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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특집] 폐지된 법 - 동성동본

중령 무량공처 | 25-07-17 10:39:36 | 조회 : 35 | 추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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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법과 관련이 큰 날로, 
제헌절을 맞이해 법과 관련된 정보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제는 말조차 잘 모를 수도 있는 말이 있는데요, 
'동성동본'(同姓同本)이라는 겁니다.
오늘날 가문의 의미가 퇴색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출신을 두고
'어디의 무슨 씨'인지는 알고 있죠.
예를 들면 '안동 김씨', '전주 이씨', '밀양 박씨' 등
본관과 성씨로 이뤄진 출신 가문입니다. 

이 본관[本]과 씨[姓]가 같으면[同] 동성동본이 되는데 
놀랍게도 과거에는 동성동본은 같은 혈족이라며 
결혼을 금지했습니다.


image.png [제헌절 특집] 폐지된 법 - 동성동본


이는 중국의 고대국가 주(周)나라의 '종법'에서 기원합니다.
친족 집단의 조직과 질서를 규정하는 법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적장자 계승 따위가 
이 종법에서 나온 것인데 동성불혼(同姓不婚)도 있었죠.


image.png [제헌절 특집] 폐지된 법 - 동성동본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본격적으로 도입됩니다. 
중국의 성리학 가치관과 법률인 대명률(大明律)의 영향으로
동성동본 금혼 원칙이 강력하게 시행됐고 
영조대에 이르러서는 이 원칙을 더욱 확고히 하여 
동성이본(同姓異本) 간에도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을 
'속대전'(續大典)에 두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1912년 제정된 조선민사령에 
"친족상속에 관한 사항은 관습에 의거한다"고 하여 
관습주의로써 동성동본금혼을 관습으로 규정해 유지되었고
해방 후 1960년에 민법이 제정되면서 아예 명문화되어 
법적 효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image.png [제헌절 특집] 폐지된 법 - 동성동본


1991년 민법만 봐도 제809조 제1항에 버젓히 있죠.













image.png [제헌절 특집] 폐지된 법 - 동성동본


그럼 동성동본 혼인 금지는 왜 없어졌을까요?

놀라울 수 있지만 1960년대 민법 제정 당시부터도 

동성동본 제도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image.png [제헌절 특집] 폐지된 법 - 동성동본
(출처: 경향신문 1974년 8월 7일자)


유림계의 강한 반발로 인해 유지는 되었지만 

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 이동이 많아지고 

동족 의식이 약화되면서 동성동본 간 혼인 사례가 늘어났죠.



image.png [제헌절 특집] 폐지된 법 - 동성동본
(출처: 경향신문 1969년 6월 4일자)


혼인을 못해 비관하여 극단적 선택을 한 커플은 물론

사실혼 관계임에도 이들은 법적으로 혼인 신고를 할 수 없어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불이익을 겪게 되었습니다. 

자녀는 서자가 되고, 아내는 호적에 처녀로 남아 상속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했죠.

말 그대로 시대에 뒤쳐진 제도였습니다.




image.png [제헌절 특집] 폐지된 법 - 동성동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법원은 

1978년부터 10년 주기로 동성동본 혼인 신고를 가능하게 한

'혼인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구제해 왔습니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동성동본 제도로 인한 문제가 결코 작지 않으며, 

법원조차도 동성동본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정한 것이기도 합니다.



image.png [제헌절 특집] 폐지된 법 - 동성동본
(출처: 조선일보 1997년 7월 17일자)



1995년, 김해 김씨 부부의 헌법소원 제기를 계기로, 

헌법재판소는 1997년 7월 16일 민법 동성동본 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립니다.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침해,

남계혈족에만 한정함으로써 성별에 의한 차별,

과학적 근거도 없는 우생학적 주장,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가정 등은 

헌법 정신에 배치된다고 보았습니다.

[1997년 7월 16일, 95헌가6 결정]



image.png [제헌절 특집] 폐지된 법 - 동성동본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에도 법 개정이 지연되다가, 

결국 2005년 3월 31일 민법 제809조가 개정되면서 

동성동본 금혼 조항은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이제는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의 혼인만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면 어이없는 제도지만 불과 2002년에도

동성동본 혼인 금지는 민법에 적혀 있었습니다.

동성동본 혼인금지 제도의 폐지는 한국 사회의 가족 제도가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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