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교육 수준 저하의 원인 - 1편 [13]

11 위비 | 2023-03-19 20:18:31 | 조회 : 1102 | 추천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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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체가 학력저하를 겪고 있지만, 경북에서는 구미와 포항이 가장 심하다고 합니다.
구미와 포항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도시이므로, 제가 포항에서 느낀 점에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로 '지방 산업 단지를 끼고 있는 도시'가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포항에 6년간 학원을 운영하며 느낀 포항 학력 저하의 원인은 크게 4가지 입니다.


1) 포스코 생산직(공단도시의 인구구조적 특성)
2) 중등부 전교 등수 미공개
3) 고교 평준화
4) 강제 방과후

1번부터 조금 어이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느낀 바로 저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도대체 대기업 생산직이 왜 학구열에 악영향을 미칠까요?

포항은 포스코라는 대기업을 끼고 있는 공업도시 입니다. 정확히는 포스코 생산라인 공장을 끼고 있다고 봐야죠. (실질적 본사는 서울에 있으니)

사무직이 많이 근무하는 본사는 서울에 있고, 공장만 포항에 있습니다.

그래서 포항 사람들은 “포스코 정직원 = 생산직”을 떠올리게 됩니다.

본사를 끼고 있는 수도권 도시에서는 “대기업 정직원 = 사무직”일테지요.

그러니 포항에서 자라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옆집 친구 아버지는 대기업에 다녀서 집이 잘 삽니다.

그런데 친구 집에 놀러가면 친구 아버지께서는 “공부 너무 열심히 할 필요 없다~.나도 대학 안나왔다. 사회 나가면 기술 배워놔야 먹고 사는거지. 인생은 교과서로 배우는게 아니야.” 라고 말씀하십니다.

심지어는 ”학교 다닐때 나보다 공부 더 잘했던 애들보다 내가 더 잘 산다. 공부해봤자 별 의미없어~ 얼른 사회로 나와서 자리잡고 기술 배우는게 중요하다.“ 라고 하십니다.

포항에만 대기업 본사와 계열사의 생산직들이 수천명이 있으니, 저런 상황은 포항에서 나고 자란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겁니다.

포항에서 고소득층에 속하는 당사자들은 고졸로 생산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이고, 그로 인해 ”대학교 = 낭비“라는 공식이 아이들 머릿속에 생겨나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아무 생각없이 펑펑 노는 아이들한테 ”너 그렇게 놀면 기본기가 없어서 고등학교가서 고생한다~.“ 라고 주의를 주면 ”쌤 저는 마이스타고등학교 갈건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입니다.

가정의 대소사를 결정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아버지들이 공부에 대해 큰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 내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은 죄다 기술로 성공한 사람이거든요.

내 친구 땡칠이는 학교다닐때 아주 모범생이여서 명문대 나왔지만 노조가 없는 사무직 대기업 직원은 이른 나이에 해고 당하고 중소기업을 전전긍긍하는데

학창시절 그저 열심히 축구공을 찼던 나는 노조가 있는 대기업 생산직으로 정년을 보장받고, 추가근무 수당, 주말 수당, 연차 수당까지 챙겨받으며 풍요롭게 살고 있거든요.

그렇다보니 어머니들도 저절로 학구열이 약해집니다. 다른 도시였으면 옆집 철수 아빠는 연세대 나와서 대기업 상무로 성공하고 뒷집 영희 아빠는 고려대 나와서 변호사로 성공했으니, 우리 아이도 명문대에 보내고 싶겠죠.

그런데 포항 엄마들은요? 내 주변에 잘사는 집 남편들은 죄다 포철공고 나와서 포스코 생산직하는 사람들이거나, 계열사 생산직이죠.

그러니 ”애를 학원에 보내긴 해야한다. 공부를 잘하는데 좋다더라.“ 라는 그냥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최소한의 관념만 가지고 살게 됩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사교육비 지출을 내심 ”돈 아깝다.“ 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다른도시에 비해 학원을 찾을 때도 그냥 ‘집 가까운 곳’이 최우선이며, 사교육을 교육기관보다는 아이를 맡겨놓는 장소정도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타도시에 비해 학구열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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