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꿈5.. [3]

중사 야노기 | 14-07-03 19:00:47 | 조회 : 4590 | 추천 : +8


진 [어째서 오늘 학교 안 온 거야?]

나 [걱정했잖아. 감기인 거야?]

쥰 [.....]

쥰은 아무 말 없이 만화책을 덮었다.
그러고 있자니 쥰의 어머니가 과일과 쥬스를 가져왔다.

[며칠전 부터 두드러기가 돋았거든. 그런데 계속 낫질 않는 구나]

[과자 같은 거 먹다가 체해서 그런가 아닐까 하는데....]

아줌마는 이렇게 말하곤 웃으며 방에서 나갔다.
나와 진은 마침내 안심한 얼굴로,

[뭐야~ 두드러기인 거야? 그런 걸로 학교 쉬다니 너무 꾀병이 심하잖아~]

놀려대는 어투로 말했지만, 쥰은 반응하지 않았다.

[어이? 왜 그래?]

진이 묻자, 쥰은 아무 말없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었다.
몸에 돋아 있는 붉은 반점.

분명 두드러기였다.

[두드러기 같은 건 약바르면 나아.]

내가 그리 말하자 쥰은 낮은 목소리로.

[이거....그 여자의 저주야.]

그러면서 등을 보여줬다. 등에도 무수한 두드러기가 나있었다.

진 [두드러기가 많긴 하지만, 이런 걸로 저주라니. 그건 이제 잊으라구.]

쥰 [옆구리를 봐!]

오른쪽 옆구리, 두드러기 가장 심한 곳이었지만 저주와 연관된 만한 건 없었다.

쥰 [잘봐!! 그거 사람 얼굴이잖아!]

나와 진이 깜짝 놀라 다시 보자니 직경 5cm 정도, 피부가 심하게 진무러진 게 보였다.
어떻게 보면 사람 얼굴 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 [너무 신경 쓰는 거 아냐? 사람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쥰 [어떻게 봐도 얼굴이잖아! 나만 저주 받은 거야!]

나와 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쥰의 분위기에 압도되었기 때문에. 
언제나 상냥하고 온후하던 쥰이.....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생기가 없는 눈, 정신적으로 쫓기고 있는 듯 했다.
우리는 이 자리에 있는 게 괴로워졌기에 바로 쥰의 집을 나왔다.
돌아가는 길에

나[....저거....[이 세상에 저주 같은 건 없어!!]]

내 말에 진이 끼어들며 외쳤다. 그 말에 나는 조금이지만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3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쥰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나나 진, 둘다 전화 통화를 길게할만한 입장이 못됐기에 쥰에 대한 소식을 전해듣지 못했다.
다만 담임 선생님을 통해,

[쥰은 피부병으로 잠시 못나온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뿐.
그러던 중, 학교안에서 기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학교 통학로에서 트렌치 코트를 입은 여자가 학생들의 얼굴을 주시하고 다닌다.]

라는 소문이었다.


나는 그 소문을 듣고 엄청나게 동요했다. 
왜냐면 나는 중년 여자에게 얼굴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진에게 상담했다.

진 [괜찮아. 어두운 밤이라서 못봤을 꺼야. 신경 쓰지마.] 

진은 패닉 상태인 나를 진정시키려 한 것인가, 상당히 냉정하게 답했다.
하지만 나랑 진은 통학로가 완전히 반대 방향. 
쥰의 경우엔 비슷한 방향이지만, 학교를 쉬었기 때문에 나는 혼자서 집에 가야만 한다.

나 [한동안은 나랑 같이 가줘. 나 무서워.]

진은 조금 기막히단 얼굴을 했지만, 이내 알았다고 답했다.
이 날부터, 방과후 집에 갈 때는 진과 함꼐 가게 되었다.


첫날엔 소문으로 들은 트렌치 코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선 변함없이 트렌치 코트 여자에 대한 소문이 돌아다녔다.
진과 같이 하교하게 된 지 5일 째 되던 날, 우리는 쥰네 집에 문병을 가보기로 했다.
선물로는 급식에 나왔던 디저트인 오렌지 젤리를 들고 가기로 했다.

쥰에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평소처럼 쥰네 엄마가 밝은 얼굴로 나와서 우리를 집안으로 들여주었다.

쥰은 이전처럼 낙담한 상태였다. 두드러기 자체는 많이 나았지만,

쥰 [옆구리의 그것은 계속 커지고 있어.]

이렇게 말했지만 나랑 진이 보기엔 이전보다 호전된 상태로 보였다.
쥰은 그만큼 정신적 쇼크가 심했던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쥰에게 트렌치 코트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돌아가기 직전 쥰의 어머니가 문앞에서, 

어머니 [우리애, 반에서 괴롭힘이라도 당하고 있는 거니?]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바로 부정했지만 진짜 이유를 말할 순 없었다.


3일 뒤,
그 날은 드물게 나와 진 그리고 나이토와 사사키 4명이서 함께 하교했다.
나이토는 몸집이 크고 사사키는 꼬맹이. 
흡사 실사판 자이안과 스네오 같은 녀석들이었다.
이때쯤 나랑 진의 머릿속에서 중년 여자에 대한 경계심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트렌치 코트 여자가 실재 있다해도 완전 다른 사람일꺼라 생각할 정도였다.
그날은 모여서 놀러가려고 평소랑 다른 길로 가던 중이었다.


이게 실수였다.


4명이 즐겁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던 중,

사사키 [어라, 저거 트렌치 코트 여자 맞지?]

나이토 [우왓! 진짜 있었던 거야? 기분 나빠!!]

나는 천천히 그쪽을 쳐다봤다. 마음속으로 제발 딴 사람이길 빌면서.
우리가 가는 길 앞쪽에 트렌치 코트를 입은 여자가 동네 슈퍼의 비닐봉투를 한손에 들고 
아직 늦더위가 남는 아스팔트 길가에 우뚝 서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진은 우리들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진 [눈 마주치지 마.]

여자와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어간다.
긴장해서 목이 탔다. 
여자는 아무 미동보이지 않을 채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서있었다.
여자와의 거리가 5m 정도 남았을 때,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우리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바로 우리 가슴팍으로 시선을 내렸다.

명찰을 확인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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