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 18-10-19 00:52:35 | 조회 : 461 | 추천 : -
저번에 썼던 것에 이어서 써봤네요. 연습으로 쓰는 것입니다!
쓰면서도 다시 읽어보면 너무 글 쓰는 수준이 너무 낮은 것 같아서 소름돋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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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나와 걸으며 하늘을 보니 모든 것이 까맣다. 인공위성인지 별인지 모를 점 몇 개와 보름달 비스무리한 것만이 하늘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다.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에서는 듣지도 않는 노래가 시끄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괜히 마음이 울적하고 쓸쓸해져 고개를 쳐들고 터벅터벅 걷는다. 고개를 내리니 고시촌의 밝지만 황량한 풍경이 눈에 보인다. 어떻게든 가난한 고시생들의 지갑을 열어보고자 하는 술집들은 불을 환하게 켜고 그들을 유혹한다. 그들의 얄팍한 술수에 코웃음을 치며 가게 안을 보니 몇몇 무리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즐겁게 서로 대화를 하며 술을 마시는 그들이 짓는 웃음이 나를 더 처량하게 한다. 이 고시촌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사법고시도, 새롭게 개통되는 경전철도, 자취생이나 고시생도 아닌 음주가 만드는 거짓된 행복이다. 그들이 직면한 ‘현실’이 무엇이든지 간에 술을 통해 고통을 털어버린다. 연애에 실패해서 슬픈 사람도, 시험에 떨어져 슬픈 사람도, 직장생활에 지친 사람도 한 잔, 두 잔 넘어가는 소주에 모든 것을 흘려보낸다. 삐걱거리는 거짓된 행복의 마을을 움직이는 데에 힘을 보태고자 나도 억지웃음을 짓는다.
작은 원룸 방에 도착하여 이어폰을 뽑으니 소름이 끼칠 만큼 고요한 정적이 엄습한다. 온기가 없이 차가운 방의 공기가 코로 스며든다. 방바닥에 어지러이 늘어진 옷가지들과 책들만이 이곳에 누군가 산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쓸쓸한 마음에 괜히 중얼거리듯이 말해본다. 양말만 벗어서 빨래바구니에 던져 넣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어 틀어놓을 만한 노래를 찾아본다. 여기서 나의 ‘노래관’ 관해서 말하자면 할 말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신곡들은 최대한 듣지 않으려 노력한다. 고작 노래 듣는 것에 노력이라고? 음.. 여기서 노력이라고 함은 마땅히 들을 다른 노래가 없어도 최신곡만큼은 듣고 싶은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고 듣지 않는 것을 말한다. 언젠가 ‘노래관’에 대해서 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공부하기도 책을 읽기도 싫었던 어느 오후 학교에서, ‘내정’-내부정원이라고 하여 건물들에 쌓여서 쉴 수 있는 작은 녹지공간을 뜻한다-의 벤치에 기대어 앉아 핸드폰 스피커로 박강성씨의 ‘데킬라’를 들으며 흥얼거리고 있었다.
“야 너는 또 무슨 이런 오래된 노래를 듣고 있냐? 이런 건 또 어디서 찾아서... 너 도대체 몇 살이야?”
“갑자기 와서 왜 시비야. 입 다물고 한 번 들어나 봐.”
“아니 진짜 궁금해서 그래... 진짜 이런 노래가 좋아? 요새 좋은 노래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 이런 노래를 듣냐. 아이유 신곡 들어봤어?”
“난 그런 노래 안 들어. 유행 따라다니면 간지가 안 나잖아.”
나의 마지막 말과 함께 친구는 코웃음을 치며 내 옆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꺼내 IU의 신곡인 ‘삐삐’를 틀기 시작한다. 핸드폰이 얼마나 좋은지 내가 튼 ‘데킬라’의 소리는 묻혀서 잘 들리지도 않는다. 마지못해서 핸드폰을 들어서 내 노래를 정지시킨다. 그 뒤, 친구 보란 듯이 한숨을 크게 내쉬곤 팔짱을 끼고 뒤로 완전히 기대어 ‘삐삐’를 감상한다. 통통 튀는 밝은 느낌의 멜로디가 언제 들어도 느낌 있는 IU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곡이다. 듣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두 번째 후렴구가 나올 때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런 거 노래 좋잖아. 봐, 너도 이 노래 좋지?”
“IU 노래 중에 안 좋은 노래 찾는 게 더 힘들지. IU노래는 다 좋잖아.”
“아니, 그러니까 이상한 노래 듣지 말고 이런 좋은 노래를 들으라고!”
옆에서 친구가 시끄럽게 하는 말은 흘려들으며 왜 내가 최신곡을 듣지 않으려 하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우선,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을 싫어해서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내향적이기도 하고 유행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편도 아니어서 시시각각 바뀌는 세상을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주로 집 안의 ‘나만의 세계’에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또 한 가지를 더 말하자면 남들과 같아지는 것이 싫다. 차트에 올라온 신곡들만 듣다 보면 모두가 똑같은 노래를 듣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토론을 하게 되면 항상 사람이 없는 쪽에 가서 상대방을 눌러버리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을 처럼! 하지만 누구나 그러한 심리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지만, 남들처럼 뛰어나고 싶지는 않은 그 느낌. 이것이 바로 속물근성? 아, 결국 남들과 다르고자 했던 나는 결국 남들과 같은 속물이었구나!
“그래서 너 다음 주에 미팅 나갈 거야?”
침대에 누워 멍하니 그때 일을 회상하던 중에 번뜩하고 다음 주의 미팅에 관해서 떠올랐다. 분명 오늘까지 답을 주기로 했었지. 물론 전혀 거절할 생각이 없다. 새로움을 싫어한다고 했지만, 여자와 관련한 문제는 당연히 별개의 문제이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바로 답신을 보낸다. 최대한 관심이 없는 것처럼, 시크하게.
‘나도 다음 주에 감.’
메시지를 보내고 원래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라도 하듯이 핸드폰을 저 멀리 던져놓는다. 그리고,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울린다. 얼마 참지 못하고 곧 핸드폰을 주워 확인할 것이지만 오기를 부리며 눈을 감아본다. 깜깜하다. 눈을 뜨고 옆으로 기어가 핸드폰을 주워서 메시지를 확인한다.
‘오키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아직 며칠이나 남은 미팅이지만 벌써 어떤 상대가 나올지에 대한 기대가 된다. 얼굴은? 키는? 몸매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상형의 모습이 희미하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실제로 이상형이라고 말할 만한 사람을 본 적이 없기에 그 모습을 그려내기에는 뭔가 조금 부족하다. 재우의 여자친구 사진이 있었지. 다시 핸드폰을 들어 재우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한다. 재우의 옆에서 즐거운 듯이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다시 찬찬히 확인한다. 쌍꺼풀이 없는 큰 눈, 흰 피부, 예쁜 곡선의 봉긋한 가슴. 그녀의 신체 부위 하나하나를 내 머릿속 이상형의 빈 퍼즐 조각 속에 채워 넣는다. 내 이상의 그녀가 점점 뚜렷해질수록 내 몸에도 점점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친구의 여자친구를 보면서 자위할 수는 없어. 머리는 아니라고 말해도 몸은 솔직하다.
‘난 재우의 여자친구가 아니야. 난 너의 이상 속의 여자일 뿐이야.’
내 귀에 달콤하게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넘어가 그만 선을 넘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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