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프렌즈. | 25-07-23 02:00:27 | 조회 : 44 | 추천 : +2
밤은 늦었고, 굽찌의 방에는 키보드 소리와 마우스 클릭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헤드셋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웃음소리는 언제나처럼 활기찼지만, 오늘따라 어딘가 지쳐 보였다. 화면 우측 상단에는 '칸신사'라는 닉네임이 새겨진 후원 알림이 연신 터지고 있었다.
“굽찌님, 오늘 왤케 귀여우신 거죠? 후원 드립니다! 빼빼로 열 개!”
‘칸신사’는 언제나 그랬다. 유쾌하고, 능글맞고, 때로는 엉뚱한 후원 메시지로 굽찌의 방송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굽찌는 “아니, 칸신사님! 저한테 자꾸 귀엽다고 하시면… 제가 심쿵하잖아요!” 하고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채팅창은 ‘ㅋㅋㅋㅋ’, ‘칸신사 대유잼’, ‘둘이 썸타냐’ 같은 반응으로 도배되었다.
사실 굽찌는 칸신사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목소리도, 얼굴도, 나이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방송을 꾸준히 찾아와주고, 때로는 힘든 날 위로의 말을 건네는 따뜻한 존재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게임 실력은 형편없어도,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굽찌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달간 방송을 쉬게 되었다. 마지막 방송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굽찌에게 칸신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유쾌한 메시지를 보냈다.
“굽찌님, 한 달 뒤에 더 예뻐져서 오세요! 그때까지 제가 돈 많이 벌어놓겠습니다! 후원 열 개 더!”
그 메시지를 보고 굽찌는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칸신사님! 제가 무슨 인형도 아니고… 그래도 감사해요. 한 달 뒤에 봐요!”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굽찌는 다시 방송을 켰다. 오랜만에 만나는 시청자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그녀는 문득 칸신사를 찾았다. 하지만 채팅창에는 그의 닉네임이 보이지 않았다. 하루, 이틀, 일주일… 칸신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바쁜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굽찌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커져갔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아팠던 건 아닐까? 답답한 마음에 굽찌는 방송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혹시 칸신사의 소식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고서.
며칠 뒤, 한 시청자로부터 쪽지가 도착했다.
“굽찌님, 칸신사님… 제가 아는 분과 닉네임이 같아요. 그분 최근에 사고로…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계세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굽찌는 곧장 쪽지 속 번호로 연락했고, 얼마 후 병원 면회실에서 칸신사의 누나를 만날 수 있었다.
“동생이 굽찌님 방송 정말 좋아했어요. 늘 굽찌님 얘기만 했어요. ‘굽찌님은 코스모스 같아. 예쁘고, 꿋꿋하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아.’ 그렇게 말했죠.”
누나의 말에 굽찌는 목이 메었다. 그리고 마침내 칸신사를 만났다. 그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의 얼굴은 예전의 유쾌했던 칸신사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여위고, 창백했다. 굽찌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칸신사의 손을 잡았다.
“칸신사님… 굽찌예요. 저 왔어요.”
칸신사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아주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굽…찌…님… 예쁘네…”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작았지만, 굽찌는 그의 말에 가슴이 저며왔다. 그녀는 칸신사의 손을 잡고 그의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는 말, 그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칸신사는 굽찌의 손을 꼭 쥐었다. 그 온기는 따뜻했지만, 어딘가 위태로웠다.
그날 이후, 굽찌는 방송이 끝나면 늘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칸신사에게 방송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시청자들이 칸신사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 그가 돌아오면 어떤 게임을 같이 할지 속삭였다. 칸신사는 굽찌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미소 지었고, 굽찌는 그 작은 미소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칸신사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그는 더 이상 미소 짓지도, 눈을 뜨지도 못하게 되었다. 어느 비 오는 날 밤, 굽찌는 평소처럼 칸신사의 손을 잡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빗소리가 처량하게 들려왔다.
“칸신사님… 저 오늘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다 같이 ‘칸신사님 힘내세요!’라고 했어요. 빨리 나아서 같이 게임해요. 제가 밥 사 드릴게요.”
말을 마쳤을 때, 칸신사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굽찌는 느꼈다. 그의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굽찌는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
그날 이후 굽찌는 방송을 잠시 중단했다. 그녀의 방은 고요했고, 키보드 소리도,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굽찌는 종종 칸신사의 누나에게 연락해 그의 마지막 순간을 듣곤 했다. 그의 마지막 유언은 굽찌에게 전하는 한 마디였다. "굽찌님, 늘 웃어요. 예쁜 코스모스처럼."
몇 달 뒤, 굽찌는 다시 방송을 켰다. 그녀의 표정은 예전처럼 활기차지 않았지만, 눈빛은 더욱 깊어져 있었다. 시청자들은 그녀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굽찌는 방송 시작 전, 잠시 뜸을 들이더니 조용히 말했다.
“오늘… 칸신사님과의 추억을 이야기해 드릴까 해요.”
그녀는 칸신사와의 유쾌했던 기억들, 그리고 가슴 아팠던 순간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시청자들은 침묵했고, 채팅창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칸신사님 좋은 곳으로 가세요’ 같은 메시지로 가득 찼다.
굽찌는 이제 매 방송 시작 전, 칸신사가 가장 좋아했던 코스모스 사진을 화면에 띄운다. 그리고 가끔 힘이 들 때면, 자신을 코스모스 같다고 말해주던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미소 짓는다. 칸신사는 그녀의 곁에 없지만, 그의 유쾌함과 따뜻함은 굽찌의 방송에, 그리고 굽찌의 마음에 영원히 남아있었다. 그녀의 방송은 이제 슬픔을 넘어, 사랑과 추억으로 피어나는 코스모스처럼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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