 목매 자살한 여자가 본부인이래.
언니의 썸남 오빠는 귀신이 들린건 아닌데 그냥 본부인하고 첩 사이에 껴서 넋을 놓은 거라고.

예전에 그 바닷가마을에서 상당히 부자인 집이 있었나봐. 뭐 벼슬이나 이런게 높은건 아니지만 양반집이고 그 근방 땅도 많이 갖고있던 부잣집. 그 집에는 원래 남편이랑 본부인이 잘 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그쪽으로 내려온 어린 기생이 너무 예쁜거야. 미색도 뛰어나고 총명한데다 악기에도 능통해서 마을에서 어여쁨을 많이 받았대.
그러니 그 부잣집 양반도 첩실 하나 두는거 나쁘지 않다 생각하고 첩으로 넣은거지. 하지만 본부인 생각도 그런건 아니었어.

본부인이 정말 그 기생을 너무 깔보고 싫어하고 집안에서 구박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 기생은 본부인 자리를 빼앗고 싶어하면서 그 부잣집 양반한테 마님이 절 이리 괴롭히고 저리 괴롭히고 일러바치면서 이간질을 시켰다고 해.
결국 그 양반이 자기 본부인을 거의 유폐하다시피 별당에 처넣어. 그러니 본부인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수 밖에.
게다가 이러다가는 그 어린 기생이 아예 자신의 자리를 빼앗게 생겼으니, 독이 오른 본부인은 사람을 시켜 절벽에서 기생을 밀어버려.

갑자기 아끼던 첩이 사라진 양반은 놀라서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흔적을 찾았어.
절벽가에서 그 애기기생의 머리장식이 발견되긴 했으나 안타깝게도 시체가 바다에 휩쓸려가 도무지 발견되지를 않아 범인을 잡을 수 없었지.
분명 심증으론 본부인이 확실한데 물증이 없으니까.
별당에서도 나온 본부인은 다시 당당하게 마님의 자리를 되찾지만 기생이 뺏어간 자기 남편의 마음은 되찾지 못했어.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도 도무지 그 양반이 정을 안주니까 아이는 안생기고, 본부인도 결국 쫓겨나.
그리고 쫓겨난날 모래사장 끝에 있는 숲에서 목을 메지.

뭐, 그 남편, 그러니까 부잣집 양반은 어찌 되었는지 몰라. 단명했는지 다른곳으로 도망쳤는지... 어쨌든 그 양반도 그후 몇달이 지나자 갑작스럽게 고을에서 사라지고, 부잣집은 그대로 붕괴됬어.
이 이야기는 현이한테 들은게 아니라, 대강의 줄거리는 현이한테 들었지만 세세한건 민박집 주인내외한테 들은거야.
지금 언니 친구는 언니만 바라보는 썸남의 마음을 뺏으려고 고군분투하면서 유혹하려던 마음이 강해서 절벽의 어린 기생을 깨운거고,
내 친구는 실연당하고 슬픔이 너무 강해서 숲쪽의 본부인을 깨운거라는 현이의 말에 난 진짜 무섭다못해 짜증이 났다.

현이가 만약에 본부인이나 기생 둘중 하나를 성불시키거나 사라지게하면 그대로 힘이 한쪽에 쏠리니까 가운데에 껴있는 썸남오빠가 그쪽으로 이끌리면서 바다에 휩쓸린다는거야.
한마디로 섣불리 건드렸다가 똥되는 수가 있다는거지. 그래서 건드리지도 못하고 일단 대책을 강구하려고 내려온거고.
난 진짜 그때까지 살면서 이순간만큼 언니가 절실했던적이 없는데(언니가 오면 그냥 본부인이고 첩이고 다 도망갈테니까) 언니는 결국 다음날 아침에 민박집 체크아웃 할때쯤 돌아왔으니...

솔직히 난 왜 하필이면 내 친구하고 내 언니 친구가 걸린건지 모르겠다.. 실연하고 찾아왔던 사람들도 거의 백년도 넘는 그 세월동안 있었을텐데 왜 그땐 안그러고 내가 갔을때 지랄이냐고!
사실상 귀신 나온다며 좋아라 여길 선택한 언니의 탓이 가장 큰 것 같지만.
어쨌든 현이는 어덯게든 해야지 안그러면 일단 저 썸남오빠 얼어 죽는다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도와주러 같이 갔고. 일단 썸남오빠를 꺼내서 민박집에 묶어놓고 하나하나 처리하기로 결정.
내가 모래사장에서 버티고 서서 현이 손을 잡고 현이가 바다에 들어가서 썸남오빠를 끌어다가 구해내기로 했어.

그러니까 회하고 조개 많이 처먹지 말라니까 말을 안처듣더니 한겨울에 식중독으로 여행와놓고는 실려나 가고... 아이고 어머니 이 화상이 제 언니라니요
끙차끙차 한 결과로 썸남 오빠를 구해냈다!...고는 하지만 자꾸 숲쪽으로 걸어갔다가 절벽쪽으로 걸어갔다가 미친사람처럼 굴기에 잡아다 민박집쪽으로 끌고가는데,
썸남오빠가 절벽(민박집)쪽으로 다가갈수록 숲 속에서 내 친구가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현이말로는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끌려나오는거라고. 이번에는 다행히 네발로 안나왔다...
모래사장에 널부러진 찢어진 패딩으로 꽁꽁 묶어서 민박집 방 안에 처넣고 이불로 장농에다 묶어놨다. 움찔우찔 하는데 움직이진 않더라. 그리고 드디어 내 친구하고 언니 친구하고의 거리가 한 200m 정도밖에 안남았다.
직선거리로는 절벽 위에서 민박집까지 100m고 내 친구가 서있는 곳에서 민박집까지도 100m정도니까.

둘이 눈도 안마주치고 빤히 민박집만을 쳐다보는데 저러다 눈마주치면 소리지르고 지랄 발광할 것 같아서 현이보고 어떻게좀 빨리 처리하라고 했더니 절벽 위로 올라가서 잠시 후에 어깨에 언니 친구를 번쩍 들쳐메고 오더라.
그와 동시에 쓰러진 내 친구는 내가 질질 끌어다 민박집에 던져놨음.

그런 것 같다. 현이가 너네 언니 기가 있다가 확 비어버리니까 귀찮을일 많이 일어난다고 툴툴댔던것 같아. 게다가 현이 기도 숨기고 있다 뿐이지 강하니까 슬슬 냄새를 맡고 모여든거지.
셋다 발은 맨발이어서 조개에 베이고 해서 만신창이고 머린 산발에 썸남오빠는 옷이 다 젖었고 하여튼 개판이었다. 특히 내친구는 아까 처음에 나랑 현이 쫓아올때 네발로 뛰어서 손바닥도 다까졌고.

