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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달달했던 스무살의 꽃다발같은 연애 [2]

원수 Tierney | 25-07-08 19:19:05 | 조회 : 163 | 추천 : +1


여러분은 가까운 대학에 진학하셨나요?



저에게는 작은 꿈이 있었습니다.



먼 대학에 합격해서,


혼자 자취하는 그런 소소한 것이었죠.



운이 좋게도 경기도 쪽에 살던 저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기숙사가 당첨돼서


자취를 할 순 없었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일단 집을 나와서 산다는 게 떨리고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기숙사에 들어가고,


대학 생활을 열심히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외로운 캠퍼스 생활을 이어가던 저는,


학교에서 진행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데요.




대충 50명 정도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 하게 됐는데,


1학년은 저랑 어떤 친구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 친구는 굉장히 내성적이어서


사실상 막내역할을 제가 혼자하게 됐던거죠.



해외로 떠나기전 사전모임이나 미팅같은 곳에서


꽤나 열심히 나댔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외국으로 다같이 떠나게 됐습니다.


친분이 거의 없는 사람들끼리 사실상 여행을 떠나는 거라,


매우 설레고 기대가 많이 됐어요.



그러던 저의 이런 기대를 완전히 박살낸 건 선배 누나들이었습니다.



막내다보니 아침마다 식사인솔이라던가,


공지 및 전파를 제가 거의 도맡아했는데요.


그럴때마다 방에 직접 방문해야만 했습니다.



근데 여자 형제가 없었던 저로서는,


이 정도로 방을 더럽게 쓸 수가 있나 싶은


여성분들의 방을 보면서 없던 정 마저 떨어지더군요.


"어떻게 그 짧은 시간동안 저렇게 더럽게 쓸까?"



그때 느꼈습니다.


아 저런 사람들은 여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줄기 빛은 있더군요.


한살 위 누나였던 어떤 분은 방을 굉장히 깔끔하게 쓰시는 겁니다.


사실 이것뿐만이 아니라 비주얼도 저의 취향이었습니다.



그래서 괜히 말도 한번 더 걸어보고, 장난도 쳤습니다.



그렇게 진짜 미친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데,


그 때까지 물론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모솔아다였던 저이기에 어떠한 시그널도 눈치채지 못했죠.



그냥 한국에 돌아와서 친한 친구들한테 고민을 털어놓고,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다가 덥썩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 누나가 한국에 도착하면 꼭 매운갈비찜을 먹고 싶다고 했거든요.


식사후엔 가볍게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눴어요.



그러다 비긴어게인이라는 영화를 한편봤습니다.


여운이 진하게 남더군요.



이후 같이 걷는데, 여기서 말 안하면 평생 못할 것 같아서


약간은 멋없지만 솔직하게 말했어요.



좋아한다고. 우리 만나자고.



그러자 웃으며 받아주더군요.


그게 제 첫 연애였어요.




거의 1년간을 같이 붙어다니며 캠퍼스를 누볐습니다.


수업도 맞춰서 최대한 같이 들었어요.


남는 시간은 학교 주위에서 데이트했고요.


공부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쉴 때도 거의 늘 함께였습니다.



남들은 지겹지도 않냐고 물었지만,


그때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거의 싸운 기억도 없습니다.


서로 뭔가 스타일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한국남자의 숙명인 군입대가 다가오더군요.


제가 먼저 말했어요.



솔직히 2년 가까운 시간을 기다리는 거 너무 힘들다,


너를 위해서라도 그냥 헤어지는 게 맞다,


근데 울면서 기다린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감동했습니다.


헤어지자는 것도 진심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후 저는 여자친구를 보려고 휴가를 정말 많이 나갔습니다.


받을 수 있는 포상 휴가는 거의 다 받으며,


공익 못지않게 많이 만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았던 어느날,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너를 이젠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는다라나 뭐라나


사실 정확한 워딩은 지금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만큼 기다렸으니 된 거 아니냐며 매몰차게 돌아서던 그녀에게


솔직히 뭐라할 말이 없더군요.



기다려준 것도 이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게 됐습니다.





힘든 시간을 다 견디고 왜 병장이 되어서야 이별을 고했는지, 지금도 알지못합니다.


궁금하지도 않고요.



그냥 꽤 시간이 흐른 지금,


문뜩 지나가는 기억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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