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py | 19-03-20 07:47:17 | 조회 : 585 | 추천 : +1
-우리는 자부심이 매우 강해서, 자신이 세계에 알려지고, 자기가 죽은 뒤에 태어날 사람에게까지도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기를 바란다.
또 우리는 너무나 공허해서 주위에 있는 대여섯 사람의 칭찬만으로도 유쾌해지고 만족해한다.
-사람은 그가 지나가는 마을에서의 평판에는 별로 개의치 않지만, 그러나 그곳에 잠시 체류해야 하는 경우엔 평판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가? 그것은 우리의 헛되고 보잘 것 없는 삶의 길이에 비례한다.
-사소한 것들이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허영심이란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닻을 내리고 있어 군인이나 심부름꾼, 요리사, 인부들까지도 제각기 자랑을 하며 저마다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철학자들조차 그것을 바란다. 영예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훌륭하게 썼다는 영예는 얻고 싶어하며, 독자들도 그것을 읽었다는 영예를 갖길 바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도 어쩌면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들 또한.
-다른 사람들의 화제에 오를 수만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목숨까지도 바친다. 허영, 도박, 사냥, 방문, 연극, 거짓된 명성의 영원한 지속.
-오락은 우리의 비참함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비참함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다.
왜냐하면 오락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며,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멸망시키기 때문이다.
오락이 없으면 우리는 권태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이 권태는 우리가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락은 우리를 즐겁게 하여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에 이르게 한다.
-우리는 낭떠러지가 보이지 않도록 뭔가로 눈을 가리고는 태연하게 낭떠러지로 달려가고 있다.
-일주일의 생애를 헛되이 보낸다면 백 년의 기간도 헛되이 보낼 수 있으며, 일주일의 생애를 헌신할 수 있다면 백 년의 기간도 헌신할 수 있다.
만약 일주일을 포기한다면 전 생애를 포기해야 할 것이며, 일주일을 희생하지 않는다면 전 생애를 희생해야 할 것이다.
-하찮은 일에 대한 인간의 예민함, 가장 중대한 일에 대한 무감각, 이것은 기묘한 전도의 표시이다.
-그에게 술을 주지 말라. 그는 진리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술을 너무 많이 주어보라.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 것, 네 것. <이 개는 내 것이야.> 이 가엾은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양지 쪽의 이 자리는 내 것이야.> 이것이 온 땅위에서 벌어진 찬탈의 시초이고 그 양상이다.
-악 중에는 다른 악에 의해서만 우리에게 붙어 있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기둥을 제거하면 나뭇가지처럼 없어진다.
-인간의 지식은 서로 맞닿는 두 극단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극단은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자리 잡은 본래의 순진한 무지이다. 또 하나의 극단은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들이 도달하는 무지이다. 그들은 인간이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편력한 다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출발했을 때와 같은 무지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그러나 이것은 현명한 무지이다.
그 중간에 본래의 무지에서 벗어났지만 또 하나의 무지에 이르지 못한 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이 충족한 지식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으면서 모든 것에 통달한 체한다. 이 자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모든 것을 그릇되게 판단한다.
-생각하는 갈대. 내가 나의 존엄성을 찾아야 하는 것은 공간에서가 아니라 나의 사유의 규제에서이다. 많은 땅을 소유한다고 해서 내가 더 많이 갖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간으로써 우주는 한 점처럼 나를 감싸고 삼켜버린다. 사유로써 나는 우주를 감싼다.
- 인간에게 그의 위대를 밝히지 않고 그가 얼마나 짐승과 동등한지를 보여주는 것은 위험하다. 인간에게 그의 저속을 밝히지 않고 그의 위대를 지나치게 보여주는 것도 위험하다. 그중 어느 것도 알려주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그러나 둘을 다 보여주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인간은 자신을 짐승과 같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 또 천사와 같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며, 둘 다 몰라서도 안 된다. 둘 다 알아야 한다.
- 그가 자만하면 나는 그를 낮추고, 그가 낮아지면 나는 그를 추어올린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와 반대로 말을 한다. 마침내 그 자신이 불가해한 괴물임을 깨달을 때까지.
-그렇다면 이 상태에서 인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것을 회의할 것인가. 깨어 있는지, 꼬집히는지, 불태워지는지도 회의할 것인가. 회의하는 것도 회의할 것인가. 자기가 존재하는 것도 회의할 것인가. 우리는 거기까지는 갈 수 없다. 실로 완벽한 회의론자는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나는 단언한다. 자연이 무력한 이성을 지탱하여 그렇게까지 극단을 달리지 못하게 견제한다.