나도 너무 지쳤다.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래서...ㅋ
하지만 우리는 신경 안쓰고 그대로 대청마루에서 아침을 맞았다. 이미 셋을 다 끌어다가 민박집 방 안에 처넣었을 때가 거의 새벽 다섯시? 이미 마을 사람들 다들 일어날 때였다.
민박집 주인네는 올만에 민박집에 사람이 많이 왔으니 방이 없어서 다른 집에서 잤다가 아침 7시쯤에 내 전화 받고 우리 언니 받아서 데리고 왔는데 언니는 치료받고 푹 자서 그런지 완전 쌩쌩.
나랑 현이는 타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와서 쾡하고 이번에는 언니 친구랑 언니랑 썸탄 오빠랑 내 친구가 시내의 병원에 갔다.
언니랑 현이는 병원 의자에서 졸고 셋은 진찰받을동안 나는 민박집 내외한테 혹시 예전에 본부인하고 기생하고 이런 일 없었느냐고 물었고.
민박집 내외는 마을에 전설처럼 그런 얘기가 있었고 요즘에도 몇번 한복입은 여자가 절벽이나 숲에서 보인다기에 곳 굿을 하려고 했는데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서
그냥 뭐 언뜻 그런 귀신들을 본 것 같기도 하고 마을에서 첩이니 본부인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서 물어봤다고 뻥쳤어.
사실대로 애기하면 미친년 취급 받을까봐.

민박집 내외가 상세하게 그 전설같은 첩하고 본부인의 이야기를 나한테 설명해준게 내가 위에다가 달았던 민박집 주인내외한테 들었다는 상세한 이야기야.
셋이 다치고 까진건 뭐 언니 실려간 이후에 갑자기 숲에서 개가 나와서 쫓기다가 내 친구만 넘어져서 까진거고 오빠는 우리가 장난으로 바닥물 뿌렸다고 했고,
언니 친구는 뭐라 변명할게 없어서 잘 모른다고 둘러대고 말았다. 뭐, 어차피 우리를 추궁할 사람도 없고 셋다 기억이 잘 안난다고 잤던것같다고 하니 그냥 치료만 받고 사건은 미궁속으로.
2박3일 일정은 다친것때문에&현이와 나의 극렬한 반대로 1박 2일로 끝났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처음 우리의 다이어트 여행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집에가서 보니까 나 5kg 빠졌더라... 하룻밤만에...
현이도 방학동안 쪘던만큼 거의 다 빠졌다고 했다. 하긴 그렇게 뛰고 사람을 질질 끌어다가 놓고 현이는 언니 친구를 들처 메고도 오고 했으니...
게다가 심적으로도 너무 피곤하고 무서웠으니 빠질만 했지.

이게 고1 마지막 썰이다. 겨울방학때 일어난 끔찍한 진상의 겨울바다. 이건 귀신도 무섭고 밤 내내 잠도 못자고 다음날에도 피곤하고...
진짜 제대로 짜증났었다.
아 드디어 오늘치 풀려고 했던 썰 다풀었네...하하하!
다음 썰은 봄방학때 만난 병아리소년 이야기인데 오늘은 못풀고 내일 와서 풀게. 내일은 아마 오후3~4시쯤 오거나 아니면 밤10시쯤 올것같아.

어제 새벽처럼 보너스로 썰 풀고는 싶지만 피곤해서 안되겠다...
기억나는 썰은 많은데 어차피 지금 듣고있는 레스주들도 몇 없는것 같아서; 짧은 에피소드 하나 더 풀지 말지 고민중...

그래... 그러면 나 초등학교때 어렴풋이 기억나는 여름 썰 하나 풀게...핳하
그땐 장마였어. 폭우로 학교도 휴교 한 날이었던거 같아. 개교기념일이었던가 하여튼 평일인데 학교를 안갔어. 비는 엄청 왔고.
난 혼자 아파트엣 놀기 심심해서 나와서 뒷산으로 갔어. 비오는날 그때의 뒷산에서는 개구리가 많이 나왔거든.

마침 그때도 개구리가 많았어. 징그럽게 많은건 아니고 네다섯마리 있었지. 그냥 조그마한 청개구리같은거.
근데 저쪽에 뭔가 검갈색 바위같은게 놓여있는거야. 어른 주먹 두개만한 거. 그래서 가까이 가보니까 그게 두꺼비더라.
그때는 어려서 뭐가 무섭고 독이 있고 그런건 모르고, 그냥 크고 뭔가 인자해(?) 보이니까 무조건 잡으려고 손을 갔다 댔는데 신기하게 그냥 내 손 위에 닥 올라오는거야. 폴짝 뛰어서.
내가 빤히 바라보자 그 검은색 눈으로 날 똑같이 빤히 바라보다가 이번엔 개굴 하고 크게 울더니 내 머리 위로 폴짝 올라갔어.
꽤 무거워서 휘청 고개가 꺽였지만 안떨어지더라.
그래서 그냥 그래도 머리 위에 개구리를 달고 다녔음...
그러다가 비가 그쳐서 머리에 있는 개구리를 내려주려고 쪼그려 앉으니까 다시 내 머리에서 폴짝 내려와서 개굴 하고 한번 더 울고 날 빤히 바라봤었어.

산에 관련된거 말고도 많지만 난 어째 산하고 있어야 뭔가 길하다고, 그러니까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
커다란 개구리랑 그렇게 한 이삼분 눈을 맞추고 잇으니 얘가 다시 한번 크게 개굴하고 울더라. 그러자 갑자기 숲 곳곳에서 작은 개구리들이 방울소리처럼 개골개골 울고 좀 묵직한? 두꺼비소리같은게 박자 맞추듯이 개굴...개굴...하고 났음.
비때문에 조용하던 귀뚜라미 소리도 찌륵찌륵 찌륵찌륵 나고 옅게 이슬비가 내리는 솨아아 하는 소리까지 겹치니까 마치 음악회 하는것처럼 감미로운 소리가 나더라.
어렸으니까 뭐 음악회 이런건 몰라도 좋은 소리가 들려오니까 나도 신이나서 박수치고 깔깔 웃었던것같아. 그렇게 음악같은 소리를 한참 듣다가 엄마가 불렀어.
내가 우물쭈물하다가 울것같은 얼굴로 "안녕 개굴아."하니까
그 큰 개구리가 다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개굴. 하더니 갑자기 귀뚜라미 소리나 작은 개구리 소리가 다 멈추고 숲이 고요해졌어.
신기해서 "고마워. 정말 듣기 좋았어."하고 작게 속삭이니까 다시 대답하듯이 개굴, 하고 울더라고. 그리고 내가 가기 전에 자기가 먼저 풀숲으로 사라졌어.
나는 뭐 아쉬워하다가 뭐 엄마가 부르니까 미련이 남으면서도 결국 집으로 다시 들어왔지.

이게 초등학교 5학년인가 6학년때 일임. 그렇게 작았을때 일도 아니야...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그 개구리, 뭔가 우리 뒷산의 왕초라거나 그런거였던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어린 나한테는 좋고 즐거운 기억이었음.

