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참선 | 14-06-03 11:03:46 | 조회 : 1820 | 추천 : -
향곡대종사 행화비
'향상(向上)의 한마디'는 일천 성인도 전할 수 없고 어떻게 하지 못한다.' 하니, 끓는 가마솥 안의 종발 소리요 귀신굴 속의 덩더쿵이도다. 어느 때의 한마디는 금강왕의 보검과 같고, 어느 때의 한마디는 걸터앉은 사자 같고, 어느 때의 한마디는 천하인의 혀를 꼼짝 못하게 하고, 어떤 때의 한마디는 파도를 따르고 물결을 좇음이라.
스님의 당호는 향곡(香谷)이요, 법명은 혜림(蕙林)이시다. 일만 겹의 조사관문을 두드려 부수고 불조(佛祖)의 보금자리를 타파하셨으니, 얼기설기 사시지 않고 고상한 세계를 독보(獨步)하시었다. 어느 때는 한 줄기 풀로 장육금신(丈六金身) 부처님을 만들고, 어느 때는 장육금신을 한 줄기 풀로 만들어 쓰기도 하셨다.
선사께서는 임자년(1912) 정월 열여드렛날, 경북 영일군 신광면 토성리에서 아버지 김원묵과 어머니 김적정행 사이에서 태어나셨으며, 이름은 진탁(震鐸)이라 하였다. 어릴 때부터 부모를 따라 절에 가기를 좋아하더니, 16세에 둘째 형을 따라 천성산 내원사에서 입산하였다.
16세에 조성월(趙性月) 스님을 은사로 뫼시고 득도하여 혜림이라는 법명을 받았고, 금정산 범어사 금강계단에서 운봉 선사로부터 구족계를 받았다. 그때가 경오년(1930), 당시 운봉 대선지식께서는 내원사의 조실로 계셨다. 스님은 그 슬하에서 시봉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진하시더니, 늦가을 어느날 산골짜기의 돌풍이 문짝을 때리는 순간, 홀연히 한 가닥 옛길을 확철관통하였다. 의심하던 바 공안(公案)과 가슴에 걸려 있던 것이 활연히 사라져 환희스럽기 그지없었다. 스님은 곧 운봉 노사(老師)를 뵈었으며, 노사께서는 보시자마자 목침을 두고 말씀하셨다.
"한마디 일러라."
스님은 즉시 목침을 발로 차 버렸다.
"다시 한번 일러라."
"천 마디 말, 만 마디 이야기가 모두 꿈 속에서 꿈을 설함이요, 모든 불조가 나를 속인 것입니다."
이에 운봉 노사께서 크게 기뻐하셨다.
갑신년(1944) 8월에 임제정맥의 등등상속(燈燈相續)을 기록하여 부촉하시니, 곧 양기(楊岐), 밀암(密岩), 태고(太古), 환성(喚惺), 율봉(栗峰), 경허(鏡虛), 혜월(慧月)의 적전(嫡傳)이 되었다. 또한 운봉 노사는 전법게(傳法偈)를 적어 주셨다.
서래무문인(西來無文印)
무전역무수(無傳亦無受)
약리무전수(若離無傳受)
오토부동행(烏兎不同行)
서쪽에서 전래된 무늬 없는 인장은
전할 것도 받을 것도 없는 것일세.
전하느니 받느니를 모두 떠나면
까마귀는 날고 토끼는 달리느니라.
그리고 '香谷'이라는 당호를 내려주셨다.
정해년(1947)에 이르러 문경 봉암사에서 여러 도반들과 함께 정진하던 중에 한 도반이 물었다.
"'죽은 사람을 죽여 다하여야 바야흐로 산 사람을 볼 것이요, 죽은 사람을 살려 다하여야 바야흐로 죽은 사람을 볼 것이다.[殺盡死人方見活人 活盡死人方見死人]'고 하신 말씀이 있는데, 그 뜻이 무엇이겠느냐?"
이에 의심이 생겨 참구하다가, 무심삼매에 들어 삼칠일 동안을 침식을 잊어 버리고 정진하셨다. 하루는 홀연히 자기의 양쪽 손을 발견하고 활연대오(豁然大悟)하여 게송을 읊으셨다.
홀견양수전체활(忽見兩手全體活)
삼세불조안중화(三世佛祖眼中花)
천경만론시하물(千經萬論是何物)
종차불조총상신(從此佛祖總喪身)
봉암일소천고희(鳳岩一笑千古喜)
희양수곡만겁한(曦陽數曲萬劫閑)
내년갱유일륜월(來年更有一輪月)
금풍취처학려신(金風吹處鶴戾新)
홀연히 두 손을 보니 전체가 살아났네
삼세의 불조들은 눈 속의 꽃이요,
천경만론이 모두가 무슨 물건이었더냐
이를 좇아 불조들이 모두 몸을 잃었도다.
