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밤에 도둑들뻔한 이야기 [12]

일병 키엘리니 | 18-08-18 19:47:18 | 조회 : 11000 | 추천 : +28


때는 초등학교 1학년 추석에 일어난일입니다.


저희 사촌들은 명절에 모이면 어른들은 밤늦게까지 고스톱을쳤고 애들은 방하나에 다닥다닥 붙어서 잤습니다.


저 또한 그 애들중 하나였고 낮에는 사촌형들이랑 미친듯이 놀다보니 밤에는 이불에 눕자마자 눈이 감겼습니다.



그렇게 잠을자던중 갑자기 등과 머리카락에 느껴지는 한기에 서서히 잠이 깼습니다. 
처음엔 누운자리가 베란다쪽이라 추운줄알았습니다.


추워서 몸을 살짝 뒤척이는 순간 낯선사람이 말하는 '뒤돌아 보지마 뒤돌아 보면 다죽어' 라는 중저음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무서운마음에 그대로 눈을 질끈감고 이내 자는척을 했습니다. 

긴장하면 사람 심장뛰는소리까지 들린다더니 방에 침입한 사람의 숨소리와 움직이면서 나는 옷이 구겨지는 소리까지 생생히 들렸습니다.


그렇게 낯선사람은 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이내 '에이씨..' 한마디와 함께 방 옆에 붙어있던 베란다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낯선사람은 문 밖에서 나는 고스톱 소리를 듣고 포기를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낯선사람의 소리가 사라진 후 저는 밖에있는 어른들중 한명이라도 방에 들어와주길 바라면서 계속 자는척을 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뒤에 막내삼촌이 문을 열었고 그 순간 저는 거실에 뛰어가 누가 베란다에 들어왔었다고 어른들에게 전했습니다.
어른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고 삼촌들을 비롯한 몇몇 어른들은 그 침입자를 잡으러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자는척을 몇시간이나 했었는지 밖은 이미 밝아져 있었습니다.

경찰아저씨중 한명이 저에게 잘했다고 다독여 주신후 밤에 겪은것을 생각나는대로 말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위에서 겪은것을 다 말씀드렸고 도둑의 침입경로를 살피기위해 건물 외관을 둘러보던중 배관에 붙어있는 먼지에서 

그 도둑의 손자국같은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신건 이 사실을 뒤늦게 아신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어른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애들 냅두고 밤늦게까지 놀음하니 이런일이 생기는게 아니냐고 하나하나 꾸짖으셨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도 고스톱만은 포기를 못하셨는지 어른들끼리 애들방을 수시로 확인하는 규칙까지 생겼습니다.

요즘도 명절에 만나면 도둑 들었던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꼭 하는거 같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나서 저는 귀신보단 사람이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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