무서웠니...ㅋㅋㅋ 나는 파충류나 양서류 좋아해서 마치 그 개구리가 나한테 지루해하지 말라고 노래해준것같아서 기분 좋았어.
온 숲이 다 나를 위해서 노래하는것만 같은 느낌이었거든.
어쨌든 레스주들 잘자고 내일보자!

나지금 왔는데 들을 레스주 있니?

나도 고 2가 되었다. 현이랑은 반이 갈라졌어... 그래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지. 왕따탈출! 이라기보다는 뭔가 현이에게 다가가고싶어하는 여자애들과 어쩐지 나에게 껄떡대는 남자애들이 대부분이었어.
진정한 친구라고 해봤자 없...어... 저번에 겨울바다 같이 놀러간애는 그 후로 다시는 안봤다. 걔 얼굴 볼때마다 네발로 날 쫓아오던게 기억나서 경기를 일으켰으니깤ㅋㅋㅋㅋㅋ

한창 스트레스 받던 때였다. 다들 나에게 순수한 우정으로 다가오는 애가 없었어. 그때 나에게 다가와준 애가 진하였어. 성은 밝힐 수 없고, 이름은 지운이. 키는 그때 165 좀 넘었었어. 남자애치곤 많이 작았지.

봄방학 끝나고 2학년 올라온지 하루 이틀? 그정도 짧은 시간에 나에게 다가와준 지운이는 너무 순수했어. 키도 작고 눈도 둥그러니 한게 완전 초등학생 애기같았지.
잘생겼거나 예쁘다기보다는 그냥 애기같아서 귀여워보이는 얼굴이었어.
대체적으로 눈도 머리칼도 다 검은 나나 현이와 다르게 머리칼도 좀 옅은 갈색이고 눈도 초콜릿빛이고 흐릿흐릿해서 더 열려보이는 남자아이.
...어쩐지 노란 가디건이 병아리같은 녀석.

오타났다. 진하는 지금 내 대학 친구이름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야 미안햌ㅋㅋㅋ내가 너 이름 인터넷에 올렸엌ㅋㅋㅋㅋ...;;; 헐 어떡하지 진짜 진하가 보면 나 혼나는데... 나 얘랑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데;;
카톡 보내다가 실수로 헷갈려서 바꿔썼다... 진하한테는 '지운아 우리 과제 언제까지였어?' 라고 보냈엌ㅋㅋㅋㅋ읰ㅋㅋㅋㅋㅋㅋㅋ

지운이는 첫날부터 내 주변에 기웃기웃 하더니 자기보다 10cm...까진 아니더라도 그정도쯤 큰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게 친구네집 말티즈가 근처에서 알짱거리면서 냄새맡는것 같았다.
귀여웠어... 남동생같고.
그러니 당연히 지운이랑 많이 친해졌다. 학기 초엔 거의 현이랑은 학교 밖에서만 붙어다니고 학교 안에선 지운이랑 같이 놀았어.
노는것도 거의 그림그리고 화단에서 꽃따고ㅋㅋㅋㅋㅋ 동심의 세계로 18살이나 되어서 회귀했었지...

지운이랑 그렇게 놀던 초봄쯤, 갑작스럽게 얘가 말수도 없어지고 자꾸 우울해하기 시작했다.
왜인지는 나에게 말해주지 않고 그냥 혼자 우울해하는게 너무 보기 안쓰럽고 불쌍해서 자꾸 캐물어도 답은 없고, 그 동생같은 아이가 혼자 끙끙대고 종내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두통까지 겪는걸 보는 마음이 안좋았지.

아니...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ㅠㅜ 겨울바다에서 새벽 세시에 네발로 지네같이 뛰는 친구한테 쫓겨보면 그런 말이 잘 안나와...ㅋ..ㅋㅋ
한창 벚꽃이 망울망울 봉오리로 돋아날때쯤 결국 지운이는 울면서 나에게 털어놓았다.
자기는 꼭 가야할 곳이 있어서 벚꽃이 질때쯤엔 더이상 학교도 못나오고 나하고도 만나지 못한다는거야. 그래서 그 전에 꼭 같이 벚꽃을 보러 가고 싶다고.
하지만 그때 벚꽃이 필즈음에 비가 좀 왔었어... 다른데는 몰라도 우리쪽은 왔었어. 그런데 난 시험도 있고 하니 부모님 허락도 안떨어져서 멀리까지 벚꽃을 보러 갈 수는 없었고.

그래서 나는 현이에게 부탁을 했다. 아직 비가 조금밖에 오지 않았으니까, 몇시간, 아니 한시간이라도 좋으니 쨍쨍하게 봄날씨가 되어 벚꽃이 마르고 나와 지운이가 아름다운 벚꽃을 보게 해 달라고.
현이는 잠깐 고민하더니 "시기도 잘 맞아떨어지고, 뭐 잠깐 엿보는 거라면." 이라고 말하고는 어떤 날짜를 하나 잡아서 벚꽃길로 불렀어.
그날은 비가 좀 왔었는데, 지운이는 여전히 울상이고 나는 걱정이 되었고 현이는 귀찮음+졸림+무표정 이라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

현이는 내가 하도 징징대자 걱정하지 말라며 벤치에 나랑 지운이를 낮히고 자기는 맞은편에 쪼그리고 앉아서 우리를 올려다봤지. 귀찮음이 뒤섞인 눈으로, "딱 삼십분이야. 삼십분." 이라고 말하고는 눈을 감으라고 말했어.
나와 지운이가 눈을 꼭 감자 부적같은걸 나와 지운이의 품에 넣게 하더니 손가락으로 나와 지운이의 이마를 톡, 치는데 그순간 감았던 눈 앞이 환해지면서 앞에 뭔가가 어른거리듯이 형상이 잡혀갔지.

...미안해. 나 지금 일이 있어서 여기서 끊을게... 내일 와서 다시 풀거야. 내일도 아마 이시간쯤 올 것 같아. 어떡햌ㅋㅋ너무 절묘한데서 끊는것같닼ㅋㅋㅋㅋ미안햌ㅋㅋㅋㅋㅋ내일보자! 잘자! 좋은꿈꿔!

나 돌아왔다! 오늘은 지운이 썰만 빠르게 풀고 가야겠어... 피곤해...ㅠㅜ

하여튼 그렇게 눈을 감자(감자부적ㅋㅋㅋㅋ감자 부적이 아니라 '눈을 감자' 라는 말 뒤에 부적이 온건데... 감자부적ㅋㅋㅋㅋ귀엽닼ㅋㅋㅋㅋ)
아른거리면서 영화 필름 돌아가듯이 눈앞부터 환해지더니 점점 형상이 잡히고 그 다음이 청각, 후각, 촉각 이런 순서로 점점 감각이 돌아왔어.
산같은 곳이었는데 조정대신같은 붉고 초록색인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저 멀리 단같은곳 위에 봉화를 올리고 그 앞엔 무당같아보이는 여자가 한명 있었어.
그 뒤쪽에 높은 의자같은데에 여자 한명과 남자 한명이 앉아있었는데 조선시대 복색으로 보아하니 시대는 조선쯤인것같고, 높은 의자 위에 앉은 남녀는 왕과 왕비같아보이는 행색이더라.
멀리서, 그러니까 산속 풀숲에서 보아서 정확치 않지만 하여튼 무슨 의식을 지내는 듯 싶었고, 거의 막바지같았어.
하늘은 맑게 개여있었지만 비가 왔었던듯 땅은 촉촉했고말이야.

