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케미의 시작: 베라의 아슬아슬한 이중생활

인기 게임 스트리머 베라는 털털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녀의 방송은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짓궂은 장난에도 능글맞게 받아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남들에게는 말 못 할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나이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활동하며 '20대 초반 상큼 발랄 스트리머'라는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방송에 부솝이라는 시청자가 등장했다. 부솝은 베라의 방송 초창기부터 함께해 온 열혈 시청자로, 다른 시청자들과는 달리 베라의 엉뚱한 행동이나 말실수를 놓치지 않고 꼬집으며 날카로운 일침을 날리곤 했다. 처음에는 그저 흔한 '어그로' 시청자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솝의 댓글은 묘하게 베라의 신경을 건드렸다.

"베라님, 오늘도 '어르신' 같은 발언 잘 들었습니다."

"솔직히 베라님 최소 30대 중반일 듯. 말투가 너무 아재 같아요."

베라가 자신의 실제 나이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듯한 부솝의 발언에 그녀는 매번 심장이 철렁했다. 혹시 자신의 정체를 알고 일부러 놀리는 건 아닌가 싶어 댓글창을 스크롤 해보았지만, 부솝의 다른 댓글들은 그저 평범한 팬심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너무나 정확하게 팩트를 짚어내는 모습에 베라는 점점 부솝에게 오기가 생겼다.

"부솝님, 저 그렇게 안 늙었어요! 저 아직 파릇파릇하다구요!"

"아유, 그러시겠죠. 베라님은 아마 태어날 때부터 20대였을 겁니다."

방송 중에도 티격태격, 방송이 끝나고 팬카페에서도 설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어느새 방송의 공식 '앙숙 케미'로 자리 잡았다.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날 선 대화를 보며 즐거워했고, 심지어 "부솝님, 베라님에게 팩트 폭격 좀 더 해주세요!"라며 부채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베라는 부솝에게 당할 때마다 분통이 터졌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의 말에 묘한 끌림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만남: 감춰왔던 진실과 새로운 감정

그러던 중, 베라의 방송 5주년을 기념하는 팬 미팅 공지가 올라왔다. 베라는 부솝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팬 미팅 당일, 멀리서도 눈에 띄는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와 익숙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베라님, 드디어 실물 영접하네요. 생각보다 어... 젊으시네요?"

부솝이었다. 모자에 마스크까지 썼지만, 단번에 그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부솝은 키가 훤칠하고 어딘가 모르게 차분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을 풍기는 남자였다. 베라는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최대한 침착하게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부솝은 깐족거리는 것은 여전했다.

"나이를 속이는 건 범죄 아닙니까, 베라님?"

"부솝님이야말로 제 스토커세요? 제 나이를 어떻게 아시고!"

팬 미팅 내내 두 사람은 현실에서도 방송에서처럼 티격태격했다. 주변 팬들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베라의 마음은 복잡했다. 부솝이 자신의 나이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지만, 그와 직접 만나 대화해보니 온라인에서의 날카로운 모습과는 또 다른 친근함이 느껴졌다.

팬 미팅이 끝나고, 부솝은 베라에게 잠시 할 말이 있다며 따로 자리를 청했다. 한적한 카페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베라님, 사실 제가... 베라님하고 동갑입니다."

부솝의 충격적인 고백에 베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동갑이요? 그럼 그동안 저 놀리신 거예요?"

"아뇨, 놀린 게 아니라... 저도 베라님이 나이를 속인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우연히 베라님 예전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몇 년 전 인터뷰 영상에서 실제 나이를 말씀하시는 걸 봤습니다."

베라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세상에, 이런 허술한 방법으로 들키다니! 부솝은 그런 베라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래서 베라님이 속상해하는 게 재밌어서 계속 놀렸죠. 하지만 저도 같은 나이인데 괜히 베라님보다 나이 많아 보이게 놀리는 게 싫어서, 결국 저도 동갑이라고 말하게 됐네요."

부솝의 진심 어린 말에 베라는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동안 느껴왔던 부솝에 대한 묘한 감정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단순한 앙숙 관계가 아닌, 두근거림이었다.

설렘 가득한 현실 로맨스의 시작

나이를 속였다는 공통의 비밀이 밝혀지자, 두 사람 사이의 벽은 허물어졌다. 그 후로 부솝은 베라의 방송에 나타나 여전히 짓궂은 농담을 던졌지만, 이제는 놀리는 것이 아닌 진심 어린 관심이 담겨 있었다. 베라 역시 부솝의 장난을 예전처럼 버럭 화내기보다 여유롭게 받아치며 묘한 핑크빛 기류를 풍겼다.

방송 밖에서도 두 사람은 자주 만났다. 처음에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차 서로의 취미나 일상에 대한 깊은 대화로 이어졌다. 티격태격하던 말투는 여전했지만, 그 속에는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가득했다. 부솝은 베라의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솔직한 피드백을 주었고, 베라는 부솝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어느 날, 베라는 방송 중 시청자들에게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여러분, 사실 제가... 나이를 조금 속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숨기지 않으려구요. 그리고... 제 옆에는 저와 동갑인, 아주 특별한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녀의 말에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따뜻한 축하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리고 부솝은 댓글창에 평소처럼 깐족거리는 듯한 댓글을 남겼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시는군요, 베라님. 그래도 뭐, 저도 나이 속인 죄가 있으니 이번 한 번만 봐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그의 댓글은 베라의 심장을 다시 한번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베라님, 우리 이제 '동갑내기' 로맨스 시작해볼까요?"

베라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를 속였던 아슬아슬한 비밀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특별한 인연이 되었고, 티격태격하던 앙숙 케미는 이제는 설렘 가득한 현실 로맨스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