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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는 않지만 신기한 이야기 2(사슴작가 실제이야기)

2 좋을것만 드려요 | 2024-03-16 05:26:34 | 조회 : 842 | 추천 : -


[대구점집]

 

대승이가 태어날 때 아버지는 9급 공무원이셨고 어머니는 주부였다. 말단 공무원이라 돈이 너무 없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부유한 집 딸로 살다 결혼했는데 남편이 너무 박봉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용한 점집을 듣게 되어 멀리 대구까지 찾아가 보게 되었다.

이혼에 대해 물어봤더니 남편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잘 될 거라 했다. 실제로 투표로 뽑지 않는 갈 수 있는 최고 높은 자리까지 생각보다 일찍 진급해서 올라가셨다.

난 중학교 1학년 때 대승이를 처음 알았다. 대승이 아버지는 높은 공무원이셔서 원래부터 부잣집인 줄 알았었다.

어머니는 그 후 매년 연례행사로 대구에 점을 보러 가신다 했다. 대승이 말에 따르면 그 점집이 대구에 있는데 구정 즈음에는 추운데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집이라고 했다.

대승이가 아기 때 어머니가 점을 보러 갔는데 그 무당이 뚱딴지같이 말했다

[평택 미군부대 앞에서 햄버거 장사를 해봐!]

집 근처도 아니고 당장 돈도 별로 없는데 어머니도 참 대단하신 것 같다. 힘들게 힘들게 알아봐서 아주 조그만 가게 하나를 임대하셨다. 집이 수원이었는데 거리도 멀어 버스를 3번씩 갈아타고 몇 시간씩 왕복하시며 할 줄도 모르는 햄버거 장사를 하시게 됐다 한다.

그러고는 3년 만에 어머니가 햄버거 가게 하던 작은 상가건물을 사셨다.

대박이 터진 것이다. 대승이는 어려서 기억은 안 나지만 장사하는 동안은 집도 평택이었다 한다.

 

당연히 대승이의 엄마는 그 후에도 매년 대구를 찾아가셨다.

[그 햄버거 집은 이제 남에게 많이 비싼 값에 팔아 넘겨. 그리고 상가건물에 돈까스집을 해봐!]

​​

'이미 잘 되고 있는데 왜?'

 

의아했지만 이미 한번 말을 듣고 건물이랑 집까지 사게 되어서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햄버거 가게는 팔고 그 건물 2층을 몇 개월에 걸쳐 공사해서 경양식집을 오픈 했다.

그런데 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80년대 후반, 90년대 초에 스프 나오고 소스 뿌려진 돈까스 나오는 경양식집이 유행이었던 것 같다. 운 좋게 시기가 참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았다.

대승이가 초등학교 갈 나이가 되자 그 무당은 장사를 접고 건물도 다 팔라고 했다.

[아이들 영어를 가르쳐봐.]

미군 부대 앞에서 장사를 해서 아예 영어를 안 써보신 건 아니지만 또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인데 어머니는 가게와 집을 싹 팔고 수원으로 돌아와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이미 이때 돈 걱정은 크게 없어져서 그냥 새로 지은 아파트 사서 그 아파트 내에서 동네 어린 아이들 영어 가르치셨다.

나중에 대승이 동생이 명문 대학을 들어간 이유가 이것 같다.

 

대승이는 '책만 펼치면 잠이 온다' 했다.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데도 신기하게 영어는 듣고 말하는데 지장이 없다. 다른 공부는 다 못하는데 영어만 잘한다. 어머니가 아이들 가르치는 걸 집에서 같이 봐와서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았다. 유학을 다녀오거나 해외에서 살다 온 게 아닌데 외국 영화를 자막 없이 소리로만 들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말이 어린 나이 때는 신기 하게 들렸다.

난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가 중국어였고 대학 졸업 후엔 중국으로 파견을 가 16개월 동안 중국에서 살며 중국어를 하루 2시간씩 공부했다. 그 시기 대승은 대학도 계속 휴학하고 엄청 오래 다녔는데 마지막 한 학기 남겨두고 중국으로 놀러와서 6개월 만에 나보다 중국어를 더 잘했다.

나는 보고 듣고 쓰면서 한국말로 이해하고 기억했다가 까먹고를 반복하는 '공부'하는 느낌이었는데 대승이는 소리를 외우는 느낌이었다.

사람들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알면 잘 안 잊고 그대로 성대모사하듯 말을 했다. 오기 전에 말 한마디도 못했던 대승이는 금방 나보다 말을 더 잘했다.

