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우편함

대장 poou | 25-09-28 00:00:41 | 조회 : 118 | 추천 : -


우리 집안은 무당 집안이였어



나는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되서부터

많이 아팠어



그래서인지

어른들께서 많이 걱정했다고 하더라고



난 그 걱정이 뭔지 몰랐지만

암튼 그렇게 내가 아픈 탓인지

보살핌도 엄청 많이 받았고

좋은 환경에서 잘 크고 자란 거 같아



내가 여섯 살?일곱 살?때 쯤 일이야



그때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거든



우리 집 근처에는 저수지 같은 곳이 있었어



저수지 앞에는 엄청 큰 나무가 하나 있었어



여름에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는

그런 큰 나무ㅎ



나는 어릴 때 유치원 같은 것도 안 다녔고

그 덕에 친구도 없었어...ㅠ.ㅠ



나는 그 큰 나무 밑에서 많이 놀았던 거 같아



어느 날 내가 거기서 막 흙 갖다가

두꺼비 집?이라고 하면 알려나?



헌집줄게 새집다오~

노래 부르면서 열심히 만들었거든



그러다가 밥먹으라고 불러서 집으로 갔어



밥을 다 먹고 요구르트 얼린거?

그거를 먹고있는데 갑자기 비가 오는거야



어른들은

밥 먹은 거 정리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해



근데 나도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 두꺼비집이 계속 걸리더라고



두꺼비집 만들면

맨 마지막에 터널같은거 만들잖아



그게 잘 되었던거 같아



비 때문에 혹시나 무너졌을까 하고

우산들고 냅다 뛰쳐나갔지ㅋㅋㅋㅋ



근데 왠걸

큰 나무에 나뭇가지들도 크고

잎도 크고 많아서 그런지

안 무너져 있는거야



그래서 내가 쓰고 온 우산으로

두꺼비집을 씌워줬어



근데 사람 촉이란 게 있잖아



저수지에 누가 빠져있는 거 같은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저수지 앞까지 이끌려갔어



근데 진짜 사람이 빠져있는거야



살려달라고 하지도않고 가만히 있는거야



근데 물에 빠져있는 자세가

옆으로가 아니고

서있는 상태로 일자로 빠져있는거야


머리가 반듯하게 보일만큼




그때 물귀신이란 거 알아차려야 하는데

그 어린 나이에 사람이 물에 빠지면

몸이 어떻게 되는지 내가 어찌 알어



빠진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데

암튼 내 몸도 작아서 우산으로 건져볼라고

아무리 뻗어도 안되는 찰나에

점점 내 쪽으로 오더라고 ...



그래서 우산으로

다시 한번 팔을 뻗었던 기억이 나



뻗은 순간

물에 빠진 그 사람이 슬슬 올라오면서

내 팔을 잡은 순간

그 물에 빠진 사람이랑 눈을 마주쳤고

그 사람이 여자인 것도

그 때 알 수 있었어



그리고 자꾸 나한테

''초록색 우편함''

이라고 계속 말을 하는거야


녹음기 4배는 빨리 돌린 것처럼



이런 표현하기 좀 그런데

피부는 뿔어서 으깨진 두부처럼

거의 다 그랬던 거 같어



너무 무서운데

울음도 안 나올 뿐더러

그렇게 나까지 저수지 쪽으로 빠진거야




기억을 잃어갈 때쯤

갑자기 온몸이 따뜻해지는 거 같이 느끼면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우렁찬 여자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를 듣고

기억을 잃었어



그렇게 기억을 잃은지도 모르고

눈을 떴을 때

어른들께서 울면서 부둥켜 안아주었어



나를 칭하는 이름은

그냥 무청이라고 할께



할머니가 나한테

무청아 초록색 우편함이 뭐냐고 물어보셨어



내가 저수지에서

그 여자를 보고있었을 때 쯤?

이었던 거 같아



할머니께서 갑자기 머리가 찌릿하시더니

저수지에 그 큰 나무가

자꾸 머릿속에 들어오는거래



그래서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저수지에 와 보니

내가 물가에서 기절을 하고있던 거였고


그 와중에 초록색 우편함이라고

계속 중얼거렸나봐



내 기억에 마지막은 초록색 우편함 ,

처음 듣는 우렁찬 목소리 밖에 없었으니까



물에 빠진 그 여자가

나한테 중얼거리던 걸

어린 나는 외우려고

계속 중얼거렸던 거 같아



할머니께 이런 얘기를 해주었고

할머니는 뭔가 알면서

어린 나한테 뭔가를 숨기는 거 같았어



그렇게 숨 좀 고르고 있을 때

할머니는 박xx 양반!!

이라고 소리를 치셨고

생각해보니 우리동네에

그 박xx아저씨 집만 초록색 우체통이였어



할머니는 곧장 나를 데리고

한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손에는 내 손을 잡고

집을 나서다가 뒤돌아서서

다른 어른들께

박xx양반댁으로 경찰불러!! 이러고

나를 데리고 갔어



걸어서 이십분쯤되는 거리였고

여기서부터는 박xx양반을

박씨아저씨라할게



다 도착했을 무렵

이사갈 준비를 하고 계시는

박씨아저씨가 있으시더라고

우리 할머니 눈보더니 마주치지도 못하고

꼬랑지 내리더라



갑자기 뜬금없이 할머니

'' 너 마누라 왜 죽였냐고!

칼로 찌른 것도 모자라

산 채로 저수지에 빠트려??

너 마누라가 죽어서도 한이 많아

복수심에 산사람까지 해를 끼쳐! "


라고 하자 박씨아저씨는 당황하시며

식은 땀인지 비인지 모를 물방울이

얼굴에서 흐르더라고


혹시 눈물은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이 글을 쓰면서 들긴하네



한참을 박씨아저씨는 증거있냐는 식으로

매몰아치게 화를 되려 내셨고

마침 경찰이 오고

우리 할머니는 우체통에서

손잡이가 붉게 물든

분홍색 과도를 꺼냈고

박씨아저씨는 그걸 보고서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울었던 거 같아



박씨아저씨랑

박씨아저씨 부인이었던 사람은

결혼은 했지만 자식이 없었고

부인이었던 사람은

불임이라는 병을 앓고있다고 했나봐



나중 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박씨아저씨 부인은

박씨아저씨한테 시집오기 전에

결혼을 한 번 했었고 딸이 있었다고해



그 사실을 알아버린 박씨아저씨가

화가나서 술을 먹고

부인을 과도로 찌르고

기절한 부인을 살릴 수도 있었지만

그대로 저수지에다가 던져버렸다고해



그렇게해서

못된 아저씨를 잡은 기억이 생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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