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키신저와 저우언라이 [1]

준장 사랑하지맙시다 | 25-09-27 00:59:13 | 조회 : 146 | 추천 : -


이 회담은 1972년 6월 20일, 미국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周恩来, Zhou Enlai)와 나눈 비공식 외교 대화의 일부이다.

닉슨 대통령의 1972년 2월 중국 방문(핑퐁 외교의 정점) 이후,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후속 논의의 일환으로 열린 회담으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 대화는 당시에는 비밀로 유지되었으나, 미국 국립문서보관청(NARA)과 미 국무부 외교문서 공개 정책에 따라 이후에 훗날 기밀이 해제되어 공식 기록으로 공개되었다.


헨리 키신저미국 군대의 한국 주둔이라는 좁은 이슈에 대해서는, 이 지역 내 전반적인 관계와 우리가 국제 관계의 한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얼마나 지혜롭게 다루느냐에 크게 달려 있습니다. 때때로, 옳은 일이라도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너무 급격하게 하면 충격을 주고,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우리 양국 간의 관계가 예상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인도차이나 전쟁이 끝난 후 대한민국(ROK) 군대가 한국으로 돌아간 뒤, 닉슨 대통령의 다음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대부분, 아니면 모든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우언라이: 다음 임기이지, 이번 임기가 아니고요?


헨리 키신저: 우리는 이미 한국 주둔 미군을 2만 명 감축했습니다.


저우언라이: 그래도 아직 4만 명 이상 남아 있습니다.


헨리 키신저: 현재 약 4만 명이 남아 있습니다. 이 감축 과정은 동아시아의 정치적 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계속될 것이며, 결국 몇 년 후에는 점진적인 과정 속에서 미군이 거의 없거나 완전히 철수하게 될 것입니다.


저우언라이: 이에 대해 한 가지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은 매우 무거운 부담과 군사비 지출을 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예를 들어, 바로 당신들이 일본을 보호해왔기 때문에, 일본은 1971년 이전까지 군사비 지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경제력을 매우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께서 지난 10년을 언급하셨는데, 저는 미국이 발표한 군사비 지출 자료를 살펴보았습니다. 총 7,000억 달러였습니다.


헨리 키신저: 맞습니다.


저우언라이: 반면 일본은 사실상 거의 지출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일본은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께서는 일본이 매우 강력해졌다고 말씀하셨죠. 물론, 미국 기업들이 일본에 엄청난 투자를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당신들은 한국에 4만 명의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고 있는 겁니까? 단순히 ‘명예’를 위해서인가요? 이미 한국과 조약을 맺고 있고, 박정희 대통령도 최근 재선되었으며, 귀국의 부통령이 직접 축하 방문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스스로를 이곳에 묶어두고 있는 겁니다.


헨리 키신저: 총리님, 만약 한국에 일본군이 주둔한다면, 당신들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든 관계없이, 일본군보다는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저우언라이우리는 어느 나라 군대든 한국에 주둔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헨리 키신저솔직히 말해서, 저는 한국 문제에 우리가 너무 오래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정치적 변화가 진행 중이며, 이 문제는 결국 해결될 것입니다. 한국 내 미군 주둔은 우리 외교 정책의 영구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철수의 정확한 일정은 아마 닉슨 대통령이 논의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가까운 미래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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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조금 충격적인 내용이다.

물론 실현되지 않았고 70년대의 외교 지형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는 것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의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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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 총리님, 제가 솔직한 평가를 드리겠습니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완전히 일치된 의견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배적인 입장을 갖게 되는 백악관의 견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제 습관대로 철학적인 관점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중국과 일본을 사회적으로 비교해 보면, 중국은 전통적으로 보편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은 부족 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우언라이: 일본은 더 협소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죠. 그들은 섬나라입니다. 영국도 섬나라입니다.


헨리 키신저: 하지만 일본은 다릅니다. 일본은 자신들의 사회가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으며, 본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일본은 갑작스럽고 폭발적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들은 봉건제에서 천황 숭배 체제로 단 2~3년 만에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천황 숭배에서 민주주의로 단 3개월 만에 전환했습니다.


저우언라이: 이제 다시 천황 숭배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헨리 키신저: 그것은 일본이 세계의 힘의 균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저우언라이: 당신은 일본 천황을 만나보셨습니까?


헨리 키신저: 알래스카에서 만났습니다. 오늘 아침 당신의 외교부장에게도 설명드렸습니다.


저우언라이: 매우 복잡하군요.


헨리 키신저: 의전 담당관은 그 후 신경 쇠약에 걸렸습니다. 매우 복잡했습니다. 깊이 있는 대화는 아니었습니다, 총리님. 저는 지금 비밀을 폭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우언라이: 이해합니다.