지운이와 나는 신기한 광경에 넋을 놓았지만 지운이는 어쩐지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빨리 가자고 했어. 어차피 저 사람들은 우리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을거라면서. 빨리 벚꽃을 보고 돌아가야한다며 지운이는 서둘렀지.
나는 사실 왕과 왕비같아 보이는 사람들과 조정대신이라니, 꿈만같아서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지운이의 재촉에 결국은 걸음을 옮겼어. 지운이는 땅을 바라보면서 떨어진 벚꽃잎을 따라가기 시작하더라.
그렇게 몇분정도 따라가니 벚나무가 서너그루 있는 곳에 다다랐어. 비에 젖어 조금은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말라서 휘날리는게 예쁘기 그지없더라고.

우리가 보았던 의식 지내는 곳에선 뭐 음악소리에 무당의 목소리에 시끌벅적했지만, 우리는 벚꽃을 감상하고 벚꽃잎도 받고 하면서 놀았어.
그리고 약속된 30분이 거의 다가올때쯤, 지운이가 날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꺼냈지.
자기는 원래부터 신을 받아야만 살 운명이래. 봉의 현신, 그러니까 봉황이 기운을 타고난 아이라고 무속인이 되지 않으면 살 수 가 없다는거야.
무속인이 되어도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하고 깊은 대자연 속에서 하루하루 수행을 하며 지내야 한다고. 속세에 머물다가는 봉황의 기운과 속세의 기가 맞지 않아서 죽는다고 했었던가, 하여튼 그랬어.

봉황의 기운을 타고났다니 그거 좋은건지 나쁜건지 알 수 없지만, 속세, 그러니까 현세와는 다시는 가까워질 수 없고 하루하루 마음을 갈고닦으며 적적한 대자연 속에서 산다는데 그게 지운이에게 즐거운 일은 아니었지.
걔는 그냥 병아리같은 18살일 뿐이니까. 이제 막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피어보지도 못한 아이니까.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짓뭉개지기에 아까운, 그런 아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죽으라고 할 수도 없었어. 잔병치레도 잦고, 속세에 있어서 성장도 못하고 고2가 초등학생마냥 성장하지 못한거라는데 어떻게해. 차라리 수행을 하고 나중에 잠깐씩 내려오는게 낫지...

하여튼 그 30분이 다 되어가고, 이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할 때 즈음 지운이가 돌아가려면 품속의 부적을 꺼내 찢으면 된다고 했어. 그러면서 울먹였지.
가기 싫다고, 자기는 그냥 이렇게 계속 친구들과 어울리고 평범하게 살고싶다고.
하지만 나는 가야만 했고 지운이도 결국엔 돌아가야 했으니 부적을 꺼내 찢었고, 우리는 여전히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봄날의 벚꽃나무 밑에 앉아있었다. 현이는 쪼그리고있다 다리가 아팠는지 우리 옆 벤치에 앉아있었어.
지운이는 벚꽃 잘 봤다고, 자기는 아마 내일부터 학교를 안나갈거고 내일 오후쯤 엄마가 자기 대신 자퇴서를 내러 온다고 했다.

지운이는 그렇게 그 벚꽃길에서 헤어졌다.
가는길에 현이한테 설명을 들으니까 그건 우리가 그시대로 간게 아니라 환각같은거라더라. 반쯤은 지나고 반쯤은 환각이랄까, 땅의 기억을 읽어서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거지.
다만 그걸 현이 혼자 읽기는 쉬운데 남에게 보여줘야하고, 더불어서 자기가 서있는 땅의 기억이 아니라 벚꽃나무라는 매개체만 가지고서 다른 땅의 기억을 끌어와야했으니까 부적이니 뭐니 준비가 필요했던거고.
왕과 왕비가 봉화를 올리고 치렀던 그 의식은 알고보니까 '기청제' 라더라. 기우제가 비를 부르는 거라면 이건 맑은 날씨를 부르는 의식이래. 나도 몰랐는데, 기청제라는 것도 있더라고. 의외로 꽤 많이 행해졌다네.
뭐, 어느 왕인지는 몰라도 비가 많이 왔던 때였나보지. 그래서 기청제를 올린거고. 하지만 그쪽은 기청제를 지내서 비가 그쳤었던 반면 우리는 지운이가 자퇴하고 나서도 하루이틀정도 더 비가 왔다 안왔다 했다.
지운이 어머님은, 글쎄 어두우면서도 후련한 표정으로 자퇴서를 내고 가시더라고. 많이 고민한 끝에 아들의 결정을 따른거니 후회는 없으셨겠지.

>>716 오타가 너무 심해서 교정한다! 반쯤은 진짜고 반쯤은 환각이랄까, 다.
기청제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게 없고 현이도 잘 모르더라고. 사실 나도 폭우를 멈추고 맑은 날씨를 부르기 위해 기우제와 비슷하게 치르는 의식정도로 알고있어.
어쨌든, 이게 지운이와 있었던 일의 끝이다. 상당히 짧지? 하하... 사실은 피곤해서 쓸데없는내용이나 미사여구는 많이 줄였다.
왕과 여왕, 그리고 기청제에 대해 내가 본 자세한걸 쓰려고 해도 피곤하니 기억도 잘 안나고... 정히 내가 본 광경이 궁금하면 물어봐. 그러면 내일 답해줄게!
지운이는 그 뒤로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지금은 국내의 어느 유명한 명산에 있다는데 소문으로 들은거라 잘 몰라.
하지만 몇년전에 들은 말에 따르면 키도 훤칠히 컸고 완전히 남자다워졌단다. 행복한것까진 모르지만, 뭐 불행해 보이진 않았대. 지운이가 있다던 산의 등산객의 목격담이야ㅋㅋ
나도 지운이가 있다는 산에 올라갔었지만 못봤어. 지운이가 자주 들리거나 자고간다는 사찰에도 갔었지만 지금 안계신다고만 들었고. 왠지는 몰라도 만나지 말라는 하늘의 뜻(혹은 지운이의 뜻?) 같아서 반쯤 포기하고 있어.
지운이도 나도 언젠가 간절해진다면, 하늘에도 닿겠지. 옛 친구를 만나고픈 그 마음이. 아직은 그 간절함이 그정도가 아니라 못만나는 모양이지만. 굳이 억지를 써가면서까지 만나기는 싫어.
좋게 헤어졌으니 재회도 좋게 했으면 하니까.