봉암사의 한 번 웃음 천고의 기쁨이요
희양산 구비구비 만겁토록 한가롭네.
내년에도 또 있겠지 둥글고도 밝은 달
금풍이 부는 곳에 학의 울음 새롭구나.
이로부터 천하 노화상들의 말 끝에 속지 않게 되었고, 인연 속에서 자재롭고 당당하게 노닐었으며, 천하의 총림에서 대사자후를 하시게 되었다. 그 후로 묘관음선원을 창건하여 선방의 문을 여시니, 청풍납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또한 제방의 명찰인 선암사, 불국사, 동화사, 선학원 등지에서 스님을 조실로 모셨으므로, 이십여 년 동안 크게 법의 깃발을 세우고 종풍을 선양하셨으니, 그의 가르침은 너그러우면서도 기봉이 험준하여 죽이고 살리고 주고 빼앗기를 자유자재로 하셨다.
정미년(1967) 여름 안거를 마치는 해제법문을 하실 때, 제자 진제가 나와 여쭈었다.
"불조가 아신 곳은 묻지 않거니와 불조께서 알지 못한 곳을 일어 주십시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구구는 팔십일이니라."
"그것은 불조가 다 아신 곳입니다."
"육육은 삼십육이니라."
이에 진제가 예배를 드리고 물러가니, 스님께서도 문득 법상에서 내려오셨다. 다음날 진제는 다시 여쭈었다.
"불안(佛眼)과 혜안(慧眼)은 묻지 아니하거니와, 어떤 것이 납승의 안목입니까?"
"비구니 노릇은 원래 여자가 하는 것이니라."
"오늘에야 비로소 큰스님을 친견하였습니다."
"네가 어느 곳에서 나를 보았느냐?"
"관(關)!"
이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옳다. 되었도다."
그리고 곧 임제정맥인 태고-경허-혜월-운봉-향곡으로 이어지는 법맥을 진제에게 부촉하셨다.
부진제법원장실(付眞際法遠丈室)
불조대활구(佛祖大活句)
무전역무수(無傳亦無受)
금부활구시(今付活句時)
수방임자재(收放任自在)
진제법원장실에 부치노라
부처님과 조사의 대활구법문은
전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것일세.
지금 내가 활구법문 부촉하노니
거두고 놓는 것은 네 뜻에 맡기노라.
그 뒤 월내의 묘관음사에 계시면서 후학을 제접하고 지도하시더니, 무오년(1978) 섣달 보름날 해운대의 해운정사에서 열반게를 지으셨다.
목인영상취옥적(木人嶺上吹玉笛)
석인계변역작무(石女溪邊亦作舞)
위음나반진일보(威音那畔進一步)
역겁불매상수용(歷劫不昧常受用)
목인은 고개 위에서 옥피리를 연주하고
석녀는 시냇가에서 춤을 추도다.
위음왕불 이전으로 한걸음 나아가니
영원히 밝고 밝아 언제나 수용하리.
그리고 삼일 후인 십팔일 인시(寅時)에 입적하시니, 세수는 67이요 법랍은 50이시다.
어제 이렇게 한 것도 허물이 하늘에 넘칠 일인데, 오늘 또 이렇게 함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제2의 문 앞에서 간략히 유풍을 기록함이로다. 끝으로 게송 하나를 붙이노라.
명명고일여천(明明杲日麗天)
삽삽청풍잡지(颯颯淸風匝地)
임마야시 불임마야시(恁麽也是 不恁麽也是)
초목와석방대광명(草木瓦石放大光明)
임마야불시 불임마야불시(恁麽也不是 不恁麽也不是)
삼세제불도퇴삼천리(三世諸佛倒退三千里)
돌(咄)!
백일요수미(白日繞須彌)
홍하천벽해(紅霞穿碧海)
밝고 밝은 아침 해가 하늘에 비치는 듯
시원스런 맑은 바람 대지에 깔리는 듯
이렇게 해도 옳고 이렇게 하지 않아도 옳으니
초목와석(草木瓦石)은 언제나 광명을 놓고 있도다.
이렇게 해도 옳지 않고 이렇게 하지 않아도 옳지 않으니
삼세제불이 거꾸로 삼천리나 물러남이라.
애닯다!
밝은 해는 수미산을 감돌고 있고
붉은 안개는 푸른 바다 꿰뚫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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