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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까지 백수였다. [21]

34 박근혜대통령 | 2024-03-04 15:47:02 | 조회 : 13962 | 추천 : +35


제목대로 서른다섯까지 백수생활했다.
부유하진 않지만 결코 빈곤하지 않는 화목한 집에서 살며 백수짓 했었다. 부모님하고 따로살고 집은 누나랑 같이살며 집세 식비는 다 줬기 때문에 사실 살길이 열려있어서 계속 백수했던것같다.
항상 거짓말로 상황 모면하고 적반하장으로 화내고 돈은 없으니까 한달 5~10만원 누나가 불쌍하다고 쥐어진걸로 용돈했다.
게임만하는데 토렌트같은걸로 받으면 무료니까. 돈도 안들었고  인방같은거 보면서 시간보내면 하루하루가 재밌었다.
물론 30대부턴 재밌는게 있어서 웃더라도 금방금방 현타와서 정색하는 내모습도 보였지만. 또 언제부턴가 가끔씩 어머니 볼때마다 슬픈웃음과함께 조용한 흐느낌을들어도 절망스러운 심정이 오더라도 그때뿐..
여전히 게임하고 놀고 그랬었다.
그러다 35살이 됬다. 30대중반이 됬으니 정신차려야지 라는 생각은 안했다. 그저 자기혐오만 할뿐 나는 항상 내일에 나한테만 맡기고 계속 같은생활만했다.
변화는 결국 일상에 흔들림으로 부터 오는데 가족중 한명이 몸이 아프게 되어 가세가 기울게됬다. 그 상황까지 오니까 더이상 눈치보는걸 떠나서 물리적으로 집에 있을수 없더라.
근데 쭉 백수여서 난 할수있는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닥치고 아무대나 이력서 넣다보니 오란데가 있긴하더라고.
1~20대는 나름인싸에 오지랖퍼였는데  인간관계 단절된지 10년만에 뭔가를 하려니까 식은땀도 나고 적응 진짜 안되더라.
말도 어버버하고 일도 잘못하고 그러다보니 구박받아서 한참 어린 선배들앞에서 울기도 했다. 당장 이라도 때려치고 내 원래 하던데로 백수 하고 싶더라고..

그래도 이악물고 계속 다녔다. 가족이  아픈건 사실 금방 (2~3달) 나아서 괜찮아졌는데 30대 중반에 처음으로 일해서 환한 어머니 미소보고 나니까 진짜 너무 힘든데도 진짜 내 얼굴에 싸대기치고 이 악물면서 계속 회사다녔다.

일하고 1년. 드디어 사람 구실 시작했다. 연락 끊긴지 꽤 됬지만 오래챙겨줬던 친구들한테 연락도 하고 밥도사면서 인간관계복구하고 여기저기 신세 진거 싹다 값으면서 돌아다녔다. 내 자신도 최소한의 옷이나 생필품들도 사고하면서..  그러니까 유흥안해도 남는돈 진짜 한푼 없더라

일하고 2년. 나도 남들처럼 늙어서 국민연금 받고 싶어서 연금추납했다. 다내면 2800만원이라길래 18개월 분할납부했다. 여전히 친구만나면 밥은 내가 다샀지만 2년차부턴 친구들도 슬슬 같이 내주기 시작해서 부담좀 덜고 명절때부모님 용돈도 50씩드렸다. 당연하지만 유흥따위 절대 안하고 밥값 찻값다 아껴도 남는돈은 없었다.

일하고 3년. 남들처럼 효도 하고 싶었다. 부모님 집에 가전제품 싹다 바꿔드리고 해외여행도 보내드렸다(돈없어서 동남아) 내가 사는곳 가전제품도 좀 바꿨다. 통장에돈도 500만원 모았다.

일하고 4년차. 나이가 40이다되가는데 수중에 돈이 천만원이 없는게 쪽팔려서 돈을 모았다. 물론 모으면서 부모님챙기고 친구들한테도 잘했다. 돈은 2천정도 모였다.

이제 5년차다. 너무 오랜백수 생활을 해서 그런지 요 4년간 유흥 낭비없는 생활을 했는데도 다른 사람평균보다 한참 모자르지만 이젠 남 부끄럽지 않는 정도까진 간신히는 왔구나 하고 자찬한다.

와고 이용하는 사람들 아마 여러목적으로 이곳 올텐데 너가 어떤 나이든 정신차리면 적어도 사람구실정도는 한다. 포기하지 말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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