이런 대승이가 대학 생활을 엄청 오래 한 이유가 있는데 제대하고 생긴 여자친구 때문이었다. 그 스토리도 신기하다.

 

대승이가 제대 후 3살 연상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나는 대승이를 만날 때 이 누나와도 몇 번 같이 만났다.

하루는 누나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 어디 아픈지 물어봤더니 지금 누나 부모님이 두 분 다 아프셔서 돈을 못 버는 상태라고 했다. 누나가 먹여 살려야 하는데 마땅하게 할 줄 아는 일이 없어 야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대승이는 용한 점집이 떠올라서 누나에게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번 가보자고 했다.

[많이 아프네. 많이 아파. 궁한 게 드러나... 쯧쯧..

생선 있지? 생선! 그걸 사다가 팔아봐! 박스로!]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이 나이도 많지 않으신데 두 분 다 몸이 아프세요. 병원에서는 크게 이상 없다는데 거동도 불편하시고 일을 못하시는 것 때문에 왔어요

[생선을 박스로 사서 팔아봐.

엄마가 먼저 건강해지고 그 뒤에 아빠도 일어나서 일하게 될 거야.]

무당의 말대로 하기로 하고 대승이는 대학 학기 중인데도 일을 도와주기 위해 누나네 동네 가서 사업자 내는 것과 생선을 사서 도매로 파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박스째 산 생선을 팔 곳이 생기고 한 달도 안 되어 이 일이 돈이 되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얼마 안 돼서 학교 급식에 납품을 하게 되고 사업이 점점 확장되었다.

아프시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느새 건강해지셨다. 일을 돕다 보니 건강해지신 건지, 건강해지셔서 일을 도우셨는지는 알수 없었다.

 

 

누나 없이 대승이랑 둘이 만나는 날이 있었는데 검은색 신용카드를 들고 와서 먹는 것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대승이가 계산을 했다.

"야 니 카드 그거 마음대로 써도 돼?"

대승이는 그제서야 사실을 말했다. 집에서는 학교 다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평일에 장사를 돕는다는 것이다. 그 장사가 생각보다 잘 되어서 따로 돈도 받고 누나 어머니가 마음껏 쓰라고 카드를 준 거라면서 이 생활을 거의 1년 반 가까이 했다 한다.

대승이는 누나네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정말 고마운 사위로 대접 받으며 누나와 결혼 날짜를 잡기위해 상견례 준비를 했다.

당연히 대승이네 집은 난리가 났고 대승이 어머니가 대구 점집을 가셨다. 이 결혼을 시켜도 되는 것인가 물어보러.

[그 집에 남동생이 있어. 그 아이가 장애가 있는데 결혼하면 태어나는 손주가 장애를 가지게 될 거야. 그리고 일찍 죽어.]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상견례 자체를 반대하셨다. 대승이는 나한테도 말 못한 것이 있는데 그 누나 집에 진짜 정신지체 남동생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문제는 겉으로 티가 나면 모르겠는데 겉보기에 크게 티가 안 난다는 것.

하루는 대승이가 일을 하는데 집에 불이 났다고 해서 가보니 동생이 라면을 끓여 먹겠다고 시도하다가 불을 냈다고 한다. 문제는 다른 날에도 계속 시도를 하는데 냄비에 물을 받고 면을 넣고 분말스프를 봉지째로 넣는다는 것이다. 집에 사람이 없으면 자꾸 라면에 꽂혀서 이런 일이 잦다는 이야기를 그제서야 했다.

​​

대승이는 부모님께 '여자 쪽 집에서 도매업을 하는데 점점 커지고 있다. 일손이 부족해서 결혼하고 그 일을 돕고 살고 싶다.' 정도로 말씀드리고 상견례 후 결혼하려 했지만 어머니가 대구를 다녀오신 후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셨다.

그 후로도 둘은 얼마간 만났지만 일은 점점 잘 되어서 바빠지는데 대승이가 게으름을 피웠는지 다툼이 잦아지다 결국 헤어졌다.

 

그리고 더 깊은 이야기들을 듣고 신기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모르는 세상이 존재한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바로 대승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현재까지의 사정을 대승이에게 자세히 이야기 한 후 대구 갔던 곳의 위치와 이름을 물어 점집에 찾아 가게 되었다.

'그래 죽이되든 밥이 되든 한번 가보자.'

