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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올해 최저시급에도 못 미쳐… 시급 1000원대 주는 곳도
지난달 말부터 서울 모 대학 도서관에서 책 반납과 안내 업무를 맡고 있는 대학생 이모씨(24)가 하루 4시간씩 주 6일 일하고 받는 돈은 매달 50만원이다. 토요일에도 일을 하지만 추가로 받는 수당은 없다.
게다가 이씨의 신분은 ‘노동자’가 아닌 ‘장학생’이기 때문에 학교가 그에게 적용하는 시급은 5000원에 불과하다. 올해 최저시급 5210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주말수당도 따로 없고, 4대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대학 자체 근로장학생인 이씨와 달리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국가근로장학생’들은 시간당 1000원을 더 받는다. 이씨는 “집에서 생활비를 받기 어려워 일을 시작했지만 도서관 일만으로는 돈이 부족하다”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지급하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사무 보조 업무를 하고 그 대가를 받는 ‘근로장학생’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117개 대학 가운데 20개 대학(17.1%)이 지난해 최저임금인 4860원에 못 미치는 시급을 지급했다. 심지어 1000원대 시급을 지급하는 대학도 4곳이나 됐다.
올해 1월1일부터 최저임금이 5210원으로 인상됐지만 거의 모든 대학이 여전히 지난해 시급을 적용하고 있다. 대학 당국이 예산을 세울 때 3월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국가근로장학생(교내)의 시급을 6000원에서 8000원으로 5년 만에 인상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장학생을 노동자로 인정해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무법인 삶의 권오상 노무사(30)는 29일 “사용자의 통제하에서 근로시간과 장소 등이 정해져 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현재처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일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의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날 고려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서울북부지청에 근로장학생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질의했다”며 “근로자(노동자)로 인정받으면 주휴수당, 야간수당, 연장수당, 생리휴가, 4대보험, 퇴직금, 휴게시간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홍 알바노조 고려대분회장(27)은 “근로장학금은 실제로는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지만 학교가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 잡힌다”며 “근로장학생에 대한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고, 근로장학금으로 지급되는 돈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보통 근로장학생은 교직원의 업무를 틈틈이 도와주는 등 전형적인 사용·종속 관계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사용·종속 관계가 명확하다면 근로자로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