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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우산 아래... [2]

원수 카카오프렌즈. | 25-07-22 23:27:16 | 조회 : 42 | 추천 : +3



엇갈린 우산 아래

장마가 시작된 7월의 어느 날, 클와인은 퇴근길 지하철 역에서 쏟아지는 비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우산을 챙기지 않은 자신을 자책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그때, 투명한 우산 하나가 그의 머리 위로 불쑥 나타났다. 고개를 들자 연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단발머리 여자, 단잉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저, 우산 없으세요? 같이 쓰실래요?"

그녀의 목소리는 빗소리 속에서도 맑게 울렸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 클와인은 단잉의 작은 우산 아래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좁은 공간에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가까워지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단잉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한 꽃향기가 비 냄새와 섞여 클와인의 심장을 간지럽혔다.

"저기, 혹시... 이 근처 사세요?"

어색함을 깬 것은 단잉이었다. 클와인은 그녀의 질문에 간단히 답하며,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옆모습을 훔쳐봤다. 빗방울이 우산을 때리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조차 두 사람에게는 배경 음악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몇 분을 함께 걷다 보니, 어느새 클와인이 사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했다.

"덕분에 비 안 맞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클와인의 진심 어린 인사에 단잉은 다시 한번 환하게 웃었다.

"별말씀을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그녀는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클와인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단잉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다시 만날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쓴웃음을 지었다.

다음 날, 출근길. 클와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을 챙겼다. 어제 만난 단잉을 다시 볼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지하철 역에 도착했을 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어제와 똑같은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단잉이 역 앞에서 곤란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손에는 어제 그 우산이 들려있었다.

"단잉 씨?"

클와인의 부름에 단잉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그녀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동시에 반가움이 스쳤다.

"클와인 씨?! 여기서 어떻게..."

"우산을... 깜빡하신 것 같아서요."

클와인은 자신의 손에 들린 우산을 흔들어 보였다. 단잉은 그제야 자신의 우산이 접히지 않아 곤란해 하고 있었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아, 네! 맞아요. 어제 쓰다가 고장 난 것 같아서요."

그녀의 말에 클와인은 픽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단잉에게 다가가 그녀의 고장 난 우산을 대신 접어주었다. 그의 손이 닿자 단잉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이참에... 새로 하나 사시는 게 어떠세요? 제가 아는 좋은 우산 가게가 있는데..."

클와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단잉은 살짝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요? 아, 대신 커피는 제가 살게요! 어제 우산도 빌렸는데..."

그녀의 제안에 클와인은 기분 좋게 웃었다. 빗방울이 다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더 이상 두 사람은 비가 두렵지 않았다. 엇갈린 우산 아래에서 시작된 우연한 만남이 새로운 인연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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