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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교육 수준 저하의 원인 - 1편 [12]

중령 위비 | 23-03-19 20:18:31 | 조회 : 1512 | 추천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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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체가 학력저하를 겪고 있지만, 경북에서는 구미와 포항이 가장 심하다고 합니다.
구미와 포항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도시이므로, 제가 포항에서 느낀 점에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로 '지방 산업 단지를 끼고 있는 도시'가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포항에 6년간 학원을 운영하며 느낀 포항 학력 저하의 원인은 크게 4가지 입니다.


1) 포스코 생산직(공단도시의 인구구조적 특성)
2) 중등부 전교 등수 미공개
3) 고교 평준화
4) 강제 방과후

1번부터 조금 어이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느낀 바로 저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도대체 대기업 생산직이 왜 학구열에 악영향을 미칠까요?

포항은 포스코라는 대기업을 끼고 있는 공업도시 입니다. 정확히는 포스코 생산라인 공장을 끼고 있다고 봐야죠. (실질적 본사는 서울에 있으니)

사무직이 많이 근무하는 본사는 서울에 있고, 공장만 포항에 있습니다.

그래서 포항 사람들은 “포스코 정직원 = 생산직”을 떠올리게 됩니다.

본사를 끼고 있는 수도권 도시에서는 “대기업 정직원 = 사무직”일테지요.

그러니 포항에서 자라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옆집 친구 아버지는 대기업에 다녀서 집이 잘 삽니다.

그런데 친구 집에 놀러가면 친구 아버지께서는 “공부 너무 열심히 할 필요 없다~.나도 대학 안나왔다. 사회 나가면 기술 배워놔야 먹고 사는거지. 인생은 교과서로 배우는게 아니야.” 라고 말씀하십니다.

심지어는 ”학교 다닐때 나보다 공부 더 잘했던 애들보다 내가 더 잘 산다. 공부해봤자 별 의미없어~ 얼른 사회로 나와서 자리잡고 기술 배우는게 중요하다.“ 라고 하십니다.

포항에만 대기업 본사와 계열사의 생산직들이 수천명이 있으니, 저런 상황은 포항에서 나고 자란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겁니다.

포항에서 고소득층에 속하는 당사자들은 고졸로 생산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이고, 그로 인해 ”대학교 = 낭비“라는 공식이 아이들 머릿속에 생겨나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아무 생각없이 펑펑 노는 아이들한테 ”너 그렇게 놀면 기본기가 없어서 고등학교가서 고생한다~.“ 라고 주의를 주면 ”쌤 저는 마이스타고등학교 갈건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입니다.

가정의 대소사를 결정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아버지들이 공부에 대해 큰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 내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은 죄다 기술로 성공한 사람이거든요.

내 친구 땡칠이는 학교다닐때 아주 모범생이여서 명문대 나왔지만 노조가 없는 사무직 대기업 직원은 이른 나이에 해고 당하고 중소기업을 전전긍긍하는데

학창시절 그저 열심히 축구공을 찼던 나는 노조가 있는 대기업 생산직으로 정년을 보장받고, 추가근무 수당, 주말 수당, 연차 수당까지 챙겨받으며 풍요롭게 살고 있거든요.

그렇다보니 어머니들도 저절로 학구열이 약해집니다. 다른 도시였으면 옆집 철수 아빠는 연세대 나와서 대기업 상무로 성공하고 뒷집 영희 아빠는 고려대 나와서 변호사로 성공했으니, 우리 아이도 명문대에 보내고 싶겠죠.

그런데 포항 엄마들은요? 내 주변에 잘사는 집 남편들은 죄다 포철공고 나와서 포스코 생산직하는 사람들이거나, 계열사 생산직이죠.

