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의 소설은 쉬워서 좋다. 문장이 짧고 간결하다. 하지만 정말 깊다.

<고두>는 한 남자가 자신의 아들로 생각되는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이다. 도덕 선생인 주인공이 학교폭력을 한 아이를 훈계한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라고. 우리는 이를 경계하고 이렇게 되지 않아야 한다고. 안 그러면 나 같이 된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를 부도덕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자기는 도덕적이고 부도덕하고 불의한 세계가 따로 있다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를 쉽게 비난하고 혐오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그렇다. 여고생과 관계를 맺는 것이 도덕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핑계를 댄다. 니들이 이 학생을 알아? 이 상황을 알아? 연주를 위한 거였어.

그리고 다른 선생들은 다 부도덕적이야. 니들이 학생을 위해서 뭘 했어.

도덕 선생님은 예의 없는 인간을 싫어한다. 결국 예의를 갖춰서 하는 것은 다 자신의 이익 때문이라고. 학생들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한다. 그게 다 너희들에게 좋다고.

주인공과 관계를 맺은 여고생은 학교에 안 왔다. 그리고 선생님과 더 이상 안 만났다. 그리고 한참 후에 학교에 왔다. 배가 부른 채로. 그리고 “사랑했어요”라고 한다. 도덕 선생님은 이렇게 생각한다. 연주가 “사랑해요‘라고 한 것은 나쁜 의도, 나를 몰락시키는 행위였다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묻는다. 너도 너가 불량소년이 된 것이 나 때문이라고. 책임지라고 할거냐고. 원망할 곳을 찾는 것 아니냐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나도 너에게 사과받기 위해 왔다고. 결국 나도 이기적인 존재라고.

고두(叩頭)는 공경하는 뜻으로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것을 의미한다. 의미부터 말이 안 된다. 공경하기 때문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 때문에 조아리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니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가 맞는 것 같다. 인간이 악한 존재라는 말은 아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산다는 말이다.

이기심을 돈과만 연관 지어 생각한다. 물질적인 이기심만 생각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이기심을 생각해보자.

봉사활동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일까? 정말로? 나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닐까? 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증명하려는 것 아닐까? 내가 의미 있는 존재이고 내가 사람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받으려는 것 아닐까? 봉사중독에 걸린 사람은 가장 착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이기적인 사람 중 하나 아닐까?

엄마가 자식을 키우는 것도 과연 아이를 위해서 키우는 것일까? 나 자신을 위한 것 아닐까? 자기가 하나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어 ‘내가 대단한 존재구나’ 하는 느낌 때문에 키우는 것 아닐까? 부모님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잔소리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일까? 나를 위해서 하는 것 아닐까?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기적인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래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 것 같다. ‘본래’라는 말은 이유를 설명 못할 때 쓰는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신은 ‘본래’ 존재하고 인간은 ‘본래’ 존엄하고 ‘본래’ 신성하고 고귀하다. 근데 인간이 왜 이기적일까를 설명 못하겠으므로 비겁하게 ‘본래’라는 말로 결론을 내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