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에 꿈3 [1]

중사 야노기 | 14-07-03 18:54:44 | 조회 : 3359 | 추천 : +6


조금 우회해서 우리는 그 여자한테서 8m 정도 떨어진 나무 그늘 밑에 몸을 숨겼다.
그 여자는 어깨에 걸릴 정도로 머리카락이 길었고, 마른 체형이었다. 
발밑에는 짊어지고 온 배낭과 전등을 두고, 사진 같은 것에 차례차례 못을 박고 있었다. 
못은 벌써 6~7개 정도가 박혀 있었다.

그때였다.

[멍!!]

우리들이 놀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해피와 터치가 꼬리를 흔들며 서있었다.
다음 순간 진이,

[우와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무서운 얼굴을 한 여자가 한 손에 쇠망치를 들고

[캬아아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와 쥰은 곧바로 일어서 도망치려 했다.
갑자기 내 어깨를 잡혔단 느낌이 들더니 그대로 뒤로 쓰러져버렸다.
쓰러진 내 가슴위로 퍽 하고 뭔가 내리찍힌 바람에 나는 먹은 걸 게워냈다. 
일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랐지만, 내 가슴위에 놓여진 여자의 다리에 상황을 파악했다.

여자는 이빨을 으깨는 것 처럼 갈아대며 

[그으....그윽....]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소리를 냈다. 고통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공포로 인해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여자한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시선을 떼어놓는 순간 저 손에 들린 쇠망치를 내리칠 것만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니 그런 상황이기 때문일까. 그 여자의 얼굴은 아직도 생각난다.
연령은 마흔살 정도일까, 조금 야윈 얼굴에 흰자위를 희번뜩 내보이며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빨은 악물고 있었고, 흥분해서인지 몸을 조금씩 떨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걸까,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여자가 내 얼굴을 확인하려는 듯 천천히 고개를 숙인 순간, 터치가 여자의 등에 달려 들었다.
순간적으로 여자의 몸이 비틀거리며 내 가슴을 짓밟던 다리가 떨어졌다.
거기에 해피도 여자에게 달라붙었다.
그 2마리는 평상시 우리와 자주 놀았기에, 이 여자도 자신들과 놀아줄 거라 생각한듯 했다.
나는 찬스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일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진과 쥰이 손전등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나는 빛이 보이는 곳으로 달렸다.

[퍽]

뒤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나한테는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우리 셋이 산을 내려왔을 때는 벌써 12시가 지나있었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여자가 쫓아올 수 있다 생각해서 진의 집까지 달려서 도망쳤다.

진의 집에 도착하자, 나는 울컥하고 웃음이 터뜨렸다.
극도의 긴장감에서 풀려났기 때문일까?
나와 달리 쥰은 엉엉하고 울었다.


나는

[비밀기지는 이제 갈 수 없겠어. 그 여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라고 말했다. 그러자 쥰은 울면서,

[바보! 날이 밝으면 다시 가봐야 해!]

라고 말했다. 내가 어째서?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진이 말해줬다.

[네가 그 여자한테 도망쳤을 때, 해피랑 터치가 당한 것 같아.]

[그 여자가...터치를...터치를....]

쥰은 통곡했다.

이야기는 이랬다.
달려가는 나를 뒤에서 때리려 했기에 해피가 여자에게 덤벼들었고, 쇠망치에 맞았다.
여자는 한번 더 나를 쫓으려 했지만 터치가 발밑에서 방해했고 결국 쇠망치에 맞아 죽었다.
그리고 여자는 우리쪽을 한번 돌아본 뒤, 널부러진 개들을 계속 때렸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낮이 밝으면 다시 한번 더 산에 오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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