내일은 아마 다섯시 좀 넘어서 올 것 같다. 그때 와도 썰은 못풀고, 질문 있으면 그거 답해주고 가야할 것 같아. 금요일엔 아마 밤 11시쯤 올 수 있을 것 같고.
이번 썰을 급히 끝냈으니 금요일부터 주말걸쳐서 푸는 썰은 꽤나 장대할거야... 아마도? 기대 해도 좋을 것 같아. 내가 생각해도 정말 꿈만 같았던 일이니까.
오늘은 이렇게 성의없어서 미안하고, 내일 아니면 내일 모레 봐 레스주들! 좋은 꿈 꿔!

지금....왔어... 미안해 레스주들아... 역시 어제 오는건 무리였어서;

지운이에 대한 소식은 일단 수소문을 통해... 랄까 운명같은거지.
내가 딱히 찾지 않았는데도 친구가 '나 방학때 00산 갔다가 연갈색 머리에 키큰 남자가 산에서 사는거 봤다!' 이러면 그산 찾아가서 등산객들한테 수소문하고... 직접 찾아다니고... 뭐 그런거야.
그러다보니 산악회 사람들중에 아는사람이 생겨서 이런저런 제보도 받고 그렇지.
>>727 그건 나중에 풀 썰중에 나올거야! 랄까... 지금 대답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후에 거의 1년정도가 비어버리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순서대로 풀려고 노력중이니까.

그리고 삶이 무미건조하다느니 보잘것없다느니 하지마... 조금 알려주자면 지금 내가 겪는건 내가 약간 특수하게 '민감해서' 야. 너희 주변에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혹은 펼쳐지고 있는데 못볼 뿐이지.
그리고 현이가 부럽다는데, 모두에게도 나에게 현이같은 존재가 언젠간 찾아오게 되어 있어. 어쩌면 이미 찾아왔는데 알아채지 못한 걸 수도 있고.

그래서 오늘은.. 어 벚꽃계절. 두번째 벚꽃계절의 썰을 풀거다.
첫번째 벚꽃계절 썰 기억하니? 공간의 틈같은 벚꽃길로 흘러들어가서 영혼 결혼식을 하는 가마를 스쳐지나갔던 썰.
이번 썰은 두번째 벚꽃계절의 이야기이다. 시점은 지운이가 자퇴하고 일주일 좀 안되었을때.

그때 우리는 어쩐지 우울해있었다. 나는 삶은 자신이 개척하고 살아나가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지운이의 일로 깨어져서 그랬고, 현이는 사실 우울해하지 않았지만 내가 우울했으니 그냥 우울한것으로 하자.
하여튼 우울했다. 하필이면 지운이가 자퇴한 바로 다음날, 해가 만개하고 벚꽃이 눈송이처럼 휘날리던 것이 더 속상했어. 왜, 지운이의 마지막 소원까지 그렇게 어렵게 이루었어야만 했을까...

응! 난 내가 썰푸는 중간중간에 레스주들이 질문 하고 듣고 있다고 해주면 어쩐지 기분이 말랑말랑해져...불에 녹인 마시멜로처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분 좋다는 뜻이야!
하여튼 우리는 그다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혼자 안좋았지만 현이는 어차피 감정표현이 잘 없었으니 안좋았다고 합의 봅시다.
그 와중에 벚꽃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라, 우수수 옅은 바람내음에 묻어 흐드러지게 하늘을 수놓는것이 곱게 자른 연한 선홍빛 비단을 냇가에 풀어놓은 듯 푸른 하늘을 점점이 장식했다.

진한 붉음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묽다고 하면 그것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눈이 아프도록 진한 핫핑크도 아니었다.
그 하얀 아기의 살결에다 수줍음같은 분홍빛을 살포시 얹어놓은듯한 벚꽃잎의 붉음이, 내게는 하얗기만 하던 내 마음에 난 생채기에서 나와 섞여들어가는 옅은 핏방울같아 더욱 애가 탔다.
어찌 할 수 없는 그 애 탄 마음은 현이조차도 어떻게 해줄 수 없었어. 시간이 지나면 상처에 딱지가 앉고 아물어서 다시 하얗기만 하던 때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렸지.

지운이는 나에게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는 아니었어. 그 짧은 만남이 나를 흔들어 놓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지. 정작 헤어질때는 내일 당장에라도 볼듯이 가볍게 인사하고 헤어지고서는 어째서 실감이 나기 시작하니 후회를 하는지.
... 후회를 하는게 후회스러웠다.
이럴거면 현이에게 더 떼를 써서라도, 정말 지운이를 행복하게 웃게 해주고 헤어질걸.
울먹임을 억지로 마음 속에 눌러 담고, 자기와는 다르게 담담한 나와 현이를 바라보던 그 아쉬움과 미련과 두려움에 젖은 미소를 왜 외면했을까.
왜 이제서야 벚꽃을 원망하는건지 난 알 수 없었다. 사실 원망해야할건 벚꽃이 아니라 나인데.

하지만 지운이는 더이상 볼 수 없었고, 남은 미련은 지운이에 대한 미련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에 대한 감정인지 알 수 없게 모호해진채 약간의 싱숭생숭함을 남기고 잦아들었다.
그리고 벚꽃이 거의 다 떨어지고 얼마 안남은, 거의 페막식때쯤 나와 현이는 다시 벚꽃길로 향했다.
비록 그 발걸음은 가볍게 바람을 타고 흘러내리는 벚꽃잎과는 판이하게 달랐지만.

우리는 다시 벚꽃길을 걸었고, 노을이 조금씩 파란 하늘을 좀먹어들어갈 때쯤 사람들은 많이 사라졌다. 다들 집에 들어가는 분위기였어.
사실 벚꽃잎은 거의 있으나 마나했고, 다 흩날려 사람 발에 짓밟힌 꽃잎들만 너저분히 거리를 채웠으니까. 아무도 자신들이 짓밟은 꽃잎을 보는 사람은 없었어.
그 꽃잎이 방금전만해도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았던건 모두 잊어버린듯이.
우리는 노을빛 하늘이 마치 화선지에 퍼지는 먹물마냥 서서히 검은색으로 번져갈때 그저 멍하니 집으로 돌아갔어.

다음날, 그러니까 기억은 잘 안나지만 주말에 우리는 근처 놀이공원을 갔다. 아주 작은 그냥 어린아이들 노는 곳이었어.
상당히 오래되었고, 우리 나이대가 놀만한 것들은 없었지만 그쪽에도 쭉 벚꽃이 심겨져 있었기에 벚꽃구경 간다 생각하고 갔지.
시간대는 오후 4시쯤. 아이들은 없고, 거의 망해가는 놀이공원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어. 직원들조차도 몇 없고 놀이기구는 그 해맑은 동물얼굴들에 녹이 슬고 칠이 벗겨져 어쩐지 초라한 모습으로 노을빛에 젖어있었다.

