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습니다. 고백합니다만 저도 한 때는 환빠였습니다.

이병 민치카 | 15-04-09 15:37:41 | 조회 : 455 | 추천 : +1


중3 겨울방학... 무척이나 추웠던 것 같군요... 중학생도 아니요 고등학생도 아닌, 나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차가운 눈바람을 맞으며 홀로 방황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와중 내 앞에 홀연히 나타난 위대한 스승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단고기라는 비밀의 안내서였습니다. 마치 진실의 문을 열어버린 한 선각자처럼 저는 단숨에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대주의 망국의 세태에 시달리다 쫓기어 진실 된 역사를 간직한 채 홀로 묘향산에 들었던 책을 엮은 한 노인의 슬픈 독백을 보게 되었죠. "슬프다! 후세에 만약 이 책을 붙잡고 우는 사람이 있다면 나 죽어 넋이라도 한없이 기뻐하리라!" 그리고 시대가 흘러 바로 제가 이 자리에서 그렇게 그 책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구절을 막 읽어버린 순간 저는 심장이 멎어 버리는 듯한 강력한 충격에 그만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했죠. 그리고 일어서서 거울을 응시하며 나약하고 거짓된 이 세상과 홀로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며 두 주먹을 뿔끈 쥐었습니다.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그 추운 겨울을 홀로 방황했던 것은 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 바로 이 민족의 정체성과 앞날을 걱정하며 방황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지워버리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이 되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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