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스크린 너머의 그림자, 그리고 드리운 감정

클와인의 꾸준한 후원과 조용한 응원 속에 구수의 방송은 조금씩 성장했다. 구독자 수는 늘었고, 그녀의 그림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그 중심에는 늘 클와인이 있었다. 그는 구수의 그림 전시회가 열리는 날에는 가장 먼저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그녀의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가끔은 방송 중 구수가 좋아하는 책이나 음악을 추천하며 소통의 폭을 넓혀가기도 했다.

어느 날, 구수는 팬들에게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방송을 했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전, 그녀는 문득 클와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클와인님은 어떤 분이세요? 저에게 왜 이렇게 잘해주시는지 궁금해요." 채팅창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짧은 메시지가 올라왔다. "그냥, 당신의 그림이 좋고, 당신의 이야기가 좋아요." 그 한마디에 구수의 가슴은 쿵 내려앉는 듯했다. 단순한 팬심을 넘어선, 어떤 깊은 감정이 느껴졌다.

구수는 클와인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스크린 너머의 익명이라는 것을 넘어, 그녀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잠자리에 들 때면 클와인이 궁금했고, 새로운 그림을 시작할 때면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했다. 그녀는 자신이 클와인에게 단순한 고마움을 넘어선,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침묵 속에서도 느껴지는 다정함,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듯한 따뜻함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커졌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깊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맞는 걸까? 혹시 그의 진심이 자신과는 다른 것이라면? 구수는 밤늦도록 잠 못 이루며 고민에 잠겼다. 스크린 너머의 그림자, 클와인. 그는 구수에게 빛이자 동시에 알 수 없는 그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