벚꽃나무 가지는 앙상하기만 하고 벚꽃잎은 모조리 발 밑에 짓밟힌거밖에 없고. 지운이는 산같은곳에 사니 어쩌면 아직도 지지않은 벚꽃을 보지 않을까 싶어 설핏 웃음기가 돌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결국 그렇게 노을이 다 사려져갈때까지 놀이공원을 걷기만 하던 현이가 종내에는 먼저 말을 걸었다. 잘 그러지 않던 녀석이.
"그만해. 너 원하는대로 다 해줄테니까 그만해. 그런표정 짓지도 말고 더이상 그런 분위기로 지내지도 마."
거의 명령조에 가까운, 통보같은 한마디에 발끈한 내가 고개를 쳐들고 노려보자 현이는 미동도 없이 날 내려다보더니 손으로 내 눈을 가렸다.

큰 손으로 덮인 눈꺼풀에 따뜻한 체온이 옮겨져왔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 젖기도 잠깐, 이게 뭐하는건가 싶어 손을 들어서 내 눈을 가린 현이의 손 위에 갖다대어 손을 떼어내려고 하자 현이가 그 손을 딱 잡더니 내 귓가로 고개를 숙이고 작게 속삭였다.
잘 들어봐. 소리가 들릴거야. 다시 살아 움직이고 가장 아름답던 때로 돌아가는 소리가. 눈 뜨지 말고, 귀만 기울여서 들어.

현이의 말을 안들어서 좋았던적이 정말 단 한번도 없었기에 가만히 다시 손을 내리고 귀를 기울였다. 조용했어.
그리고 조금씩, 멀리에서 다가오는듯 하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남자의 걸음소리, 또각거리는 여자의 구두소리, 톡톡 꽃망울이 틔여지는듯한 아이들 발걸음소리, 즐거운 웃음소리와 웅성거리는 군중의 소리.
어디선가 활기차면서도 조용하고 이질적인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음색이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알 수 없는 미지에 대한 흥분감을 일으키는, 현실세계와 비슷하지만 다른 세계의 소리라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
그 음악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심장이 쿵쿵 뛰고, 척추를 따라 짜르르 전율이 흘러지나갔으니까. 딱 직감적으로 느껴졌어.
또 여기에 왔구나. 원래 인간이 느껴서는 안되는 세계를 다시 느끼고 있구나. 중2때의 인어 연못이나 작년 여름의 가마나 산에서 봤던 용의 잔치같은 인간의 것이 아닌 것이 또 날 에워싸기 시작했구나.

사실 이런 것들을 경험하는 팁이랄까 그런건, 단 하나야. 저런 세계들, 그러니까 인간이 원래는 접근해서는 안되는 세계들은 항상 존재하고 있어.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 위에 덧씌워지듯이, 몇겹으로 존재하고 있지.
그런 그림자에 불과한 것을 현실로 느끼려면 믿는 수밖에 없어. 있다고 믿으면 없던것도 생겨. 나는 다만 그 믿음을 좀더 쉽게 얻을 수 있게 남들보다 좀 더 민감해서 저런것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는 거라면 이해가 가려나?

하여튼 눈 앞은 현이의 손덕분에 깜깜하지만 귀로는 계속해서 소리가 커졌다. 증가했다고 해야하나?
사람수가 점점 많아지고, 놀이공원의 배경음같은 활기차면서도 묘하게 퇴폐적이고 이질적인 음색은 놀이공원 곳곳의 스피커에서 약간은 오래되고 거친 소리로 흘러나왔어.
놀이기구가 움직이는 소리며 직원의 놀이기구 시작멘트같은게 생생하게 들려올때 즈음, 현이가 손을 뗐어.
현이의 손이 치워진 이후에도 난 잠시동안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눈을 뜨자, 시간이 꽤 지난듯 함에도 여전히 완연한, 그래서 곧 밤이 다가올것같은 노을색의 하늘에 약간 놀랐다.
그리고 정지된듯 움직이지 않는 구름에 더 놀랐어. 하늘은 노을이 가장 활활타는 그 초저녁과 노을 사이의 약 10분정도에 멈춰 있었던거지.
주위에는 삐에로도 있고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온 아이들과 사람들로 북적였어. 거의 에버x드나 롯x월드 같은 수준으로 인파가 가득했다.
몇분 전까지만 해도 다 망해가는 작은 동네 놀이공원같았던 곳이 말이야. 놀이기구도 변변치 않고 좁았던곳이 갑자기 대형 놀이공원마냥 변모해 있었어.

하지만 뭐, 항상 이런 패턴이었으니. 이번엔 좀더 빨리 적응하고 현이를 붙잡고 이리저리 끌고다녔지. 삐에로한테 풍선도 받고, 애기들 타는 기차같은것도 낑겨서 타고.
솜사탕도 먹고_단맛이 안났다. 녹는 솜을 먹는 느낌이었어. 아무맛도 안나더라...웩._미니 바이킹도 타고. 간소한 퍼레이드같은것도 보고.
즐거웠다. 그 때아닌 축제가.

그리고 결국, 언제까지나 그 시간이 멈춘 놀이공원에 머물순 없으니.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을 쓰지 않은건 나하고 현이 뿐.
그것도 눈코입이 다 막혀있는 여우나 토끼같은 동물가면을 아이들은 쓰고, 어른들은 그냥 하얀 가면. 삐에로는 삐에로 가면. 직원은 검은 가면. 이렇게 쓰고 있었어. 그래서 조금 무서웠지만 뭐...
그리고 말소리는 정확히 들리지 않고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항상 군중의 그 웅성거리는 말소리로 들렸다. 바로 곁에 있는 가면가족(...?)의 이야기도 웅성거림에 섞여 배경음처럼 들렸어.
그래서 더 신기했지. 곁에있지만 곁에있는게 아닌 세계. 내가 끼어들어있지만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
명 이 이질적인 놀이공원 한복판에 있고 놀이기구도 타고 삐에로에게서 풍선도 받고 솜사탕도 사고 이런 소통을 했지만 결국 근본적인 소통은 닫혀있고, 이 세계 밖으로 밀려나있는 기분.
분명 거기에 존재하지만 '나'는 결국엔 현실에 존재하고, 감각만이 이쪽으로 이동되어 마치 형태를 지닌 공기가 된 느낌. 영혼만 잠깐 옮겨온 느낌이랄까?

어, 원점으로 돌아가서 결국 '이제는 우리 그만 헤어질 시간~'이 올 때가 되었다. 집에 가야하는.
그래서 우리는 집에 가기 위해 놀이공원을 나가야만 했고, 들어왔던 벚꽃이 늘어선 놀이공원 정문길로 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500m정도 되는 벚꽃길의 초입에 다다랐을때 나는 마치 피날레같은 광경을 보았지.

