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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금요일 관련 괴담

원수 코좆의무사시 | 25-07-17 22:19:32 | 조회 : 31 | 추천 : -


사일귀


마을에 처음 들어선 건 초봄의 기운이 아직도 산 그림자에 남아 있던 날이었다.


산속 마을은 무덤처럼 조용했고, 사람들의 얼굴은 오래된 사진처럼 빛이 바랬다.


이곳에 머물러 취재를 하겠다 말했을 때, 마을 사람들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이 나를 본 게 아니라, 내 등 뒤 어딘가를 본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왔고,


그들은 잊기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사월 사일이 금요일과 겹치는 날, 말을 하지 마라.


붉은 실을 문고리에 매고, 불은 끄고, 창문은 막아라.




이 마을의 풍습은, 신화도 전설도 아닌


입에서 입으로, 피 위에 피로 새겨진 이야기였다.




나는 웃으며 그걸 물었다.


“진짜 귀신이 나오는 건가요?”




한 노파가 붉은 실 뭉치를 내밀며 말했다.


“진짜가 아니었으면… 이 마을은 벌써 없었지.”








4월 4일, 금요일.


해가 지고 산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나는 일부러 실을 달지 않았다.


녹음 장비를 켜두고, 조용한 밤을 기록하려 했다.


내가 마주한 건 적막이 아니었다.




“나야.”




녹음기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내 목소리였다.


정확히 같았다.


하지만 끝이 달랐다.




“나야.”


“나야.”


“나지?”




나는 숨을 멈췄다.


문득, 문고리 아래로 붉은 흙이 깔려 있었던 게 떠올랐다.


나는 분명히 흙 위에 서 있었고,


아까까지만 해도 발자국은 두 개였다.




이제는 셋이었다.


하나는, 내 것보다 작았다.








문이 열렸다.


열쇠는 잠가두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바람도 없었다.


그런데 실이 흔들렸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건 내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죽은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선명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 배운 게 있었다.


“부르는 쪽이 누군지 확인하려 들지 마라.”




확인하는 순간,


너는 이미 그 자리에 없는 것이다.








아침이 되었다.


사람들이 내 집 앞에 모였다.


붉은 실은 끊어져 있었고,


문 앞 흙 위엔 발자국이 없었다.




내 방엔 녹음기 하나가 켜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음성은 이랬다.




“나야.”


“나야.”


“…나지?”


“응, 맞아.”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느릅나무 가지에서 붉은 실 하나가 뚝, 끊어졌다.








이 마을은 오늘도 조용하다.


누가 사라졌는지 묻는 사람도,


왜 사라졌는지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




사월 사일이 금요일과 겹치면,


이름이 지워지고, 발자국이 사라진다.




그리고, 누군가


당신을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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