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은 무당 집안이였어
나는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되서부터
많이 아팠어
그래서인지
어른들께서 많이 걱정했다고 하더라고
난 그 걱정이 뭔지 몰랐지만
암튼 그렇게 내가 아픈 탓인지
보살핌도 엄청 많이 받았고
좋은 환경에서 잘 크고 자란 거 같아
내가 여섯 살?일곱 살?때 쯤 일이야
그때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거든
우리 집 근처에는 저수지 같은 곳이 있었어
저수지 앞에는 엄청 큰 나무가 하나 있었어
여름에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는
그런 큰 나무ㅎ
나는 어릴 때 유치원 같은 것도 안 다녔고
그 덕에 친구도 없었어...ㅠ.ㅠ
나는 그 큰 나무 밑에서 많이 놀았던 거 같아
어느 날 내가 거기서 막 흙 갖다가
두꺼비 집?이라고 하면 알려나?
헌집줄게 새집다오~
노래 부르면서 열심히 만들었거든
그러다가 밥먹으라고 불러서 집으로 갔어
밥을 다 먹고 요구르트 얼린거?
그거를 먹고있는데 갑자기 비가 오는거야
어른들은
밥 먹은 거 정리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해
근데 나도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 두꺼비집이 계속 걸리더라고
두꺼비집 만들면
맨 마지막에 터널같은거 만들잖아
그게 잘 되었던거 같아
비 때문에 혹시나 무너졌을까 하고
우산들고 냅다 뛰쳐나갔지ㅋㅋㅋㅋ
근데 왠걸
큰 나무에 나뭇가지들도 크고
잎도 크고 많아서 그런지
안 무너져 있는거야
그래서 내가 쓰고 온 우산으로
두꺼비집을 씌워줬어
근데 사람 촉이란 게 있잖아
저수지에 누가 빠져있는 거 같은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저수지 앞까지 이끌려갔어
근데 진짜 사람이 빠져있는거야
살려달라고 하지도않고 가만히 있는거야
근데 물에 빠져있는 자세가
옆으로가 아니고
서있는 상태로 일자로 빠져있는거야
머리가 반듯하게 보일만큼
그때 물귀신이란 거 알아차려야 하는데
그 어린 나이에 사람이 물에 빠지면
몸이 어떻게 되는지 내가 어찌 알어
빠진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데
암튼 내 몸도 작아서 우산으로 건져볼라고
아무리 뻗어도 안되는 찰나에
점점 내 쪽으로 오더라고 ...
그래서 우산으로
다시 한번 팔을 뻗었던 기억이 나
뻗은 순간
물에 빠진 그 사람이 슬슬 올라오면서
내 팔을 잡은 순간
그 물에 빠진 사람이랑 눈을 마주쳤고
그 사람이 여자인 것도
그 때 알 수 있었어
그리고 자꾸 나한테
''초록색 우편함''
이라고 계속 말을 하는거야
녹음기 4배는 빨리 돌린 것처럼
이런 표현하기 좀 그런데
피부는 뿔어서 으깨진 두부처럼
거의 다 그랬던 거 같어
너무 무서운데
울음도 안 나올 뿐더러
그렇게 나까지 저수지 쪽으로 빠진거야
기억을 잃어갈 때쯤
갑자기 온몸이 따뜻해지는 거 같이 느끼면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우렁찬 여자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를 듣고
기억을 잃었어
그렇게 기억을 잃은지도 모르고
눈을 떴을 때
어른들께서 울면서 부둥켜 안아주었어
나를 칭하는 이름은
그냥 무청이라고 할께
할머니가 나한테
무청아 초록색 우편함이 뭐냐고 물어보셨어
내가 저수지에서
그 여자를 보고있었을 때 쯤?
이었던 거 같아
할머니께서 갑자기 머리가 찌릿하시더니
저수지에 그 큰 나무가
자꾸 머릿속에 들어오는거래
그래서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저수지에 와 보니
내가 물가에서 기절을 하고있던 거였고
그 와중에 초록색 우편함이라고
계속 중얼거렸나봐
내 기억에 마지막은 초록색 우편함 ,
처음 듣는 우렁찬 목소리 밖에 없었으니까
물에 빠진 그 여자가
나한테 중얼거리던 걸
어린 나는 외우려고
계속 중얼거렸던 거 같아
할머니께 이런 얘기를 해주었고
할머니는 뭔가 알면서
어린 나한테 뭔가를 숨기는 거 같았어
그렇게 숨 좀 고르고 있을 때
할머니는 박xx 양반!!
이라고 소리를 치셨고
생각해보니 우리동네에
그 박xx아저씨 집만 초록색 우체통이였어
할머니는 곧장 나를 데리고
한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손에는 내 손을 잡고
집을 나서다가 뒤돌아서서
다른 어른들께
박xx양반댁으로 경찰불러!! 이러고
나를 데리고 갔어
걸어서 이십분쯤되는 거리였고
여기서부터는 박xx양반을
박씨아저씨라할게
다 도착했을 무렵
이사갈 준비를 하고 계시는
박씨아저씨가 있으시더라고
우리 할머니 눈보더니 마주치지도 못하고
꼬랑지 내리더라
갑자기 뜬금없이 할머니
'' 너 마누라 왜 죽였냐고!
칼로 찌른 것도 모자라
산 채로 저수지에 빠트려??
너 마누라가 죽어서도 한이 많아
복수심에 산사람까지 해를 끼쳐! "
라고 하자 박씨아저씨는 당황하시며
식은 땀인지 비인지 모를 물방울이
얼굴에서 흐르더라고
혹시 눈물은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이 글을 쓰면서 들긴하네
한참을 박씨아저씨는 증거있냐는 식으로
매몰아치게 화를 되려 내셨고
마침 경찰이 오고
우리 할머니는 우체통에서
손잡이가 붉게 물든
분홍색 과도를 꺼냈고
박씨아저씨는 그걸 보고서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울었던 거 같아
박씨아저씨랑
박씨아저씨 부인이었던 사람은
결혼은 했지만 자식이 없었고
부인이었던 사람은
불임이라는 병을 앓고있다고 했나봐
나중 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박씨아저씨 부인은
박씨아저씨한테 시집오기 전에
결혼을 한 번 했었고 딸이 있었다고해
그 사실을 알아버린 박씨아저씨가
화가나서 술을 먹고
부인을 과도로 찌르고
기절한 부인을 살릴 수도 있었지만
그대로 저수지에다가 던져버렸다고해
그렇게해서
못된 아저씨를 잡은 기억이 생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