그게 모호하다고나 해야할까... '곁에있지만 곁에있는게 아닌 세계. 내가 끼어들어있지만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
명 이 이질적인 놀이공원 한복판에 있고 놀이기구도 타고 삐에로에게서 풍선도 받고 솜사탕도 사고 이런 소통을 했지만 결국 근본적인 소통은 닫혀있고, 이 세계 밖으로 밀려나있는 기분.
분명 거기에 존재하지만 '나'는 결국엔 현실에 존재하고, 감각만이 이쪽으로 이동되어 마치 형태를 지닌 공기가 된 느낌. 영혼만 잠깐 옮겨온 느낌' 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마 이해가 잘 안될거다.
환상이지만 단순한 환상은 아니야. 존재하지만 존재치 않지. 이건 직접 느껴보지 않는 이상 설명만으로는 뭐라고 정확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 500m정도 길이의 벚꽃길에, 가지만 남고 꽃은 모조리 떨어져 바닥에 짓밟혀있던 그 길의 벚나무들에 분홍빛 솜사탕처럼 연분홍 벚꽃이 무성한 여름의 나뭇잎마냥 흔들거리다가 바람을 타고 비처럼 내리는거야.
봄비가 내리듯 몸에 살포시 앉는 그 수많은 벚꽃잎과 무성한 벚꽃을 양털처럼 풍성히 둘러쓴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반달이 영화속 한장면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어느새 노을은 사라지고 완연한 밤이었어.
노을에서 멈춰있던 시간이 놀이공원에서 조금씩 멀어지면서 밤이 된거지.

현이한테 너는 에버랜드도 가본적 없냐고 놀리다가 솜사탕 막대기로 맞았을때 아팠어... 꿈의 느낌은 아니었어. 꿈에선 안아프지 않아?
그렇게 그 벚꽃으로 가득한 길을 걷고 걸어서 한걸음만 더 내딛으면 놀이공원의 정문 밖, 그러니까 완전히 밖으로 나가게 되는 순간 현이가 딱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말했어. "내가 뒤에서 네 눈을 가릴테니까 절대 눈뜨지도, 뒤돌아보지도 말고 세걸음을 걸어서 놀이공원을 나가. 알았지?" 하고.
의문이고 뭐고 그런거 제기할 힘도 없을정도로 놀았기 때문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 그 연분홍빛으로 가득한 밤거리를 한번 보고 나는 정문 바깥쪽을 쳐다보았다. 현이가 내 뒤에 와서 두손으로 내 눈을 가렸고, 나는 눈을 꼭 감고 세걸음을 걸어나갔어.

세걸음을 딱 걷자마자 벚꽃을 휘날리게 하여 운반하던 것만 같았던 옅고도 시원한 바람소리가 잦아들듯이 딱 멈췄다. 그리고 정말 너무나도 현실적인 공기로 들어섰어.
영혼과 육체가 딱 합쳐지듯이 아, 내가 여기 존재하는구나 하는 존재감도 확연히 느꼈고.
굳이 눈을 뜨고 보지 않아도 확실히, 놀이공원에서 한발자국 벗어난 순간부터 현실로 돌아온게 느껴졌어.
현이가 눈을 가리던 손을 치우자 그냥 평범한 도로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고, 뒤로 돌아 방금전에 빠져나온 놀이공원을 보자 처음과 마찬가지로 벚꽃잎이 다 떨어진 벚나무와 바닥에 짓밟혀 더러워진 벚꽃잎들만 눈에 들어왔어.
어쩐지 반달도 아까 벚꽃이 무성했을때 벚꽃길 가운데로 보이던 달보다 훨씬 작고 멀어보였고.
그 화려하던 연분홍빛 벚꽃길이 한순간에 초라하게 벚꽃이 다 지고 벚꽃잎들만 쓰레기처럼 바닥에 짓물러있는 길로 다시 돌아왔지.

하지만 기운은 났어. 싱숭생숭하던 마음도 사라지고 다시 활기차고 현실에 만족하던 때로 돌아왔지. 어차피 벚꽃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필거고, 아마 지운이는 그 벚꽃을 볼거야.
그리고 그렇게 벚꽃이 피고 지고 하다보면 언젠가 다시 만날일도 있을거고. 그런 확신이 들었어.
힘을 써서 피곤할텐데도 현이는 피곤해하는(노을에서 시간이 멈췄으니 얼마나 놀았는지 정확힌 몰라도 거의 대여섯시간 놀았던것 같다 체감상으로는...) 기색도 없이 발 아파하는(운동화 였는데도!) 날 업고 버스정류장까지 걸었다.
벚꽃도 벚나무도 없었지만 정말 따뜻하고 위로가 되던 길이었어.
그렇게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아파트 근처로 돌아왔고, 두번째 벚꽃계절이 끝이 났다.

사실 이건 내용은 정확(95% 이상 정확하다)하지만 세세한 대사나 묘사는 거의 기억이나 예전에 썼던 낙서노트를 뒤지거나 감으로 쓰는거라서 완벽하게 100%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내용은 진짜 99% 정확해... 아마도?
사실 거의 내 기억에 의존해 쓰는거라 어쩌면 과장되거나 혹은 빠진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기억 안나는걸 어째...
어쨌든 내일 오후 3시쯤 다시 돌아올게. 그보다 조금 더 일찍 혹은 늦게 올 수도 있지만 못오게 되거나 하면 레스 남길테니까 걱정 마.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보고! 뭐라도 괜찮으니까.

놀이공원의 모습은 사실 각자 다르게 생각했으면 했어. 본인이 원하는 분위기의, 본인이 원하는 놀이공원을 각자 생각하면서 보는게 나을 것 같아서.
내가 본 놀이공원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세세히 설명할 수도 있었지만 본인이 본인에게 맞게 상상하는게 더 몰입도 잘되고 나을것 같았거든.
그리고 사과할 필요는 없지만, 난 그냥 속상했던거야. 어떤 삶이든 보잘것없는 삶은 없어. 네 삶도 그렇지.
넌 살아있는것만으로도 빛나는 존재고,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다 그래. 이런 경험을 겪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거고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오히려 내가 너를 부러워 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거야.
결론: 내가 이런 경험을 하는건 운이 좋은거지만 결국은 나도 레스주들이랑 똑같이 평범한 인간이야. 부러워할 필요 전혀 없어. 현실에서 만나면 분명 내가 레스주들을 부러워 하는 부분들도 있을테니까.ㅋㅋ

전혀 그렇지 않아. 오히려 벚꽃과 인연이 깊은건 현이가 아니라 나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환영술법ㅋㅋㅋ이라기보다는 다른 세계로 영혼과 감각만 데리고 들어가는거랄까.
존재 자체와 육체는 확실히 현실에 있고, 정신과 감각만 다른 세계에 잠시 발을 걸쳤다가 오는거지.
지운이랑 내가 갔던 조선시대? 는 땅의 기억을 읽어서 보여준 환영이 맞지만 놀이공원이나 그 외의 현이와 함께 갔던 것들은 전부 일종의 이세계야.
현실과 아주 가깝게, 비눗방울같은 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현실에 덧입혀져 있는 그런 세계. 보통 사람은 강한 믿음 없이 가기 힘든 곳이지.
현이는 그곳에 어느정도는 자유자재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 몇몇을 데리고 왔다갔다 할 수 있는거고.
나 혼자 가는 경우는 사실 정말 거의 없다. 중학교때 갔던 인어연못 외에는 거의 2번정도밖에 없어. 그 외에 다른 세계로 잠시 갔다오는 경험은 거의 현이에 의해 이루어졌지.