도착해서 보니 별로 크지 않은 한옥에 절 같은 표시가 되어있었다. 신년에 가면 새벽부터 서 있다는 줄 같은건 없었다. 들어가니 한복차림의 여자가 나왔다.

"신녀님(용어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만나시게요?"

매우 부드러운 인상이었지만 이런 곳을 처음 와봐서 낯설고 쎄한 느낌이 났다.

 

속으로 '괜히왔나?' 싶은 생각을 했지만 여기 오는데 4시간정도 걸려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잠시 기다리시라 하더니 바로 들어오라고 했다.

또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아줌마가 앉아계셨는데 아이라인을 엄청 강하게 그리셔서 흠칫했다. 그런데 그분이 웃으시며 말했다.

"아기동자가 오셨네요"

"?"

무서웠던 아이라인이 온화한 웃음으로 바뀌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여기 주스 좀 한잔 갖다 드려~"

 

'아 그렇게 무섭지는 않은 곳인가보다' 생각하고 잠시 기다리니 주스를 갖다 주셨다.

무당은 눈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거 한잔 천천히 드시고 가세요! 그리고 이런 곳 오시면 안돼요"

"? 저는 친구가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 제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요. 일부러 멀리서 와 본 건데,,"

". 아기동자님이 오셨어요. 앞으로 이런 곳 오시면 안돼요. 걱정하지 마시고 천천히 드시고 가세요. "

아주 부드럽고 온화한 음성으로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유가 궁금해 되물었다.

"....?"

그 분은 고개를 뒤로 스윽 돌리시면서 눈을 피하시고는 아무 말씀을 안하셨다.

"저 그럼 돈은..?"

"그냥 가셔도 돼요"

무당은 끝까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기껏 대구까지 갔는데 오렌지주스 한잔 마시고 나왔다. 대승이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대승아! 나 대구 왔는데 주스 한잔 마시고 가래!"

"뭔소리야? 뭐라는데?"

"아기동자가 왔다고 주스 한잔 마시고 가래! 그게 다야. 쫒겨난 것처럼 나왔어. 이게 뭐야?"

"잘 찾아간 거 맞아?"

사진 찍어서 보여주겠다고 하고 그 앞에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니 맞다 했다. 그렇게 그냥 다시 올라왔다.

내가 아는 가장 용한 무당을 찾아가봤지만 아기 동자가 왔다는 사실 외에 아무 소득이 없었다. 오히려 가기 전보다 더 심각해졌다.

 

진짜 아기 동자가 온건가? 그럼 아기 동자를 쫓아내야 하는 거잖아?’

 

교회에 가면 기도를 받고 퇴마의식을 한다고 들었다.

이제 교회로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교회를 가야하는지 몰랐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한 수혁이라는 친구가 있다.

수혁이 어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교회를 가장 열심히 다니시는 분이다. 나는 수혁이에게 전화를 해서 내게 갑자기 이상한 목소리가 들린다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머니에게 한번 여쭤봐 달라 했다.

며칠 후 어머니가 말씀해주신 교회를 찾아 갔다. 별거 없는 예배가 끝나고 나가는데 목사님이 가는 사람들하고 악수를 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계셨다.

"잘 오셨습니다. 네 또 오세요. 축복합니다."

뭐 이런 상투적인 인사였다. 그때 내 안의 목소리가 말했다.

[너도 가서 악수해 봐]

용기를 내서 스윽 갔다. 근데 그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아기 예수가 오셨네요."

 

!!!!!!!

아기'동자' .. 아기'예수' !

2글자만 빼고 똑같았다. 갑자기 목주위에 소름이 돋았다. 나도 모르게 놀라서 물었다.

"뭐라고요?"

 

"?"

목사님이 웃으시며 쳐다보셨다.

"방금 뭐가 왔다고요?"

"제가 방금 뭐라고 했나요?"

​​

"방금 말씀하신걸 잘 못 들어서요"

확인차 다시 물어보려는데 빙긋 웃으시더니 온화한 목소리로 다시 되물으셨다.

"제가 방금 뭐라고 했나요?"

근데 순간 무언가 느껴졌다.

'저 사람 방금 자기가 한 말 아무 생각 없이 저절로 나온 말이구나!‘

 

교회를 나와 대승이랑 수혁이에게 각각 전화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그냥 친구들은 신기해하며 말했다.

"뭐가 오긴 왔나보다


원본출처

https://blog.naver.com/deerdeer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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