헨리 키신저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집중적인 몰입 때문에 다른 민족의 태도나 감정을 이해하는 감각이 부족합니다.

제가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러한 일본의 특성이 일본을 상대하는 모든 국가들에게 특별한 책임을 부과하기 때문입니다.

총리님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항상 "미국이 일본을 계속 성장시키면 일본이 더 많은 자원을 가진 상태에서 우리가 원하는 정책을 따를 것" 이라고 믿는 미국인들이 매우 순진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경제 발전 방식이 일본의 부족적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도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다른 나라들을 자신의 정책에 묶어두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일본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에, 일본을 자신들의 정책으로 끌어들이려는 반대편의 국가들 또한 같은 실망을 겪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상황에서 모든 국가들, 특히 중국과 소련에게는 일본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강한 유혹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 7월 미·중 회담 이후, 일본은 자신의 방향성에 대해 불확실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소련이 일본을 자신들의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중국도 일본을 자신들의 방향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인민일보는 9월 18일 사설에서 "미국은 언제든지 일본을 배신할 수 있다" 고 경고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경쟁은 일본의 민족주의를 자극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과거의 정책을 지지했던 세력들에게 힘을 실어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이 태평양 지역에서 세력 균형 정책을 추진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총리님께서 "일본의 중립화를 원한다"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세계 3위의 산업 국가이며 1억 2천만 인구를 가진 일본에서 '중립'이라는 개념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중립에는 두 가지 형태만 존재해 왔습니다.



  1. 다른 국가들의 보장 아래 중립을 유지하는 벨기에와 같은 나라.


  2. 스스로를 방어할 군사력을 갖춘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나라.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갖춘 국가는 항상 대규모 군대를 유지해야 합니다.




스위스와 스웨덴은 유럽에서 인구 대비 가장 큰 군사력을 가진 나라들입니다.




일본이 자국의 군사력으로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면, 이는 주변 모든 국가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현재 일본과 미국의 관계가 오히려 일본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만약 우리가 냉소적인 정책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일본을 완전히 독립시키고 자력으로 서도록 장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 엄청난 긴장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우리는 그 틈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접근 방식이며, 결국 총리님이나 저희 중 어느 한쪽이 피해자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일본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신중해야 합니다.

"일본이 태평양에서 미국의 정책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믿는 미국인들은 순진합니다.

일본은 자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목표는 워싱턴이 아니라 도쿄에서 결정됩니다.

"1945년 이후의 역사를 통해 일본이 미국의 확장된 일부가 되었다"는 믿음은 착각입니다.

반면, 일본을 미국에 대항하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시도 또한 매우 위험합니다.

이 두 가지 정책 모두 결국 일본을 더욱 강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미국의 공식 정책


1.우리는 일본의 핵무장에 반대합니다.

2.우리는 일본의 재래식 군사력도 일본 4개 섬을 방어하는 수준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3.우리는 일본의 군사력이 대만, 한국, 그 외 지역으로 확장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저우언라이: 당신이 일본의 핵무장을 반대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뜻입니까?

그렇게 되면 일본이 군사력을 배경으로 경제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헨리 키신저: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까? 어떻게 말입니까?


저우언라이: 일본은 강대국을 동맹으로 삼고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군사력을 확장하며 경제적으로 팽창할 수도 있습니다.


헨리 키신저: 이론적인 가정에 대해 논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군사적 확장을 시도할 경우, 핵우산이 적용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핵우산은 일본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를 대비한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이 독자적인 핵개발을 추진하면 더욱 위험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의 핵무장과 군사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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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 70년대 일본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자 경계하고 있으며

키신저는 중국과 소련이 일본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오히려 일본을 강하게 만들어 역내 불안정을 야기할 뿐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일본이 미국의 지원을 통해 재무장을 시도하고 있어 미국과의 동맹이 일본을 군사적으로 확장시킬 거라는 저우언라이의 걱정이 어느정도 맞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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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장 사랑하지맙시다3개월 전 | 신고

    키신저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인 1985년 7월 한국을 방문, 정주영 전경련 회장을 만났을 때 중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공산주의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경제만 시장경제체제로 간다면 그동안 공산주의체제에 익숙했던 의식구조와 관행이라는 타성, 소득격차 확대에 의한 계층 간의 불만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불안이 야기되어 좌초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주영 회장은 “내 견해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불과 반세기 정도 공산주의체제 속에서 살았다고 해서 이들 핏속에 뿌리 깊이 내려온 최고의 장사꾼 기질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정에서 다소 혼란과 차질은 겪게 되겠지만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중국은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역사는 정주영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 키신저의 사망 소식에 '중국의 오랜 친구'운운해가면서 최고의 찬사를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마도 키신저가 자기들이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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