조선시대의 땅의 기억 환영하고는 또 다른 거였구나! 난 놀이공원도 그런 땅의 기억인 줄 알았어. 음~ 그랬구나.
음.... 그러면...그 세계는 현실과 대등하기보다는 종속적인건가봐. 환영의 배경이 놀이공원인건 현실에서 놀이공원이 만들어졌으니까 가능할거같어. 음..

812 이름 : 이름없음 : 2013/03/10 15:01:57 ID:YWAbAoq+u26
>>808 공감한다 이게 괴담이 아니면 뭐가 괴담이야? 말하자면 현이가 괴이한 사람이고 그런 현이랑 사귀는 스레주의 썰이니까 설레는 얘기가 중간준간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스레주 묘사 너무 좋아! 이런 묘사 스레딕에서 여태 한 번 도 못봤어ㅎㅎ읽는 순간 스레주가 되어가는 느낌이야 !ㅎㅎ 저런 사람들보다 스레주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영향받지 말고 썰 풀어줬으면~

안녕! 스레주야. 오늘 오게된건... 너무 늦었지...;;하하;;;
음, 미안한데 아마도 스레는 이쯤에서 접어야 할 것 같아.
일단 내 일 자체가 너무 바빠. 공부하기도 바쁘고, 동시에 돈도 어느정도는 벌어야 하니까. 내가 쓸건 내가 벌어야지. 나이도 있는데.
그리고, 아무래도 괴담판에 맞지 않는 내용인 것 같고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많은 것 같고 해서.
현이랑 나는 지금도 잘 지내고, 쓸 썰이야 거의 5, 6년치정도 남았엌ㅋㅋㅋㅋ그리고 그중에는 정말 나조차도 믿기지 않을만큼 환상적이고 좋았던 경험이나 무서웠던 경험도 많고.
하지만 다 풀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아. 일단 내 사정이 너무 어려워. 시간도 빠듯하고. 하루에 한두시간씩 썰 풀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그러다보니 온다면서 안오게 되고 하잖아. 난 그런거 싫거든. 내가 한 말은 꼭 지키고 싶어서.

그리고 내 스레로 인해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왜 연애이야기나 괴담이 아닌것같은 이야기도 쓰냐는 것이 많은 것 같은데, 난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라서 괴담판에 쓴거거든...
꼭 귀신이나 무서운것만 괴담은 아니잖아. 내가 만났던 수많은 요괴나 도깨비, 산신, 뭐 이런것도 괴담이 아닐까 생각했던건데... 아무래도 괴담판의 취지와는 맞지 않았나봐;;ㅎㅎ

어차피 스레딕이라는게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거고, 블로그같은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니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건 처음부터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했었던 부분이야.
스레를 접는 이유라면 98%는 내 일이 바빠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이고, 2%는 내 스레를 불편해 하는 레스주들이 있는 것 같아서.
아무리 괴담의 정의가 꼭 귀신이나 이런건 아니더라도 확실히 연애같은 부분은 괴담판과는 안맞는데, 아무래도 현이와 계속 썸타면서 있었던 일이니까 연애적 요소가 아무리 안넣어도 나올 것 같아.

차라리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파서 거기에다 쓰면 모르겠는데, 가끔 쓰면 그건 거의 고대스레 갱신하는 것 같은 느낌이니 민폐같고. 블로그같은건 친목이니 금지 아닐까? 스레에다 계속 쓰기는 어쩐지 꺼려지고...
그래도 많은 레스주들이 내가 썰을 풀기를 바라면 쓰기야 하겠지만 솔직히 좀 힘들어. 집에 들어오면 밤 열시인데 그때 후다닥 씻고 뭐 하고 스레딕에다 썰풀면 바로 자고 하니까 과제하고 그럴 시간도 부족하고.

내가 레스주들한테 안푼 썰중에서 가장 풀고 싶었던건
1. 도깨비 썰
2. 산신썰(호랑이썰)
3. 용왕 썰
4. 망해서 빈 절에 비구니로 둔갑해있었던 너구리 썰
5. 나비 썰
6. 경복궁 밤산책 썰
이정도였는데... 그 후로도 계속 벚꽃계절에 있었던 일 도 풀고 싶었고ㅋㅋㅋ

궁금해할까봐 짧게 요약하자면 1은 수련회로 갔던 산에서 창문 밖으로 본 도깨비들의 잔치같은거? 그런거고 2는 현이 삼촌네 집 근처 유명한 산에 초저녁에 잃어버린 핸드폰 찾으러 갔다가 만난 호랑이같은 짐승. 어쩐지 산신같았던.
3은 대학때 현이랑 친구들이랑 간 바다에서 거대한 파도에 집어 삼켜졌다가 간 용궁같은곳과 아름답게 생긴 여자 용왕을 얼핏 본거.
4는 친구랑 같이 조사때문에 같이 갔던 산에서 묵었던 절과 거기에 있던 아름답던 비구니가 아침에 보니까 사라지고 폐가같은 절에서 잤던 이야기.
5는 우리집 뒷산에 아침 일찍 새벽에 산책갔다가 본 거의 백마리 넘어보였던 색색깔의 나비떼의 행진. 정말 아름다웠었어. 아침 햇살에 빛나는 날개들 하며...
6은 경복궁에 현이랑 같이 저녁에 갔다가 사람 없을때 야경으로 빛나는 경회루에서
왕같은 붉은 옷에 황룡같은게 그려진 사람이랑 중전같은 화려한 한복차림의 여자가 먼저 가고 10m쯤 뒤에서 거의 십수명의 한복차림의 남녀들이 따라가는걸 연못 반대편에서 구경한거.
코스프레나 행산줄알고 현이를 찾아서 카메라 찾으러 갔다가 한 5분만에 다시 가보니 아무도 없더라.

사실 나도 풀고 싶은 썰 많았고 해서 더 쓸까 고민중이간 한데...
그리고 소설 써도 돼! 다만 소재의 출처(내 스레라는 것)만 정확히 밝혀주면 되고.
텍본은 맘껏 유포해도 되지만 상업적 이용 금지야.
내 스레를 이용한 2차 창작은 출처만 정확히 밝히고 상업적 용도로만 쓰지 않으면 돼




-출처 : 스레딕 괴담판-
-End-

공포/미스테리

< 1 2 3 4 5 >
공포/미스테리의 TODAY BEST
추천된 글이 없습니다.
댓글이 달린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