그러니 ”애를 학원에 보내긴 해야한다. 공부를 잘하는데 좋다더라.“ 라는 그냥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최소한의 관념만 가지고 살게 됩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사교육비 지출을 내심 ”돈 아깝다.“ 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다른도시에 비해 학원을 찾을 때도 그냥 ‘집 가까운 곳’이 최우선이며, 사교육을 교육기관보다는 아이를 맡겨놓는 장소정도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타도시에 비해 학구열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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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 남조선사회주의2년 전 | 신고

    포항 사는데 일리가 있는 글이네
  • 소령 불꽃순정2년 전 | 신고

    @남조선사회주의연변거지새끼가 무슨 ㅋㅋ
  • 삭제된 댓글입니다.
  • 중령 위비2년 전 | 신고

    @똥퀴척살자요즘 7급 vs 현차 생산직 논란에서
    현차 생산직에 투표한 사람이 70%가 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요즘은 워라벨 좋고 돈 많이주는 직장이 최고다
    결국 돈이 중요하다
    이런 현실적인 관점이 자리잡으면서 예전처럼 몸을 쓰면 무식하지 천하지 이런 인식은 거의 없는듯 합니다.
  • 소령 가만있어봐처제2년 전 | 신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포스코 현장직 재직자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 중령 위비2년 전 | 신고

    @가만있어봐처제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중령 와이생산고수2년 전 | 신고

    @가만있어봐처제무슨 부에서 일하세요?
    그쪽에 자식있는 선배가 내 자식들 공부못해도 된다고 말하던가요?
    그리고 님이 조업에서 일하시면 자식들이 밤낮 바꿔가며 일하게 할껀가요~?? 
  • 소령 가만있어봐처제2년 전 | 신고

    @와이생산고수제강부 근무합니다.
    저도4년제 나오고 현장직으로 일하는데
    일은 분진때문에 더럽고 힘들지만
    정년보장이 되니 대졸직군보다 안정성 면에서는 
    더 좋고 연봉도 상승률은 낮지만 교대아니고 3년차에 6500찍었으니 나름 많이 받는거같습니다. 교대뛰는 동기들은 7000은 다 넘기더라고요.
    전 자사고 나오고 그래도 대구경북 지거국 나왔는데
    제 자식이야 저보다 더 잘됐으면 하죠.
    전문직 됐으면 하는건 욕심이긴하지만
    현장분위기가 공부 못해도 된다가 아니고
    포스코면 포항에선 그래도 어느정도 생활은 할수있으니
    자식들도 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것같습니다.
    현대차도 10년동안 사내 추천채용으로만 뽑았고
    이번채용 18만 지원한거보면 
    책상머리에서 하는 공부가 만사가 아니라는 분위기 인거같은데 말씀하시는거보니 사우님이시면 어느정도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식도 밤낮 바꿔가며 일시킬거냐는 다소 공격적인 말투는
    기분이 좋진않네요.
  • 소장 스위스2년 전 | 신고

    소비자를 늘릴려면 공부의 필요성을 학부모에게
    먼저 인식시켜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
    타지역보다 학원하기 빡시겠네요
  • 중령 위비2년 전 | 신고

    @스위스정확한 지적이십니다! ㅠㅠ 그래서 아예 인식이 되어있는 타도시에서 하는게 맞겠더라고요
  • 중령 대구자전거여행2년 전 | 신고

    ㅋㅋ맞음 진짜 나도 아들한테 공부스트레스 안주고 딱 기사 자격증딸 정도로만 공부하라고함 나 지곡 살다가 전세주고 나왔는데 나온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지곡애들 박사아들 교수애들이랑 겜이 안됨ㅋ 그래서 딱 기본만시키고 하고싶은거 하고 사는게 맞다고 생각함 나도 올해 1억4천 찍었는데 자식한테도 해주고 싶지 
  • 소령 Preparation2년 전 | 신고

    울산에서 자랐는데 좀 공감하는편...내가 중고등학생일때 울산이 전국 시도광역시중에 성적꼴찌였는데(지금은 뭐 어떤지 모르겠음) 이런 대기업생산직 학부모의 영향이 있다봄. 공부못해도 비교적 잘벌고 잘사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래도 부모들의 공부시키는 열정까지 낮지는 않다고생각함. 학구열 자체는 높긴함
  • 대위 가즈아아앗2년 전 | 신고

    울산,포항,대구 교육열이 높았던 곳들인데
    생산직 영향이다라고 하는건 생산고수 의 특성적
    마인드 접근같습니다 ㅠㅠ 그분들도 아들이 의대가면
    더 좋아하십니당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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