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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솝 존버

원수 쿵. | 25-07-22 22:48:03 | 조회 : 12 | 추천 : -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계절의 끝자락, 계절도 아닌 바람이 도시 골목을 맴돌던 그 밤.

풍떨이는 바람처럼 살았다. 이름 그대로,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사람이었다. 늘 어딘가를 떠돌았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붙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그가 들어선 작은 바에서, 눈을 마주친 이가 있었다.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눈. 짧은 인사도 없이 시선을 피하지 않던 사람.

그가 부솝이었다.

한 잔, 두 잔. 말도 많지 않은 둘은 말 없는 교감을 나누었고, 무언가 묘하게 겹쳐지는 기류가 있었다. 부솝의 입술이 술기운에 느슨해졌을 때, 풍떨이는 그를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너, 위험한 사람이네.” 부솝이 말했다.

“그 말, 너도 듣는 편 아닌가?” 풍떨이는 웃었다.

밤은 길었다. 그리고 조용했다.

그들은 함께 부솝의 좁은 방으로 들어갔고, 말없이 옷을 벗고 서로를 안았다. 욕망이 아니라, 결핍이었다. 따뜻한 무언가가 필요한, 이상하리만큼 닮은 두 사람의 밤.

그 후, 풍떨이는 떠나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부솝은 조용히 물었다.

“왜 안 가?”

“가야 할 이유가 없어서.” 풍떨이가 말했다. “그리고… 네가 그날 나를 부른 것 같아서.”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네 눈이… 그랬어.”

부솝은 말없이 커피를 내려주었다. 그건, 작고 조용한 “머물러도 좋아”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동거 아닌 동거, 사랑 아닌 사랑.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점점 서로의 하루에 스며들었다. 풍떨이는 어느새 창문을 열며 말하곤 했다.

“바람 좋아. 네가 있어서 그런가 봐.”

부솝은 그럴 때마다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삼켰다.

**

사랑은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다. 욕망 뒤에 숨겨진 외로움, 그걸 알아차린 순간부터.

그리고 풍떨이는 더 이상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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