-자연은 회의론자들을 꺾고 이성은 독단론자들을 꺾는다.
-정신은 자연적으로 믿고 의지는 자연적으로 사랑한다. 그래서 진정한 대상이 없으면 우리들은 그릇된 것에 집착해야만 한다.
-불가해한 일이라고? 불가해한 것이라고 해서 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령 무한수. 유한과 동일한 무한.
-인간이란 자연 속에서 무엇인가. 무한에 비하면 허무, 허무에 비하면 전체, 허무와 전체 사이에 걸려 있는 중간자이다.
양극을 이해하는 데서 무한히 동떨어진 인간에게는 사물의 종극도 그 근원도 다 같이 헤아릴 수 없는 비밀 속에 숨겨져 있다.
인간은 그가 빠져나온 허무도, 그 안에 삼키어지는 무한도 다 같이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만물은 허무에서 나와 무한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모든 점에서 제한되어 있으므로 양극 사이에 중간을 유지하는 이 상태는 우리의 모든 능력 가운데 나타난다. 우리의 감각은 어떤 극단의 것도 느끼지 못한다.
지나친 소음은 귀멀게 하고 지나친 빛은 눈멀게 하며 지나치게 멀거나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는 잘 보지 못하게 한다.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거나 지나치게 짧으면 뜻이 흐려지고 지나친 진실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기본 원리들은 우리에게 지나치도록 자명하다. 지나친 쾌락은 괴로움이 되고 음악에서 지나친 화음은 불쾌감을 준다. 우리는 극도의 뜨거움도 극도의 차가움도 감지하지 못한다. 극단적인 성질의 것들은 지각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들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고 고통을 받는다. 너무 젊거나 너무 늙어도 이성이 방해받고 교육이 지나치거나 부족해도 마찬가지다. 결국 극단적인 사물들은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들이 우리에게서 빠져나가거나 우리가 그것들에게서 빠져나간다.
이것이 우리의 상태이다. 우리가 확실히 알 수도 없고 완전히 모를 수도 없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정처 없이 떠다니며 한끝에서 또 한끝으로 떠밀려 광막한 중간을 표류한다. 어느 끝엔가 우리를 비끄러매 고정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그 끝은 흔들리며 우리를 떠나간다. 그래서 뒤쫓아 따라가면 잡히지 않고 우리에게서 빠져나가 영원히 도주한다. 어떤 것도 우리를 위해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본래의, 그러나 우리의 성향과 가장 반대되는 상태이다. 우리는 어떤 견고한 기반, 최후의 변함없는 근거를 발견하고 그 위에 무한에까지 뻗어오를 탑을 세우기를 열망한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기초는 무너지고 대지는 심연에 이르도록 입을 벌린다.
빛빛빛 | 25.11.10 | 조회 : 136 | 추천 : -
손목아프다 | 25.10.16 | 조회 : 265 | 추천 : +1
보이차차 | 25.10.15 | 조회 : 198 | 추천 : +2
poou | 25.10.15 | 조회 : 149 | 추천 : +1
보이차차 | 25.10.14 | 조회 : 185 | 추천 : +1
poou | 25.10.14 | 조회 : 116 | 추천 : -
poou | 25.10.13 | 조회 : 186 | 추천 : -
보이차차 | 25.10.12 | 조회 : 188 | 추천 : -
poou | 25.10.12 | 조회 : 135 | 추천 : -
보이차차 | 25.10.11 | 조회 : 139 | 추천 : -
poou | 25.10.11 | 조회 : 153 | 추천 : -
보이차차 | 25.10.10 | 조회 : 167 | 추천 : -
poou | 25.10.10 | 조회 : 124 | 추천 : -
서도일 | 25.10.09 | 조회 : 634 | 추천 : +1
서도일 | 25.10.09 | 조회 : 177 | 추천 : -
보이차차 | 25.10.09 | 조회 : 239 | 추천 : -
poou | 25.10.09 | 조회 : 143 | 추천 : -
Tierney | 25.10.08 | 조회 : 137 | 추천 : -
보이차차 | 25.10.08 | 조회 : 172 | 추천 : -
poou | 25.10.08 | 조회 : 169 | 추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