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태동부터 거슬러 올라가려면 일단 일베저장소, 즉 '일간 베스트 저장소'라는 이름이 무슨 뜻이냐? 이것부터 파악해야 된다.

일베라는 집단이 뭐 어디서 갑자기 자생적으로 생겨난 건 아니고 그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익히 알려진 디씨인사이드가 그 원류인데

원래 디씨에서는 갤러리 내의 조회수, 추천수 같은 화제성을 기준으로 당일의 관심도가 높은 게시물이 익일 자정 이후에 업로드되는 '일간 베스트' 라는 섹션이 갤러리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음.

당연한 사실이지만 디씨라는 커뮤니티 특성 상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성향을 띄는 갤러리들이 소위 말하는 인기 갤러리가 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갤러리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의 성격이야 뭐 말 안 해도 뻔하지.

주로 은꼴이나 대꼴 혹은 과자 부스러기 앞의 개미떼처럼 디씨인들의 구미를 끌어당기는 게시물이 대부분이었고 제목만 봐도 도저히 클릭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떡밥들이 일베 게시물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음.

이에 날로 골 까던 디씨 운영자들은 일간 베스트 게시물에 대해 자비 없는 처단을 단행했고 글을 클릭하고 '삭제된 게시물입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실망감을 더하던 디씨 유저들의 불만 역시 늘어만 갔음.

이에 참다 못한 한 유저가 디씨 주요 갤러리 내의 일간 베스트 게시물만 모아놓은 '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웹페이지를 따로 개설했고 이게 작금의 ㅄ집단 일베의 시초임.

여기까지만 보면 전혀 정치와는 무관한 일베가 왜 한국의 KKK가 됐느냐. 그건 당시 디씨 상황을 봐야 됨.

당시 디씨 내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았던 갤러리는 프로야구 흥행 상승세와 더불어 흥하던 국내야구 갤러리. 웹상에서 보통 야갤로 통용되는 그 유명한 갤러리였음.

여기서 잠깐 디씨와 야갤과 일베의 연관성을 이해하려면 야갤이 성행하던 2009년 그 당시 국내 정세를 살펴봐야 하는데 2009년은 상술했듯이 프로야구가 2000년대 초반 긴 침체기에서 벗어나 흥행에 있어 상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물량 공세를 퍼붓던 시기였고 정치, 사회적으로는 MB 취임 이후 전년도 촛불시위부터 시작해서 그 해 노무현, 김대중 서거가 불러온 정치적, 이념 논쟁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음.

아무튼 그때 야구 인기와 맞물려서 프로야구가 흥행하고 있는 와중에 프로야구에서 가장 선전하던 팀이 하필이면 광주를 연고로 하는 기아 타이거즈였고 거기에 팀 성적을 등에 업고 기세가 등등했던 기아 빠들은 어느 팀 빠들이나 그렇듯 어그로를 끌기 시작. 이에 대한 야갤러들의 반감이 절정에 치닫기 시작했음.

그런데 여기서 의문. 야갤이야 병신력 쩌는 디씨의 하위 커뮤니티고 더군다나 국내 인기 프로 스포츠 소속 각 팀 팬들이 결집된 장소이니만큼 지네들끼리 키배질로 치고 박고 하는 건 흔한 일상이었는데 이게 왜 정치 논리, 지역 비하와 연계되느냐? 

이건 앞에서도 한 번 짚고 넘어갔지만 09년도의 인터넷 상황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한데 09년 당시 인터넷은 전년도 촛불시위로 촉발된 정치, 이념 논쟁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고 디씨 역시 그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정사갤(정치 사회 갤러리)를 숙주로 한 속칭 정사충들의 자칭 계몽 운동이 활발했었음.

원래 정사갤이란 곳은 친노 성향을 띄는 소위 '노빠' 커뮤니티였지만 전여옥과의 현피에서 치욕을 맛 보며 그 이후 수꼴들의 급격한 난입으로 수꼴 서식지로 변모함.

암튼 차치하고 그 정사충들의 주요 스킬은 요즘 메퇘지들이나 일베충들이 즐겨 쓰는 스킬인 좌표 찍고 여론 조장하기였는데 뭐 음식 많은 곳에 파리 꼬이 듯이 당연히 그 타겟은 이용자 수가 많은 인기 갤러리들이었고 역시나 그 중 원탑이었던 야갤이 가장 큰 표적이었음.

그리고 그 야갤을 타겟으로 삼은 정사충들은 요즘 일베충들의 논조와 한치도 오차가 없는 개병신 사상을 킹스맨 사무엘 잭슨마냥 좆도 모르는 민간인들 대가리에 이식하기에 혈안이었는데 아뿔싸 야갤에서 찌질대던 급식충 및 갓 학식충이 된 야갤러들은 그 무분별한 떡밥을 자체 필터링 하나 없이 받아들이고 만 것이었으니...

그나마 양심적이던 소수 야갤러들은 특정 팀에 대한 반감이 지역 비하나 편향된 정치 논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정 운동을 펼쳤지만 유조선 수십대가 터졌는데 고작 갯벌 하나로 뭘 막을 수 있으랴.

이전까지만 해도 정사충으로 불리우며 접근하기 반경 100미터부터 냄새를 풍기면서 축출당하던 정사충 원정대들은 후한 말 황건적마냥 날로 기세가 등등해져갔고 거기에 휩쓸려 야갤충으로 변이된 야갤러들이 급기야 야갤을 강점하기 시작하면서 금기시되야 할 지역 비하, 고인 드립이 하나의 인터넷 문화로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됨.

그리고 그러한 성격의 게시물들이 인기를 얻고 노출 빈도가 많아짐으로써 자연스레 디씨 시스템의 알고리즘에 의해 일베 게시물에 등록되기 시작했고 디씨의 일베 게시물을 옮겨 나르던 일베 저장소 또한 정사충 야갤충들의 코드가 흘러 넘치는 글들로 넘쳐나게 된 것.

거기에 게시물 작성이 가능했던 일베 구조와 맞물려 정사충과 그 하위 호환이자 또 다른 독자적인 집단을 형성한 야갤충들이 일베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전무후무한 희대의 찌질이들인 일베충들이 알을 까기 시작함.

결국 일베의 탄생은 필연적인 현대 인터넷 사의 비극이었다는 소리임. 이 외에 정사갤에 ㅅㄴㄹ당 전신인 ㅎㄴㄹ당 관계자가 찌질대다가 포착되던 현장이 발각되면서 항간에 도는 조직적인 인터넷 알바와의 연계가 의심되는 사항도 있으나 더 파고 들어가면 코렁탕에 판사님 찾게 될 것 같으므로 여기서 마무리.

근래에 와고에서 찌질대던 종자들이 급격히 늘어났길래 한 번 써봤다. 아마 이게 정확한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